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개성공단 북한이 남북 장관급 회담에 앞서 9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이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한 7일 서부전선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은 이동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눈에 띄지 않아 고요해 보였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판문점 통신선 복구 의미
서해·동해지구 연락망은 아직 먹통
대화 순조롭게 진행되면 풀릴 수도
서해·동해지구 연락망은 아직 먹통
대화 순조롭게 진행되면 풀릴 수도
7일 남북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신선의 복구는 남북관계가 최악의 시기를 벗어나 관계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상 판문점 연락채널로도 불리는 이 전화선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시금석 구실을 해왔다. 이 통신선은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설치됐다. 그해 9월 남한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 주변 자유의 집에, 북한은 북쪽 지역 통일각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서로 직통선을 연결했다. 이 선을 통해 남과 북은 22년 동안 휴일을 빼고 오전 9시 업무 개시, 오후 4시 업무 종료를 서로 알려왔다.
통신선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종종 단절되거나 복원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실제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직후 남한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을 전면 금지한 ‘5·24 조치’를 내놓자, 북한은 무려 여덟달 동안 통신선을 단절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북한은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통신선을 차단한다. 그러나 선을 물리적으로 끊는 게 아니라 우리 쪽 연락관이 거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문점의 통신선 복원에도 불구하고 몇몇 남북간 연락망은 아직 두절 상태다. 남북간 긴장고조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3월 함께 단절됐던 서해지구 통신선 3회선(직통전화·팩스·예비선)이 여전히 기능 정지 상태이고, 2011년 5월 북한이 차단한 동해지구 통신선 3회선도 아직 ‘먹통’이다. 개성공단 입출입은 서해지구 통신선을, 금강산 관광은 동해지구 통신선을 활용한다.
결국 이들 통신선이 모두 살아날지는 이번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느냐와 밀접히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의 9일 제안과 수정 제안 과정은 아직 남북간 불신의 장벽이 높음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이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9일 열자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장소와 관련해선 개성과 판문점을 놓고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접촉 장소를 개성으로 수정 제의한 배경에 대해 “내부적으로 12일 장관급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을 생각할 때 시간적인 제약과 준비 상황, 이동 등에 판문점이 개성보다는 서로가 편리하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와 쌍방이 움직이는 편의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소에 대한 남쪽의 수정 제의에는 기선잡기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6일 북한의 당국간 대화 제의 이후 서로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북한의 대화 제의에 곧바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응수했고, 북한은 다음날 ‘9일 개성 실무회담’을, 이에 다시 남한이 ‘9일 판문점 실무회담’을 내놓았다.
회담 장소 공방이 어렵게 마련된 남북대화 자체를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 공직자는 “과거의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한반도 정세를 전면적인 대화 국면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며 “큰 그림을 갖고 나온 북한이 작은 문제에 집착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돈을 만들고 쓰고 감추는 기술까지…‘돈의 달인’ 전두환
■ 북 “전화 개통합니다” 남 “알겠습니다”
■ ‘장타 군단’ 애틀랜타, 류현진 7승 사냥 제물될까
■ 황교안 법무장관의 교묘한 ‘원세훈 구하기’
■ [화보] 이건희 ‘신경영’ 20년, 삼성의 빛과 그림자
■ 돈을 만들고 쓰고 감추는 기술까지…‘돈의 달인’ 전두환
■ 북 “전화 개통합니다” 남 “알겠습니다”
■ ‘장타 군단’ 애틀랜타, 류현진 7승 사냥 제물될까
■ 황교안 법무장관의 교묘한 ‘원세훈 구하기’
■ [화보] 이건희 ‘신경영’ 20년, 삼성의 빛과 그림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