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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 대화 제의 계기로 한반도 협상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등록 2013-06-09 21:17수정 2013-06-09 22:07

김기정 연세대 교수(왼쪽)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기정 연세대 교수(왼쪽)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담 l 한반도 정세, 대화 급물살 타나
김기정 연세대 교수-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에 변화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9일엔 남북이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했고, 미·중 정상이 만나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 질서를 논의했다. 이달 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연다. 남북을 포함한 미·중의 잇따른 대화 행보는 한반도 정세의 큰 흐름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겨레>는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배경, 특히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긴급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가 9일 <한겨레> 회의실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반도’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미-중 정상회담 평가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 합의는
양국간 협상동력 재가동 의미
G2시대 실질적 개막 알린 셈

김기정 연세대 교수.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3.6.9
김기정 연세대 교수.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3.6.9
사회 미-중 정상회담이 7~8일 끝났다. 두 강대국 새 지도부의 첫 만남인데,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특히 한반도 문제도 논의됐을 텐데.

김기정 교수(이하 김)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 등장 이후에 글로벌 차원의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국제적인 문제, 사이버 테러 문제를 협의한 것은 협력 구도, 또 합의에 의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협력적 관계를 보이기로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한가지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2009년 이전의 상황,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헌법에 기재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한반도의 비핵화 상황에 협상 동력을 재가동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핵 문제는 한편에서는 협상의 동력이, 다른 쪽은 대립의 동력이 작동했는데 이번에는 협상 동력을 다시 가동하는 것이다.

이희옥 교수(이하 이)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 우선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라고 표현했고, 미국이 그 점을 약간 받아들여서 새로운 협력모델을 얘기했다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과거와는 다른 대등한 미-중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북핵 문제도 중국 태도에 과거와 비교해 지속과 변화가 동시에 있다. 비핵화는 시진핑 등장 이후 일관된 중국의 원칙이다. 그래서 미국과 합의가 쉬웠을 것이다. 다만, 방법론으로 가면 실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새로 말할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사실 북핵 문제 해결에 협상의 동력과 대립의 동력이 교차되면서 지난 20년이 경과했는데, 2007년 이후에 협상동력은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나 한다. 말하자면 중국은 미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더는 비핵화의 목표를 추진하지 않고 방기하고 있다는 의심, 말하자면 비핵화에서 혹시나 비확산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적어도 북과 중의 관계가 어떤 국가 관계보다 더 긴밀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중국이 그다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래서 이번에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서로 확인한 것 같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가 태평양이라는 단어다. 중국에는 “태평양이 불태평하다”는 말이 있다. 또 태평양이 굉장히 넓어서 미-중을 다 포괄할 수 있다는 말을 계속한다. 이것은 미국의 아시아 귀환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이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북핵 문제를 국제적 규범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미국에 대아시아정책의 유연성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

사회 최근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도 시기적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는데.

지난해 12월 이후로 가중된 위기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본다. 미-중이 대립과 위기로 근본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를 가졌고, 그런 과정에서 북이 태도의 변화를 보였다. 5월 중순 아베 신조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고, 바로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했다. 그다음에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이 있다. 이달 말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다. 지금이 2007년 이후에 가장 중요한 전환의 국면에 들어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남북대화 제안했는데
시진핑의 ‘비핵화 원칙’ 확고하자
“중 정책 변화 어렵다” 판단한 듯
지금이 대화국면 전환할 최적기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3.6.9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3.6.9
시진핑이 최룡해를 만났을 때 냉랭한 반응 보인 것은 미-중이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에 주는 신호 측면이 컸다. 우리가 원칙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면은 중국이 비핵화를 명확한 원칙으로 분명히 한 상태에서 북한도 중국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봤던 것 같다. 그래서 강대강 국면보다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앞으로 핵 이야기를 덜 하고 경제 얘기를 더 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의 국제정치 상황은 북도 순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핵화의 길이 북에 주어져 있는 목표일 것 같다. 미·중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현상유지 세력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을 깨고 싶어했다. 말하자면 북한식 한반도 새판짜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다른 국가가 호응하지 않으니까, 위기를 고조하는 방식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이다. 그 결과로 대화 국면을 만드는 데 북도 일정 정도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북이 어떻게 할 것이냐를 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이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반도 평화안정이 우선순위였고 비핵화는 그 수단이었는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가 가장 중요 원칙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오바마를 만났을 때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기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중요하게 얘기한 것이다. 이것이 북에 주는 메시지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미·중 두 나라가 모두 비핵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요구, 미국의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 이게 모두 함축돼 있다. 또 6자회담 재개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북-미 관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입장이 이번에 비핵화라는 단어에 숨어 있는 뜻이라고 본다. 북한으로선 곤혹스러운 장면이다. 그러나 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직접 거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북에 대한 적대관계 해소라는 기존 원칙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최룡해가 시진핑을 만났을 때 6자회담이라고 못박지 않고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다양한 방식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동태적으로 읽고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들 구상들은 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협상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북-미, 북-중, 한-중, 남북관계 등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서로 협상의 시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한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 하나는 최근 한반도 대화국면이 재개된 것이 북의 압박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자찬하는 것은 오히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앞으로 남북 모두에 대해 대화 압박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 전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남북관계를 풀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는 지혜가 필요하고, 거기서 한국의 역할론이 중요하다.

