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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간 빠른 신뢰 회복 가능…임기 8개월, 시간 없다 치부 말자”

등록 2021-09-15 04:59수정 2021-09-15 09:46

​권혁철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북 ‘저강도 대응’ 속 내심 대화 모색
코로나로 봉쇄된 북-중 육로 열리면 인도적 협력 재개 가능성
남북 관계 풀고 국제사회 지지 얻으면 ‘비핵화 협상’ 계기 될 것

통일부 폐지? 출발부터 엉뚱한 얘기, 남북문제 외교로 못 풀어
대북정책이 ‘북한 눈치 보기’? 평화적 해결 위한 ‘남북 마주 보기’
‘흡수통일론’ 주장, 정치지도자가 그래도 되는 건지 생각할 필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남북 관계 현황과 대화 재개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남북 관계 현황과 대화 재개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정한 궤도에 올리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8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남북 관계 진전이 어려울 것’이란 세간의 관측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인영 장관은 이런 태도를 ‘청산적’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그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 다섯달이 걸렸다고 설명하고, 남북이 이미 가본 길을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일부에서 제기한 통일부 폐지론, 흡수통일 주장은 ‘엉뚱한 이야기’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북정책이 ‘북한 눈치 보기’란 일부의 비난에 대해서도 ‘마주 보기’라며 용어를 교정했다. 국문학과 출신 통일부 장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관은 남북이 인도주의 협력, 민생 협력, 보건의료 협력 등으로 남북 관계를 풀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비핵화 협상에도 좋은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인데, 4선 국회의원에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 장관에게도 녹록지 않은 숙제라는 인상을 인터뷰 내내 받았다. 그는 창조적이고 새로운 지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했다.

―지난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거칠게 비난했다. 최근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도 있었다. 최근 북한의 스탠스가 뭐라고 보나?

“북한 입장은 세가지 측면이 얽혀 있다고 본다. 우선 북이 대화, 협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실질적 조치들을 요구한다. 다음에 코로나19 상황이 통제되거나 개선되는 것이다. 실제로 북이 국가 봉쇄 수준의 방역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세번째는 겉으로는 강경하거나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화를 탐색·모색하면서 상황 관리를 하는 거 아닌가. 저는 북이 핵실험,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강도로 올리느냐, 저강도 수준에서 행동하느냐에 주목한다. 올해는 아직은 저강도에서 중강도 이상을 넘지 않았다. 북이 내심 대화와 협상 가능성도 탐색하면서 정세 관리, 상황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북한의 움직임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탄도미사일 위협과 순항미사일 위협을 구분하지는 않고, 그냥 ‘군사 도발’로 인식할 텐데.

“당연하다. 어떤 형태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와 수많은 남북 합의 정신과 충돌한다. 저강도, 중강도니까 고강도보다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성격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 나름대로 전략적인 모색, 계산 속에서 상황 관리를 하는 거 아니냐고 판단할 뿐이다.”

―북한이 지난 9일 정규군이 빠진 심야 열병식을 해서 화제가 됐다.

“(5년 단위로 끊어지는) 정주년과 정주년이 아닌 때는 북한 열병식 패턴이 다른데 올해 열병식은 정주년이 아닌 방식에 부합한다고 한다. 심야 열병식은 사회주의 정치 결속 과정, 북한식 혁명적 군중 노선의 연장선에서 봐야 될 것 같다. 최근 1년 사이 있었던 3차례 심야 열병식에서 두 번은 대미·대남 메시지가 있었는데, 이번은 일체 없는 걸로 봐서 내부 체제 결속 과정으로 해석했다.”

―최근에 한-미 사이에 대북 인도주의 협력 문제에 대해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한-미가 공동으로 북한에 인도주의 협력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일정, 품목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양국이 공개할 때까지 기다려보자.”

―인도주의 협력에 대한 북한 태도가 또 관건일 텐데, 북한이 요청하지 않아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가?

“인도주의 협력도 북한의 의지와 의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도 자존심이나 명예가 훼손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을 전제로 해야 될 것 같다. 다만 우리 정부는 수차례 북에 대해서 상당한 규모의 식량이나 비료, 민생 분야에서 협력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관련 예산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보건의료 분야 협력, 특히 코로나19의 방역을 비롯해서 각종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협력을 할 의지와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포괄적인 인도주의 협력에 대해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고 미국 쪽도 인도적 협력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제재 예외를 적용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생명 공동체’를 들어 남북 방역 협력을 거듭 제안했는데, 북한은 인도주의 협력을 ‘비본질적’이라고 하며 반응하지 않고 있다.

