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 대응 설득력 흔들
일제 위안부 피해자의 강제동원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일본 쪽 검증 결과가 이번주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난 위안부 관련 발언들이 정부의 대응을 힘빠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법률전문가, 언론인 등 5명으로 이뤄진 고노 담화 검증팀은 이번주 발표하는 검증 결과 보고서에 지난 93년 담화 작성과정에서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당국자와의 ‘물밑 협의’를 통해 문안을 조정했다는 내용을 명기할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예를 들면, ‘군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에 대해 한국 쪽이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자, 일본 쪽은 증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양쪽이 타협했다는 것이다. 이런 검증결과는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한-일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일본의 물타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단, 우리 정부는 이런 결과가 발표될 경우 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고노 담화는 기본적으로 피해자 및 일본의 군인·조선 총독부 관계자, 위안소 경영자, 일본·미국의 공문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체적인 조사와 판단을 기초로 발표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담화를 훼손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 우리 정부는 국내외의 권위있는 입장과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칼럼이나 강연 등에서 ‘위안부 관련 배상은 끝났다’는 식으로 한 발언은 일본 쪽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에 대한 대응이나 지난 4월부터 매달 열리는 위안부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 등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협상력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나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총리 후보자가 개인적으로는 위안부 문제를 끝났다고 생각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어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당신네 총리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문 총리의 칼럼이나 발언을 거론할 경우 현장 외교관들이 방어하기가 어려워진다”며 “협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