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양보했나
개성공단 폐쇄 수순에 대화 제의
과거라면 ‘굴욕’으로 비쳤을 일
미·중 전시용 ‘전략적 판단’ 분석
개성공단 폐쇄 수순에 대화 제의
과거라면 ‘굴욕’으로 비쳤을 일
미·중 전시용 ‘전략적 판단’ 분석
북한이 침묵 속 장고 끝에 정부의 7차 회담 제의에 응하고, 따로 전통문까지 보내 이번 협상에 기대감을 표시한 ‘셈법’은 무엇일까.
앞서 북한은 지난달 26일 6차 회담에서 “다시 만나자”는 남쪽 대표단의 제안을 뿌리치고,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마지막”이라며 개성공단 회담의 재개를 제의한 뒤에도 북한은 열흘 가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1시간 반 만에 대화 제의에 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북한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정부의 고강도 압박 전술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내부에서 동원 가능한 자원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여서 경제를 살리려면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더욱이 기존에 운영하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경우 외자 유치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또 개성공단은 주민 5만3000명의 일터이며,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20만명 이상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그런데 남쪽 당국이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의 전 단계로 간주되는 경협 보험금 지급을 발표하자, 더 방치하거나 지연시켜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존엄 훼손’ 등에 대응하는 대남 압박 카드로 공단을 잠정 폐쇄한 것인데, 남쪽에서 강력하게 반격하니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정부 나름의 ‘벼랑 끝 전술’이 먹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의 흐름과 관련시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연초부터 3차 핵실험과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해오다 한-미의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종료된 4월 이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고, 뒤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과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했다. 6월에는 남북 당국회담 개최도 먼저 제안했다.
과거라면 ‘굴욕’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북한이 개성공단에 그다지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목을 매고 있다고 보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선 것은 북-미 대화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라고 요구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사 남북관계가 잘 안 풀리더라도 북한으로서는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증거를 미·중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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