“두가지로 나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도주의 협력을 과소평가하는 부분인데, 북한이 정치·군사적인 문제, 적대 문제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부각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 협상·대화가 시작되면 실천적 조치가 이뤄지는 데 시간이 걸릴 텐데, 인도주의 영역에서는 바로 가능한 협력이 상당히 많다. 두번째는 남북 간의 인도주의 협력의 역사가 있다. 1990년대 북쪽이 어려울 때 남쪽 민간단체들이 북한 동포를 도왔는데,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한반도 인도주의 협력의 공간도 확대해왔다고 생각한다. 북쪽도 어떤 정치적 의도나 목적 없이 인도주의 협력을 해온 남쪽 단체들의 면모들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도주의 협력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 방역 봉쇄 조치가 컸다. 북-중 간의 철도·도로 같은 육로가 열리면 인도주의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북 지원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이 ‘통일부가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

“제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될 것 같다. 지난해 7월27일 장관으로 취임했는데, 6월16일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 한달 반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취임해서 곧바로 대북 인도적 지원 물자 반출 승인을 재개했다.(통일부는 지난 7월30일 코로나19 방역 물자 반출 승인) 당시는 지금보다도 훨씬 격화된 안보 상황이었는데 반출 승인을 했고,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1000만달러(약 117억원) 대북 식량 지원도 결정했다. 저 나름대로는 정치·군사 안보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주의 협력은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분명한 신념이었다. 그런데 통일부가 반출을 승인하려면 물자가 들어가는 동향을 봐야 되는데 북으로 물자가 들어갈 수 있는 거냐는 걱정이 있다. 북은 철저한 국경 봉쇄를 통해서 국가 방역 수준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또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격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반출 승인 상황을 보완하는 판단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북-중 국경 봉쇄 상황이 개선된다면 언제든지 재개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저는 작은 교역 같은 형태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대북제재 유연화·완화 조치를 통해 경제협력을 더 넓은 공간으로 발전시키길 원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국경 봉쇄로 작은 교역조차도 쉽지 않았다. 또 북은 적대시 정책에 대한 실천적인 조치를 통해서 대화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 입장을 조율하고 남·북·미 간 대화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거냐가 과제다. 더 창조적이고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계속 궁리하고 있다.”

―최근 장관이 탄소 중립 남북 협력 사업 등 여러 가지 대북 제안을 내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인 조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북미, 북미 간에 대화 여건과 관련해서 정리할 부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상당 부분은 우리가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이 호응하기만 하면 상당한 정도로 우리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까지 이런저런 외부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실천하지는 않는다. “이인영 장관은 말만 하고 왜 아무것도 실천 안 하느냐” 고 얘기할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남쪽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상당 부분 해왔다고 생각한다. 북쪽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거나 북중 국경이 열리면 작은 교역이나 인도주의 협력은 실질적으로 진척시켜 나가려고 한다. 대북 제재의 완화, 유연성과 관련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하고 끊임없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해 나가면서 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정부 내에서 제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알 만한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연합훈련 연기나 규모나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 저로서는 계속 이야기를 해왔다. 남북 연락채널이 복원되고 대화가 재개되면 실천으로 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국민들께 죄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통일부 식구들은 단 한 번에 문이 열리면 다시는 닫히지 않는 문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정세를 만들기 위해서 더 철저히 준비하고 또 스스로 달려나갈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교착된 남북 관계를 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교착된 남북 관계를 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정부 임기가 8개월 남았는데 남북 관계에 큰 진전은 없다.

“두가지는 분명하다. 하나는 남과 북이 한반도의 운명을 더 빠르고 좋은 사이클로 접어들게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오래 걸리고 장기적인 변화의 사이클로 접어들게 할 것인가. 저는 더 빠르고 좋은 사이클로 접어들어 가는 선택을 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에 우리 대선 일정이 있고, 내년 하반기에 중국은 시진핑 10년 이후를 결정해야 하고, 미국도 중간선거 일정이 있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가 더 좋은 사이클로 더 빠르게 진입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 다섯달가량 시간이 걸렸다. 더군다나 새로운 길이 아니고 이미 가본 길을 통해서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없다’고 치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허심탄회하게 협상과 대화를 본격화할 수 있다면, 이 과정을 통해 남북이 서로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고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를 일정한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시간을 절대로 청산적으로 임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남북이 길을 복원하려면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데?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어떠한 의제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수차례 걸쳐서 밝혔지 않았나. 이 과정에서 한꺼번에 단숨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상당한 부분들을 서로가 협의하면서 진척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불일치하는 문제들은 또 서로가 견디면서 인내하면서 함께 지혜를 짜내면서 해결해 나가야 된다. 그런 측면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플러스알파’를 놓고 노딜로 갔던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솔루션을 찾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인도주의 협력, 민생 협력, 보건의료 협력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협력들을 제기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한 간의 평화의 기운을 높이면 국제사회도 지지 응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인도주의 협력을 통해서 평화 정세가 크게 고양되면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도 좋은 계기를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되면 대화·협상 과정에서 상응하는 조치로서 제재 완화나 제재 유연성의 문제들을 같이 검토해야 된다. 앞으로 국내 백신 상황이 여력이 생기면 남북 백신 협력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셔 힘이 될 수 있고, 올해 12월13일이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이런 계기를 잘 살려 나갔으면 좋겠다.”

