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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문 대통령 소통을 고작 MB·박근혜와 비교할 텐가

등록 2021-01-24 14:04수정 2021-01-25 12:46

정치BAR_이완의 정치반숙

문 대통령 기자회견 19번, MB 18번, 박근혜 16번이라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어야 할까요?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불통의 모습을 보인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이나 코로나19 백신 도입 등 국민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궁금해할때, 대통령이 침묵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두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 때문에 언론과 소통하기 어려웠고, 두번째 이유는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지난 한 1년간 코로나 상황 때문에 기자회견 등 기자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은 다 이해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춘추관에서는 그 사이사이에도 기자회견이라든지 또는 녹지원에 기자님들을 초청한다든지 또는 제가 춘추관을 방문한다든지 여러번 그런 식의 의논들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방역 상황이 좋지 않아져서 미루게 되고 이랬던 점들도 아시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케이크를 들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을 깜짝 방문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무산되었죠.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현실적인 이유인 것도 맞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방역에 대해 극히 민감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경우 50인 이하로 참석자를 줄이거나, 내부에서 하는 회의조차도 참석자를 극히 제한하려 했습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방역에 솔선수범하는 차원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반드시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통의 한 방법이죠.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또 현장 방문에서도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들이기는 하지만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현장방문을 자주 했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11일에 경기도 화성동탄을 찾아 임대주택 현장을 점검한 것처럼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문 대통령이 정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새해 기자회견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 글처럼 보다 더 강하게 대통령의 소통을 옹호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단순히 박제화된(?) 현장을 둘러 보는 것으로 다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 후로 연관된 사람들과의 간담회와 환담은 물론이거니와 식사와 차담을 통해 의견을 듣고 때로는 조율하기도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왔고, 격식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방문 자체가 제한적이고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부대일정을 추진하기 어려워졌지만, 적어도 작년 봄 이전까지 현장방문은 다른 어떤 일정보다, 국민들을 대면하고, 국민들의 관계속에 대통령이 함께 들어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당연해진 ‘조율없는 기자회견’도 이전 정부들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예정된 질문을 주고 받던 기자회견과 문재인 정부의 기자회견 횟수를 단순비교해봐야 부끄러움은 이전 정부의 몫일 것입니다.

(단순비교를 굳이 한다해도 이명박 대통령 18회(국내5, 외교8, 방송5), 박근혜 대통령 16회(국내3, 외교 13), 그리고 임기 1년이상을 남겨놓은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19회(국내9, 외교7, 방송3)입니다.)

탁 비서관의 말처럼 문 대통령이 현장방문 행사를 통해 비공개로 많은 사람들과 격식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를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의 현장행사를 취재할 때 실제 국민들을 만나는 간담회까지 공개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부동산 문제와 교육 문제 관련 행사였습니다.

#1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 (2020년 12월11일)

안암동 입주민 : 반갑습니다. 제가 안암생활의 장점을 좀 소개를 해드리고 싶은데요. 우선 안암생활은 역에서 7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역세권에 있는 자취방을 구하려면 사실 월세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요. 이 안암생활은 보증금 100만 원, 월세 30만 원대라는 굉장히 저렴한 금액에 거주가 가능해서 그 점이 가장 장점이었고요. 그리고 제가 내년이면 대학교 4학년이 돼요. 그래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암생활에 입주를 할 때 복층형을 선택을 했어요. 1층에는 책이랑 컴퓨터를 둬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랑 그다음에 공부에 정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꾸몄고, 2층에는 굉장히 아늑하게 꾸며서 제가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암생활에는 카페 그리고 코워킹스페이스, 회의실, 라운지와 같은 공용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원할 때 사무공간이랑 휴식공간으로도 충분히 활용을 할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안암생활에 입주를 하고 나서 제 삶이랑 공부 그리고 하고 싶은 일 모두 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화성동탄 공공주택 신혼부부 : 저희는 올해 9월에 결혼하게 된 신혼부부인데요. 앞으로 자녀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가 집을 선택을 할 때,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그것을 중점적으로 두고 집을 구하게 됐는데 여기 화성동탄 공공주택은 놀이터도 실내뿐만 아니라 또 실외 이렇게 두 개가 놀이터가 있어서 사계절 내내 춥거나 덥거나 상관없이 아이들도 같이 놀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 있고 그리고 여기 국공립 어린이집 그리고 작은 도서관 이런 환경이 있어서 아이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아직 신혼부부이다 보니까 경제적인 여유가 많이 부족한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 좋은 조건에 공공주택에 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문 대통령 포함 참석자 박수)

