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현지에서 압수한 조선 왕실 인장들. 황제지보(오른쪽 아래), 수강태황제보(왼쪽 위) 등 국새와 인장 9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문화재청 제공
정부, 미국과 ‘인장 9점 환수’ 합의
25~26일 한국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때 미국에 불법반출됐던 조선왕실 인장들을 가져와 반환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대한제국 국새였던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조선왕실 인장 9점을 오바마 방한 때 돌려받기로 미 당국과 최종합의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17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인장들의 반환을 위한 수사절차를 마무리하는 서류에 서명했으며 현재 인수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반환되는 인장들은 격과 용도가 다르다. 최고 권위의 국새는 3종이다. 황제지보를 비롯해 관리임명에 썼던 ‘유서지보’, 왕세자 교육을 맡은 관청인 춘방의 관원에게 내린 왕의 명령서에 썼던 ‘준명지보’가 이에 해당한다.
1907년 순종이 ‘태황제’ 존호를 올리며 만든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는 상왕 고종을 위해 만든 어보다. ‘향천심정서화지기’와 ‘우천하사’‘쌍리’‘춘화’‘연향’을 새긴 5종의 인장은 헌종이 서화 등을 감상하며 찍은 개인용 인장이다.
이 인장들은 한국전쟁 때 미군이 덕수궁 등에서 밀반출한 뒤 현지에서 거래되다 지난해 11월 미 수사국에 압수된 상태다. 문화재청은 “불법 반출입 문화재의 반환을 규정한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몰수 등의 절차를 마친 뒤 6월께 반환될 예정이었으나 오바마 방한을 계기로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민간컬렉션이 소장해온 문정왕후와 현종의 어보는 반환 절차에 시간이 걸려 이번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1박2일 방한 일정은 전쟁기념관 헌화로 시작된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8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일본-한국-말레이시아-필리핀 순)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헌화한 뒤 경복궁으로 이동해 한국문화를 체험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26일에는 먼저 국내 재계 인사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 양국간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그 뒤 한미연합사령부로 이동해 안보 현황을 브리핑받고, 용산미군기지에서 미군과 대사관 직원들에게 연설한 뒤 말레이시아로 출발할 계획이다.
일정을 고려하면, 그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24시간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3일부터 2박3일간 일본을 국빈 방문한다.
노형석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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