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포럼 외교전 치열
북, 미국의 ‘9·19 복귀 요구’ 거부
북, 미국의 ‘9·19 복귀 요구’ 거부
미국의 9·19 공동성명 복귀 요구에 맞서 북한은 2일 “9·19 공동성명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공식 거부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수행한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이날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 뒤 기자회견을 열어 “현실적으로 우리는 9·19 공동성명에 따르는 임무를 다 이행했지만 미국과 남조선, 일본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보고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경우에 안 맞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평화와 안정을 찾는 유일한 길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 대가로 미국 등 5개국이 북한에 안보와 에너지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 합의는 2008년 북한 핵의 검증 절차와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결국 이행되지 않았고, 북한은 2006년부터 핵실험을 3차례나 했다. 최 부국장의 발언은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핵 문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철회 등과 연계된 군축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최 부국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청산 안 되고 핵위협이 안 사라지는 한 조선반도 핵 문제를 비롯한 어떤 문제 해결도 힘들 것”이라며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철회 등을 주장했다. 최 부국장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핵무기를 갖고 우리한테 달려들어 거기에 맞춰 정당방위의 자위적 견지에서 핵무기를 가졌는데 핵무기를 없애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 부국장은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며 “우리는 6월16일에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 하자고 제안했다. 대화는 미국 측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부국장은 또 남북대화와 관련해 “우리가 이미 북남대화를 하자고 제기했는데 남조선 당국이 인위적 난관을 조성하고 파탄시켰다. 여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남조선 당국과의 어떤 대화와 협상에 대해 꼬물만치도 미련을 가지지 않게끔 만들어 놓았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다.
이번 아세안지역포럼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참가국의 의견을 취합해 이날 저녁 한반도 비핵화 등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의장 성명은 “대부분의 장관들은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의무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완전히 준수할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함을 다시 표명했다”며 “관련된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장 성명에 “핵 개발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한 자위조처”라는 북한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북한은 애초 초안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은 핵 문제와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격려금 ‘팥쥐 노조’ 420만원, ‘콩쥐 노조’ 0원…
■ 날마다 천당-지옥 왔다갔다…야구 감독들 멘탈 유지 비법은?
■ 어린이집 원장들, 비리 고발 엄마들 무차별 고소
■ 40년만에 팔 찾은 북베트남 군인
■ [화보] 다시 시작된 장마…몸도 마음도 꿉꿉하네
■ 격려금 ‘팥쥐 노조’ 420만원, ‘콩쥐 노조’ 0원…
■ 날마다 천당-지옥 왔다갔다…야구 감독들 멘탈 유지 비법은?
■ 어린이집 원장들, 비리 고발 엄마들 무차별 고소
■ 40년만에 팔 찾은 북베트남 군인
■ [화보] 다시 시작된 장마…몸도 마음도 꿉꿉하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