―일부에선 ‘작은 정부’를 내세워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는데.

“출발점 자체가 엉뚱한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작은 정부하고 통일부 폐지는 정말 너무나 멀리 있는 이야기다. 작은 정부는 신자유주의에서 나왔는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불간섭, 역할 축소에서 시작됐고, 통일부 같은 안보 영역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복지 축소, 감세, 규제 완화, 금융 자율화, 세계화,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유연성 등이 작은 정부와 관련 있다. 통일 문제를 외교로 풀면 된다는 얘기도 적절치 않다. 남북을 민족 문제로 두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외교 문제로 풀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도 훨씬 크다. 남북 관계를 국가 간 문제로 외교 문제로 끌고 가는 순간 훨씬 복잡해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흡수통일 주장도 나오는데.

“흡수통일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흡수통일을 하는 순간 비용의 문제들이 엄청나게 발생할 텐데, 그런 면에서는 합리적인 통일 방안이 아니다. 북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올라온 다음에 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대한민국은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발표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이 있는데, 국가연합에 기초한 통일 방안이다. 진보와 보수가 합의했고 여야가 합의한 방안이다.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이 대한민국 공식 입장이다. 흡수통일은 우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점진적·단계적인 평화 공존의 과정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는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추구한다. 흡수통일은 여기에서 벗어난 주장인데, 정치지도자가 그렇게 얘기해도 되는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3단계 통일 방안’ 등 훌륭한 통일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임자인 김영삼 대통령이 만든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함께했다. 정치지도자들은 정부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있는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우선 존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저도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보다는 조금 더 진보적인 통일 방안을 개인적으론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진 않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개인적으로 어떤 통일방안을 갖고 있나.

“저는 시장 공동체 통일 방안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 체제 속에서 1민족 2국가 2체제 1시장으로 접근한다. 즉각 빠른 시간에 통일이 어렵다고 할 때 평화로 가는 과정에서 시장을 통일하는 것부터 하고 통일의 문제는 나중에 후대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남북이 교류와 협력 투자를 활성화하는 단계를 거쳐서 산업과 자원을 연합하는 단계를 거쳐서 그다음에 시장과 화폐를 공유하는 단계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재정과 정치의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친다. 우선 시장에서 통일이 되면 우리 삶에서의 통일은 할 수 있는 거다. 시장 공동체 통일은 자유무역협정(FTA),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유럽연합 방식 등을 상정할 수 있다.”

― 4년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통일 국민협약안을 만들었다. 통일·대북 정책 분야의 사회적 협약으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평화적 해결,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상 등을 담았다.

“통일 국민협약은 실질적으로, 학문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그동안 숙의 민주주의 과정이 몇 차례에 있었지만 합의를 도출한 경험은 없었다. 서로 이견이 있으면 그걸 정리하는 수준에서 끝났지 기본적인 합의안을 만드는 데까지 진척시켰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세계 시민운동에서도 굉장히 드문 사례여서 통일 국민협약아을 굉장히 중요하게 봤으면 좋겠다. 그동안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이) 오락가락했던 혼선, 부작용을 생각할 때에도 그런 걸 잡아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통일 기반이 단단해지고 확장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제가 통일 국민협약안에 대해 농담 삼아서 “장관의 무관심과 통일부의 불간섭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장관이 왜 관심이 없었겠느냐. 민간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존중한 것을 강조한 말이다. 진보·보수·중도적인 시민운동 쪽과 서로 다른 종교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랜덤으로 선출된 시민들하고 이야기해 합의를 만들어낸 과정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7월초에 여야가 함께하는 통일 국민협약 토론회, 공청회를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서 못했다.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코로나 상황이 풀리면 내년에는 이 사업의 성과가 이어져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길은 꽤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걸 위한 완력이 아니라 능력, 실력을 위한 지혜가 많이 필요하다. 국민들께서 저희에게 부족한 지혜를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로서는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지키더라도 이 국면 자체를 풀어내는 지혜와 실력, 능력을 갖추고 또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들도 같이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일부에서 ‘북한 눈치 보기’라고 얘기하는데, 우리는 ‘마주 보기’를 하려고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정말 눈치를 보는 사람은 상대의 눈빛을 또렷이 마주 보기 어렵다. 우리는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거고.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로 마주 보기를 정확하게 하려고 하는 거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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