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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국립외교원, 외교관 양성기관으로 변신
입교 경쟁 후끈…“10% 4명은 탈락해요”

등록 2013-12-29 20:40수정 2013-12-29 22:36

국립외교원이 지난 16일 외교관 후보자 입교식을 마치고 정규 과정에 들어갔다. 이번에 입교한 43명의 교육생은 세 학기(49주)의 교육을 마친 뒤 내년 말 탈락자 4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교관으로 임용된다. 사진은 강의를 듣고 있는 교육생들의 모습. 국립외교원 제공
국립외교원이 지난 16일 외교관 후보자 입교식을 마치고 정규 과정에 들어갔다. 이번에 입교한 43명의 교육생은 세 학기(49주)의 교육을 마친 뒤 내년 말 탈락자 4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교관으로 임용된다. 사진은 강의를 듣고 있는 교육생들의 모습. 국립외교원 제공
외무고시 창구는 올해로 끝
49주 교육뒤 내년말 임용
“강의 50~60% 영어” 강도 높아
“일반대학원보다 2~3배 공부”
27일 오후 국립외교원 2층 제1강의실에선 색다른 세미나가 열렸다. ‘예비 외교관’들의 참관 하에 ‘G20 발전과 중견국 외교’를 주제로 열띤 토론회를 벌인 것이다. 국립외교원이 금요일 오후 격주로 여는 ‘주요 국제문제 분석 세미나’다. 외교원 관계자는 “주요 외교현안에 대해 외교원 교수들과 관련 전문가가 발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예비 외교관이 참관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직접 질문도 한다”며 “외교원의 싱크탱크 기능과 교육 기능을 결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립 50돌을 맞은 국립외교원이 기존의 싱크탱크 기능에 더해 외교관 양성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외교관을 배출해온 외무고시가 올해 47기 시험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국립외교원이 한국의 미래 외교를 이끌어갈 인재를 교육하고 배출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필기와 면접 등 세 차례의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된 외교관 후보자 43명은 지난 16일 국립외교원에서 입교식을 치르고 정규 과정에 들어갔다. 이들은 세 학기(49주) 교육을 마친 뒤 내년 말 정식 외무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외교원 관계자는 “공직 소명의식, 전문지식, 외교역량, 외국어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외교관으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외무공무원의 선발 방식이 이렇게 바뀐 것은 이른바 책상물림의 ‘독서실 인재’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 경험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도 뽑자는 취지였다. 이런 목표에 맞춰 선발 전형도 세 분야로 나눠 이뤄졌다. 일반 외교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일반 외교’ 분야에서 32명이 선발됐고, 중동·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러시아 등 지역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역 외교’에선 8명이, 또 군축·에너지·국제통상·개발협력·국제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외교 전문’ 분야에선 3명이 뽑혔다.

이번에 입교한 외교관 후보자들은 실제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한다. 국제통상 분야의 박진혁(32)씨는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한 뒤 기업체에서 근무했고 서울대 글로벌 경영대학원(NBA)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2002년 군복무 당시 상록수 부대로 동티모르에 파병돼 활동하면서 나라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민간 분야에서 일했는데 이번에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외교원 관계자는 “관련 분야 경험이나 학위를 요구하는 외교 전문 분야의 경우 특히 경력이 다양하고 평균 연령도 30대 초반으로 좀 높은 편”이라며 “군축 분야 입교생은 통일부와 복지부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개발협력 분야는 인도에서 유네스코 등 시민단체 활동을 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은 외교관 후보자 과정을 마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외무공무원을 양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학문적 소양과 함께 실무 교육을 강화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교수 요원도 올해 3명을 추가로 선발하는 등 모두 16명을 확보해 놓고 있다. 외교원은 내년 교수 요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등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가들과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등 외교 경험이 풍부한 전직 외교관도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테렌스 호프만 존스홉킨스대 교수(국제협상론)와 에릭 스턴 스웨덴 국방대 교수(위기관리론), 이채진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명예교수(외교정책) 등 외국의 유명 학자들도 단기 방문교수 형식으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수업은 강도가 꽤 높은 편이다. 강의의 50~60%는 영어로 한다. 수업이 9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데, 과제물 때문에 대체로 교육생들의 귀가 시간은 밤 10시~11시라고 한다. 중남미 지역 전문으로 입교한 한택진(27)씨는 “외교원에 도서관과 자습실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과제는 수업을 마친 뒤 외교원에 남아서 하는데, 대체로 10시~11시는 돼야 집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박진혁씨는 이곳의 공부량이 서울대 글로벌 경영대학원(MBA)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엠비에이는 4학기 과정을 1년에 압축한 인텐시브한 과정인데 이곳에서 요구하는 독서량이 이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생들 사이에 경쟁 요소도 일부 도입했다. 43명 가운데 10%인 4명은 성적에 따라 외교관 임용에서 탈락하게 된다. 외교원 관계자는 “임용 대상의 150% 한도 안에서 후보자들을 선발하도록 돼 있다”며 “올해는 첫 해인 만큼 탈락자를 10% 수준으로 했으나 경쟁률을 연차적으로 높여갈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원은 애초 이들 탈락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학위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현행 학제상의 문제 등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여기에 들어온 교육생들은 일반대학원보다 2~3배 더 공부하도록 돼 있다”며 “외교관 임용이 안되더라도 어디를 가든 제 몫을 해낼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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