#2 수능방역 현장 점검 (2020년 11월29일)

수험생 가족 : 오늘 수능 방역 관련 현장 준비 상황을 보며 다소 안심이 됩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쉬시지도 못하고 고생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수능 준비 상황을 확인했으니까 수능 이후에 방역 대책에 대해서 제가 한 두 가지 정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수능 시험이 종료된 이후에 수험생들에 의한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는데, 졸업 때까지 학생 지도 방안은 어떻게 갖고 계신지와 두 번째로 수능이 끝난 뒤에도 대학별 고사가 계속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별 고사 진행과 관련하여 방역 대책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임대주택 보고회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는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와 “참 좋습니다”와 함께 참석자들의 박수로 끝났습니다. 수능방역 현장 점검에선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답변은 대통령이 아닌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했습니다.

저도 이날 행사 발언이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또 정책에 따라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은 경우들이 많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소통이 되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과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표를 그려 설명했습니다.

전체 국민과 특정 상황에 따른 듣기와 소통하기를 구분했는데요. ‘소통1’과 ‘소통2’는 특정 현장이나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이야기를 대통령이 직접 듣고, 정부 담당자들이 이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소통3’과 ‘소통4’는 특정 상황이 아닌 전체 국민의 다양한 관심사를 듣고,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것입니다. ‘소통1’과 ‘소통2’가 예를 들어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듣는 것이라면, ‘소통 3’과 ‘소통 4’는 대통령이 질문을 받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언론 브리핑’ 같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은 ‘소통4’가 부족하지 않냐고 한 것인데, 대통령은 ‘소통1과 2’를 많이 했으니 소통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답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언론과 많은 국민들은 ‘소통4’ 처럼 대통령이 직접 궁금한 사안에 대해 설명해주길 원했는데, 정작 대통령에게선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셈입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한 것을 생각해보면 기자회견에서 한 답변은 더 궁색해 보입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실망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한 조사(한국갤럽 2017년 11월 1주)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는 ‘소통 잘함/국민공감 노력’(17%)이었습니다. ‘개혁과 적폐청산’(15%)보다 높은 1순위로, 국민들은 소통을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불만이 컸고,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2년이 흐른 뒤 같은 조사 결과(2019년 11월 1주)를 보면, 놀랍게도 ‘소통을 잘한다’는 답변은 2%로 추락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기 어렵다고 이유로 든 코로나19가 닥치기 전 결과입니다. 이 기간 청와대가 소통이라고 강조했던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취임사’와 달리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질문을 받는 것을 극히 멀리해 왔습니다. 매해 신년기자회견만 한차례씩 했고, 2019년에는 5월 한국방송 인터뷰, 2019년 12월 국민과의 대화를 했을 뿐입니다.

최근 조사에서도 대통령 기자회견의 효과가 나옵니다. 올해 들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에 아예 ‘소통’이 사라졌다가 지난 22일 공개된 1월 3주 결과에서야 소통(2%)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18일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나와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던 부동산 문제·전직 대통령 사면·윤석열 총장 징계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궁금증을 풀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못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 체제에서 참모들은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려 노력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보고서 등으로 정제되지 않는 국민들의 관심과 질문이 언론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소통해야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탁 비서관의 말처럼 국민과 ‘불통’ 시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18회)과 박근혜 대통령(16회) 보다 이른바 ‘촛불 혁명’을 통해 지지를 받은 문 대통령(임기 1년 이상 남은)이 2∼3차례 기자회견 등을 더했다는 게 자랑이 될 수 있을까요. 청와대 참모들은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이 현장 방문을 통해 일방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것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선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사상 처음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통령 새해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제공
사상 처음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통령 새해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제공

미국 백악관의 전설적인 기자 헬런 토머스는 기자회견을 민주주의와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는 기자들이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접근할 기회가 많았지만 언론 매체들이 많아지면서 기자회견이 유일하게 대통령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입니다. 토머스는 그의 책 <백악관의 첫째 줄>에서 “미디어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며 대통령 기자회견은 그것의 가장 뚜렷한 증거"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질문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이 알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민들의 생각을 대통령이 알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도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 빈번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때일수록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더 빈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소통관이 혹시라도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느끼신다면 앞으로 그 점에 대해서는 보다 소통을 늘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저도 꼭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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