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불가침조약 언급’ 혼선 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3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주한 미대사관이 “케리 장관의 발언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토를 단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외교 수장의 발언을 그의 지휘를 받는 대사관이 굳이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치는 등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주한 미대사관의 이런 입장 표명은 국무부 본부나 백악관 등 상부 기관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인지, 아니면 오바마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가 견제에 나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한 미대사관 “북 진정성 보여야”
한국 정부도 “원론적 발언일뿐” 케리 장관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보면 지난 6월 북한의 북-미 회담 제안 이후 미국의 첫 적극적 반응으로 읽힌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대화 요구에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한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처가 선행해야 한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이날 ‘북핵 폐기’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 화법을 구사했다. 또 “북한 체제 변환을 하려는 게 아니다”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덜어주고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며 불가침조약 체결 의사까지 내비쳤다. 미국 대북 정책의 기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이다. 북-미 불가침조약은 북한이 ‘2차 북핵위기’ 직후인 2002년 10월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요구에 대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해준 바 있다. 케리 장관이 이를 다시 환기한 것은 최근 북한이 핵보유의 이유로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의한 안보 우려를 거론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 정치적 의지를 실은 것이다. 그러나 주한 미대사관의 버네사 젠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전자편지를 보내 “케리 장관은 단순히 기존의 우리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젠지 대변인은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음을 상기시킨 뒤 “미국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신뢰할만한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오랫동안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선행조처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케리 장관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 정부도 케리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당국자는 “한-미 정책조율 과정에서 불가침조약이 거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지난 4월에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발언이 미사일방어 축소 논란을 빚자 “한반도 비핵화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미국 대통령이) 그런 (미사일방어의 추가 배치)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어떤 합의도, 논의도 없었고, 실제로 그 무엇도 협상 테이블에 상정돼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한국 정부도 “원론적 발언일뿐” 케리 장관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보면 지난 6월 북한의 북-미 회담 제안 이후 미국의 첫 적극적 반응으로 읽힌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대화 요구에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한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처가 선행해야 한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이날 ‘북핵 폐기’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 화법을 구사했다. 또 “북한 체제 변환을 하려는 게 아니다”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덜어주고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며 불가침조약 체결 의사까지 내비쳤다. 미국 대북 정책의 기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이다. 북-미 불가침조약은 북한이 ‘2차 북핵위기’ 직후인 2002년 10월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요구에 대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해준 바 있다. 케리 장관이 이를 다시 환기한 것은 최근 북한이 핵보유의 이유로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의한 안보 우려를 거론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 정치적 의지를 실은 것이다. 그러나 주한 미대사관의 버네사 젠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전자편지를 보내 “케리 장관은 단순히 기존의 우리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젠지 대변인은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음을 상기시킨 뒤 “미국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신뢰할만한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오랫동안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선행조처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케리 장관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 정부도 케리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당국자는 “한-미 정책조율 과정에서 불가침조약이 거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지난 4월에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발언이 미사일방어 축소 논란을 빚자 “한반도 비핵화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미국 대통령이) 그런 (미사일방어의 추가 배치)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어떤 합의도, 논의도 없었고, 실제로 그 무엇도 협상 테이블에 상정돼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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