사회 북한은 핵포기를 안 한다고 했는데,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가?

북한이 이미 6자회담을 언급했다. 북이 비핵화 논의를 거부할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 중국은 과거 북-미 간 적대시 정책, 북-미 문제와 핵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북-미 관계 개선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있다. 이것은 미국 입장을 고려한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라든지 미국 전향적 조치를 중국이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에는 1993년 이래로 핵문제에 대해 협상과 핵보유 두 동력이 모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핵 보유를 했는데, 그렇다고 북한이 안정화된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교차승인, 평화체제 등 큰 틀에서 합의가 돼야 한다. 큰 틀의 정치적 결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왼쪽)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기정 연세대 교수(왼쪽)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북한은 핵포기 안한다는데
한국의 전략적 지혜가 매우 중요
미·중이 협력하는 구도 속에서
남북관계 등 주도적 역할 해야

사회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말고 주목할 대목이 있다면?

큰 합의사항이 나올 자리는 아니었던 같다. 전반적으로 미-중 관계 위상정립이 큰 문제였다. 둘째는 양국 간의 국제문제의 소통기제를 확보하는 문제가 컸다. 그래서 이란이나 시리아, 북핵 등과 같은 각론 해법들은 여기서 당장 나오기는 어렵지 않나 본다.

시사적 수준에서 G2(양대 강국) 시대의 실질적 개막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본다.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의 중요한 합의 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고, 그런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규범을 정하는 문제가 있다. 그동안 미국 예외주의가 작동하고 중국이 그 안에서 움직였다. 이번에 중국이 내놓은 신형 대국관계에는 중국 예외주의가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신형 대국관계, 거기에 처음으로 중국이 선보인 국제관계 준칙이 있다. 중국이 준칙을 정한 첫 사례가 신형 대국관계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G2, 중국이 말하는 C2(Cooperation·Coordination, 협력과 조정) 체제가 국제문제에 대해 대등하게 협상하고 규범을 정하는 데 같이 간다는 것이다.

신형 대국관계를 정리하면, 앞으로는 대결보다 협력의 시대다. 두번째는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수용하고 국제관계의 준칙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환영하며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아마 미국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평화적으로 부상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시간이 좀더 지나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 국제질서라고 할 때, 지금까지는 말하자면 팍스 아메리카나 질서의 끝머리여서, 중국이 미국이 주조한 질서에 편승해왔는데, 주도와 편승의 개념에서 합의의 개념으로 새로운 질서개념으로 바뀌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팍스 콘센서스로 간다든지, 뭐, 그런 전환적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중국은 미국이 여전히 핵심 권력, 기준권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중국이 부상했으니 이제 새 대국관계의 틀을 짜자는 것이다. 과거엔 중국이 ‘국제관계의 민주화’, ‘조화로운 세계’ 이런 표현을 썼는데, 이 말은 미국의 일극체제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다극체제로 가야 한다는 수동적인 의미였다. 신형 대국관계는 적극적으로 국제관계 준칙을 이렇게 만들자, 이렇게 틀을 제공한 것이다.

사회 미-중의 새로운 관계정립은 동북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인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말씀해 달라.

전략적 지혜가 중요하다. 우리의 노력으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 대미 편승외교는 점차 어려워진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미-중 간의 관계에서도 풀어야 한다.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 한반도 공간이 어려워지고, 좋아져도 입지가 어려워지는 이중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국의 입지가 넓어진다.

한반도 문제에 중대한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외교적 유연성이 필요하고, 진영외교의 기존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한도 북한도 실질 협력공간을 넓히는 대화로 가져가야 한다. 이달 말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도 중국의 국제적인 지위의 변화와 자신감의 변화를 인정하고 대중외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정리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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