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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이런 '존재감' 처음 남기고...강경화, 3년7개월 만에 퇴장

등록 2021-01-20 18:30수정 2021-01-21 21:36

문재인 정부 3년7개월 만에 ‘1기 내각’ 모두 퇴장
비고시 출신 파격 발탁…퇴장도 소리소문 없이
외교부 혁신 목표로 변화 이끌었으나
북핵·4강 외교 부재 낳았다는 비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6월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경례를 한 경비 직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6월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경례를 한 경비 직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20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발탁된 최장수 각료인 강경화 장관이 물러나게 됐다. 3년 7개월 전 무명에 가까웠던 ‘비주류’ 여성 인권전문가의 파격 발탁으로 인한 충격만큼, ‘소리소문 없는’ 전격적인 교체도 화제다.

강 장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비외무고시 출신의 다자외교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활동하던 강 장관은 발탁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 1차 내각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1948년 외무부 설립 이후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자, 38명의 ‘한국 외교부 장관’ 중에 국제적으로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강 장관 교체설은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져 왔다. 본인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교체설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교체설은 번번이 사그라들었다.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그를 대신할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 없고 교체 명분도 약하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연말을 넘긴 뒤에는 문 대통령과 임기 5년을 함께 하는 이른바 ‘오경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후임이 발표되며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장관도 물러나게 됐다.

‘외교부 혁신’이라는 목표를 들고 입성한 강 장관의 외교부는 지난 3년 7개월간 많이 달라졌다.

가장 부각되는 건 조직 문화의 변화다. 여느 조직처럼 연공서열 중심의 수직적 문화가 깨졌다는 게 내부 평가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큰 조직 중 (외교부처럼) 수평적이고 존중하는 문화를 단시간 내 만든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필수였던 과거 비효율적인 업무 형태도 사라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빼미’ 기질의 전임 시절 모두가 잠 못 드는 밤을 보냈는데 강 장관이 들어오면서 그런 문화는 사라졌다”고 했다. 앞서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대기성 야근과 주말 근무가 업무에 대한 헌신으로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며 ‘워라밸’을 강조했다. 그 탓에 일각에선 외교부 직원들의 ‘나사가 빠졌다’고 비판하지만, 외교부 직원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강 장관 임기 동안 외교부 조직 구성도 크게 변했다. 여성 간부의 비율이 높아졌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와 북미국 등 핵심 부서에서 여성 과장들이 탄생했다. 외교부 내에선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워싱턴 주미대사관으로 배치된 실무진이 “과거 북미·북핵 중심에서 다양해졌다”거나,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인사가 공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니어급의 사기를 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무관이 영어로 써서 올린 연설문을 장관이 수정한 뒤 ‘K’(케이)라고 써서 돌려주는 등 소소한 행동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식이다. 이날 강 장관의 교체 소식에 다수의 외교부 직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임기 내내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임부터 강 장관을 따라다닌 평은 “북핵·북미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임기 초반 북핵·북한 관련 메시지를 잘못 발신해 혼선을 빚는 등 잇따른 말실수도 그런 평가에 무게를 더했다. 2018년 북-미 협상이 시작됐지만 외교부의 존재감이 약했다거나 한-일 관계가 바닥으로 치닫는 동안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강 장관이 ‘성비위 불관용 원칙’을 밝혔지만 해외 공관에서 성비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외교부에선 성희롱·성폭력 고충 상담창구를 각 재외공관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 “신고 및 처리 체계를 공식화해 더 많이 드러났다”고 반박하지만, 강 장관 재임 기간 중 성비위 문제 해결이 큰 숙제였던 건 분명하다. 국제무대에선 경력을 인정받는 인권 전문가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강 장관을 둘러싼 평가는 앞으로도 갈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외교부 장관의 새로운 상을 정립했다”고 평가할 것이지만, “한국 외교의 핵심 고민인 북핵 및 4강 외교에서 성과를 못 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38명의 역대 장관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외교부 장관일 것이라는 점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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