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남·북·러 포럼’ 발제 강동원 의원
강동원 의원이 지난 8월24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제3회 시베리아 남·북·러 포럼’에서 연해주 농업개발이 한반도 평화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북한·러시아 모두 농업협력 원해
남북한 관계개선 무대 될 수 있어
정부 차원 ‘남·북·러 경협위’ 만들어
‘박 대통령의 꿈’ 현실화 노력해야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일 극동러시아 개발 협력을 강화하자고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보면서 늦었지만, 방향을 올바로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당시 회담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개인의 꿈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동러시아 개발 협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정부 내에 연해주 등 러시아 극동 개발과 관련한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이 지역의 개발과 관련된 일들이 너무 흩어져 있고 중복돼 있다. 한마디로 체계가 없다. 러시아 연해주가 미래 식량생산에서 차지할 중요성이나 남-북-러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고려할 때, 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남-북-러 경제협력위원회’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회가 가스 등 협력 가능한 자원 개발을 총괄하고, 그 아래 농업협력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한 자본, 북한 노동, 러시아 토지 결합 -박 대통령의 방러에 앞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한 ‘제3회 시베리아 남·북·러 포럼’에서도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협력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연해주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은 한반도의 장래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토의 70% 규모인 연해주는 미래 식량 생산기지와 남북의 화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해주에 식량 생산기지를 건설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이미 남미 등지에 자국 경지면적의 3배에 이르는 넓은 식량 생산기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경우 식량 생산 방식으로 특별히 남-북-러 협력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자본력과 수확기술,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토지자원이 융합할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생산되는 식량은 남한의 식량안보에도 도움을 주고, 북한을 지원할 수도 있고, 러시아 극동지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다.” 연해주 농사조건 강원도 평창과 비슷 -아직은 연해주에서의 농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연해주에 진출한 기업 중 성공 사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러시아에서 농사가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긴 하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강원도 평창의 영농조건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토지가 굉장히 비옥하다. 문제는 현재 농사와 관련된 단위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가령 비료의 경우, 비료공장이 극동에 없기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화차로 가져온다. 수송기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높아진다. 또 수확물을 항구까지 수송할 도로도, 항구에서 선적하거나 하역할 시스템도 매우 취약하다.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이다. 만일 한·러 두 정부가 협력해 항만을 비롯한 물류시스템을 갖춘다면 경쟁력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도 이런 협력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나? “물론이다. 우선 러시아는 극동지역 농촌경제 회생을 위해서도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현재 연해주 인구가 180만 정도인데 이농현상이 확산돼 고민하고 있다. 한-러 농업협력이 확대되면 이농을 막는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환영하고 있다.” 북한도 관심 높아져…“100만달러 투자 계획” -남-북-러 농업협력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어떻다고 보나? “북한도 궁극적으로는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는 지난 8월 중순 북한이 내년부터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옥수수 재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월19일 김춘성 조선대외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세르게이 시도로프 연해주 부지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이 만남에서 북·러는 내년부터 연해주 달네레첸스크 지역에서 옥수수 재배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은 또 지난 6월에는 연해주와의 농업 합작사업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히는 등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농업인구가 많은 북한으로서도 연해주 농업개발이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남한의 자본 참여로 생산성이 높아질 남-북-러 농업협력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회복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러시아에는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정치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송유관이나 가스관이 한반도를 관통해 태평양까지 나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한다. 이에 따라 남북한이 조속히 화해무대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러시아의 이런 입장을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높아지려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 꼭 남북만의 정상회담이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남-북-러 정상회담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남북한 모두와 대화가 되는 상대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윤병섭(54) 러시아현대농장 법인장
연해주 ‘현대 농장’의 성공 비결 “여기서부터 앞으로 몇 ㎞를 달리는 동안 보이는 모든 땅이 현대농장입니다.” 지난 8월 고려인 밀집지역인 러시아 우수리스크 위쪽에 있는 미하일롭카군의 주요 도로. 거대한 현대농장 입간판 앞에 서서 윤병섭(54·사진) 러시아현대농장 법인장이 손을 쭉 편 채 눈에 보이는 도로의 끝보다 먼 곳을 가리켰다. 도로의 양옆에는 푸르게 자란 콩과 옥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현대중공업 계열인 러시아현대농장은 서울시의 3분의 1 크기에 해당하는 2만1000㏊의 땅을 일구며 연해주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9년 농사를 본격 시작했지만, 올해 벌써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곡물값 상승 때문이다. 지난해 연해주의 농산물 수확이 기후 악화로 20% 줄면서 농산물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현대농장은 수확량이 7% 정도 줄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농장의 총수입이 증가해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 달성을 눈앞에 뒀다는 것이다. 핵심은 과감한 투자다. 윤 법인장은 현대중공업이 연해주 농장사업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을 잇는 사업으로 보고 1년에 110억원 정도씩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농장은 존디어 콤바인 등 값비싼 농기구를 충분히 구비하게 됐다. 지난해 수확 시기에 기후가 나빠지면서 다른 농장들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지만, 현대농장은 다양한 농기계를 완전 가동해 기후가 더 악화되기 전에 수확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배상두 영사는 “현지 콩의 손익분기점이 ㏊당 1.2t인데, 현대농장은 ㏊당 1.8t을 수확해 연해주 농사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법인장은 기업의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러 두 정부가 농업기반시설 개발 협력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항구에 곡물 하역시설을 갖추고, 한국으로 콩이나 옥수수를 가지고 갈 때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의 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러시아 미하일롭카/글·사진 김보근 기자
“극동 러시아에 제2 개성공단 고려해볼만”
안병민 교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안병민 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실장은 8월24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제3차 시베리아 남·북·러 포럼’에서 러시아 연해주에 남·북·러가 힘을 합쳐 ‘제2 개성공단’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 실장은 ‘러시아 극동지역 경제환경 및 남·북·러 3각 협력 공단의 조성 가능성’ 주제의 발제에서, ‘제2 개성공단’은 개성공단을 토대로 하면서도 더욱 발전된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실장은 그 근거로 “극동 러시아 지역은 3통 문제, 산업 인프라 구축, 노동력 공급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이 지역에는 북한 송출 잉여 인력이 충분하며 추가 증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 실장은 이 지역의 유망 업종으로 자동차 부품 및 조선단지(블라디보스토크), 광물집하단지(포시예트), 중국 연계 물류단지(자루비노), 일반 제조업단지(나홋카) 등을 꼽았다. 안 실장은 개발의 방식으로는 “러시아가 부지 내 기반시설 구축 및 북한 노동자의 수급과 관리를 맡고, 한국은 공업단지 개발 및 기업 생산 활동 측면을 맡으면 된다”고 두 나라의 역할 분담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세르게이 수레노비치 오바네샨 이르쿠츠크 국립농업대학 교수는 “러시아는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공단이 성공하도록 남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연해주 개성공단이 가능해지려면 일단 남북한 간의 정치적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김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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