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부대 주둔’ 남수단 현재 상황
국방부 “우리물자 오면 일 탄환 반환”
국방부 “우리물자 오면 일 탄환 반환”
정부가 공병부대로 남수단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한빛부대’에 탄약과 화기 등 개인 방호 장비 지원에 나선 것은 남수단 사태가 내전 수준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병부대인 한빛부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우리 한빛부대가 주둔하는 보르 지역 북쪽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은 한빛부대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부대 방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가장 이른 시간 안에 현지에 탄약과 화기 등 개인 방호 장비와 부식 등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남수단 내전이 끝난 뒤 재건 지원 임무를 수행하려고 파견된 한빛부대는 공병·의무대를 중심이어서 최소한의 무장력만 갖추고 있다. 김 대변인은 “우리 부대 주변에 중무장한 인도군이 있어 방어를 해줄 수는 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 방어 체제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자위대에서 소총탄 1만발을 지원받기로 한 것을 두고는 “평화유지 활동을 하는 부대는 필요한 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동안은 기름 등 비전투 물자를 주로 현지 조달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무기를 현지 조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국내법인 ‘평화유지활동협력법’을 근거로 한국군에 소총탄을 1만발 지원하기로 했다.
한빛부대 병력 284명이 주둔하고 있는 보르는 남수단 동부인 종글레이주의 주도로, 현재는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정부군은 원유 생산지이며 전략적 요충인 이 도시를 되찾으려 하고 있어 격렬한 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보르는 남수단이 수단에서 분리독립을 하기 전, ‘수단 2차 내전’ 기간이던 1991년 부족간 유혈사태로 민간인 2000여명이 무참히 살해되는 ‘보르 학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정부는 교민 보호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남수단에는 수도 주바와 톤즈, 보르 등에 신부와 수녀, 선교사, 자원봉사자, 기술인력 등 24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수단을 관할하는 주우간다 대사관에서 이들 교민들에게 직접 연락해 탈출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수단 사태는 지난 15일 시작된 반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반군이 이 나라 경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 생산지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내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임무단(UNMISS)의 토비 랜저 부단장은 “유혈사태가 확산하면서 보르 지역에는 공포와 절망의 분위기가 떠돌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비비시>(BBC)에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정세라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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