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가 추진중인 외교통상부와 통상교섭본부를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인사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경북지역 의원들과 오찬 “본부장, 다른 나라와 급 안맞아”
외교부 “조직적 저항 아니다”…장관발언 하룻만에 진화나서
외교부 “조직적 저항 아니다”…장관발언 하룻만에 진화나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5일 “통상은 산업으로 가는 게 맞다. 내가 국회에서 외통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해 봐서 그 문제를 잘 알고, 필요성도 많이 느꼈다”며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분리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기능 이관 문제에 대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전날 반발에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김성환 장관의 전날 발언을 적극 해명하는 등 낮은 자세를 취했다.
박 당선인은 서울시내 안가에서 한 경북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통상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당선인은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도 통상은 산업에 붙어 있다. 산업 전문가가 경제와 관련된 통상도 하는 게 맞다. (지금은) 장차관도 아니고, 외교부에 통상 담당자를 두니 어정쩡하다. 통상 협상 때도 산업부 장관이 가면 될 것을, 통상교섭본부장이 나가니 다른 나라와 급이 안 맞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협상은) 팔로업(사후 처리)이 굉장히 중요한데, 경제 문제를 외교부가 할 수는 없지 않으냐. 담당 부서가 하는 게 맞다. (국회 상임위) 경험에서 우러나와서 한 것이니 잘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주도한 유민봉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통상 기능 이관을 놓고 ‘위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어느 부처 장관에게도 위임해줄 수 있는 부분이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다”며 위헌 논란을 일축했다. 유 간사는 또 “전날 (김 장관) 발언 수위는 저희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단호하게 저희(인수위) 입장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회 브리핑을 통해 “법률지식에 대한 왜곡이자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조직적 저항이 아니다”며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외교부로서는 조직보다 정부가 우선이며 조직 개편도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이 되면 당연히 따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도 실·국장 회의에서 “통상 기능 이관이 헌법의 골간을 흔든다는 게 아니라 정부대표를 임명하는 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법 논리적) 일관성을 잃게 되는 결과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그러면서도 정부대표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은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장관 발언은 ‘통상 기능은 이관하더라도 정부대표 권한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아닌) 외교부가 갖고 있는 게 좋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통상 기능이 이관되면 산업 전문성을 활용해 통상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내 산업의 대외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산업·자원·통상 정책이 일관성을 갖추고 실물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조직개편안 찬성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조혜정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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