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26일 소부장펀드에 가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사흘 동안 7조원 어치 국내 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뉴딜’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5000만원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소부장 펀드 수익금, 1000만원씩 재투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의 수익금을 환매해 한국형 뉴딜펀드 5개에 각 1000만원씩 모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8월25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국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 명목으로 만들어진 펀드에 5000만원을 가입한 바 있다. 이 펀드의 수익률이 90%까지 올랐는데, 문 대통령이 원금이었던 5000만원을 남기고 나머지를 환매하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소부장 펀드 환매 수익금만으로는 5000만원이 안돼 나머지는 문 대통령이 추가로 신규 투자를 한다”며 “12일 오전에 환매 요청을 했고 15일 수익금을 수령하면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중소중견기업 등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 5곳에 각각 1000만원씩 분산투자를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투자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으로 수출 규제의 파고를 이겨낸 성과를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투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정과제인 ‘한국형 뉴딜’을 위한 간접 투자를 한다고 해도, 주식 시장이 사상 최대로 과열된 시점에 자산 시장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한지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식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11일 역대 최다인 4조5000억원 어치를 사들이는 등 사흘 동안 무려 7조원 어치를 순매수한 상태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면서 시장은 ‘사소한 신호’에도 민감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도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것에 대해서 우려도 공개적으로 했다.
취지 이해가지만 증시과열 우려도
또 최근 주식 값이 크게 오르며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경제적 형편상 주식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들의 상실감도 역시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필승코리아 펀드 수익은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으로 수출규제의 파고를 이겨낸 성과다. 이 성과를 대통령 개인의 수익으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한국판 뉴딜을 독려하는 (재투자) 의미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자산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팔고 나갈 때,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에 나서며 우리 증시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