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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물러가고 고발사주 다가온다

등록 2021-09-26 14:24수정 2021-09-26 17:02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98

대장동 의혹, 민주당 경선 큰 영향 못 미쳐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 소환 임박한 듯
의혹 대처 방식이 정치인의 위기관리 능력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9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경선 광주·전남 대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47.12%를 득표해 46.95%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섰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꺾은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누적 득표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52.90% 득표율로 과반을 지켰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은 34.21%입니다. 26일 저녁 6시에 발표되는 전북 투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은 그동안 “호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1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표차를 가급적 크게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광주·전남 득표율 차이는 0.17%포인트에 그쳤습니다.

고향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했던 이낙연 전 대표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것 같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북중, 광주일고를 졸업했습니다. 전남에서 네 번이나 국회의원을 했고, 전남지사도 했습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특히 고향인 호남에서도 두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두 사람은 국회의원, 국무총리 등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가 너무 크면 그늘이 깊은 법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자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몇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뛰어난 정치인이다. 그래서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호남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설명입니다. 저는 이 설명에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들로서는 무척 억울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경선은 이제 호남이라는 고비를 넘어 후반으로 달려갑니다. 앞으로 남은 개표 일정은 이렇습니다.

9월 26일 : 전북 7만6천명

10월 1일 : 제주 1만3천명
10월 2일 : 부·울·경 6만2천명
10월 3일 : 인천 2만2천명 + 2차 선거인단 50만명

10월 9일 : 경기 16만4천명
10월 10일 : 서울 14만4천명 + 3차 선거인단 30만명
더불어민주당 권역별 대의원·권리당원 경선은 충청에서 시작해 대구·경북, 강원을 찍고, 호남으로 갔다가, 제주와 부산·울산·경남을 거쳐 수도권으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세 차례 선거인단 투표를 합니다.

이런 일정과 방식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수도권에서 강세인 이재명 지사가 후반으로 갈수록 유리해집니다. 둘째, 권역별 대의원·권리당원보다 규모가 훨씬 큰 선거인단이 승부를 결정합니다.

앞으로 남은 관심사는 10월 10일 이재명 지사가 과반 득표에 성공해 경선을 끝내느냐, 아니면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이낙연 전 대표와 결선 투표를 치르느냐일 것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결선 투표로 가더라도 이낙연 전 대표가 역전승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의 금언은 정치에서도 유효합니다. 지켜보기로 하지요.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별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장동 의혹은 9월 10일 <주간조선> 표지 기사 “이재명표 ‘대장동 개발’ 또다시 잡음”을 통해 제기됐습니다. <조선일보>가 9월 13일 치, 14일 치에 잇달아 1면에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이 “국민연금은 악덕사채업자라더니, ‘대장동 개발 특정인 몰아주기 의혹’에는 뭐라 할 텐가”(9월 14일), “대장동 개발 사업은 이재명 지사의 ‘최대 치적’이 아니라 ‘최대 의혹’이다”(9월 15일)라고 잇따라 논평을 냈습니다.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경선 후보들이 가세해 맹폭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사안을 경선 쟁점으로 부각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설명해야 한다”고 공격했습니다. “안전한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호남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보면 이런 호소가 별로 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대장동 의혹은 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요?

저는 대장동 의혹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한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지사의 비리로 연결하려는 쪽에서 사용하는 프레임은 ‘불법 대선자금’ 프레임입니다.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쉽게 표현하면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개발을 통해 이번 대선에 쓸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한 것 같다”는 가설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근거는? 물론 없습니다. 프레임 공격은 사실관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흙탕물을 튀겨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대선자금은 오래 전인 3김 시대, 그리고 노무현-이회창 시대까지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정치자금의 입구와 출구가 거의 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개발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을 마련한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입니다. 대선 출마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감옥에 들어가야 할 사안입니다.

호남의 영민한 유권자들이 이런 터무니 없는 가설을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정치 공세는 일시적으로 위력적일 수 있지만, 국민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최근 언론의 집중 취재가 이어지면서 대장동 의혹의 실체와 전모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증언은 9월 24일 <와이티엔>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화천대유 법률 고문 이경재 변호사를 인터뷰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에서 최순실 씨 변호를 맡았던 사람입니다.

최순실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2018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순실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2018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금 가장 기본 틀이 대장동 개발 계획을 민간업자하고 짜 가지고, 이재명 지사가 짜 가지고 하면서 민간업자한테 거대한 이익을 주게 했다, 그 이익을 상당 부분 이재명이 가져간 거다 이거 아닙니까. 억울한 사람을 그래선 안 되고, 과도하게 이익이 창출된 것에 대해서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비리가 드러나고 하면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건 정치 공세지, 명백하게.”

(이재명 지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보세요?)

“있을 턱 없지. 왜냐면 전부 자금이 딱딱 디지털로 세금계산서 끊어서 탁탁 진행되는 이건데, 거기 끼어들 여지가 어디 있냐고.”
“분배구조 짤 때는 그 성남시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게끔 분배구조를 짰다니까. 그런데 그 후에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201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마구잡이 올라가잖아요.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이익이 창출된 거요. 이거를 제일 처음 분배구조를 짤 때는 그런 걸 예상하지 않았다고.”

(예상 못 했다는 게 상식적이란 말씀이시죠?)

“당연하지. 강남에 30평짜리 십몇억 원 하던 게 지금 30억 원 하는 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냐고. 그걸 함 생각해보라고.”
어떻습니까?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대장동 의혹의 실체는 머지않아 윤곽이 거의 드러날 같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문재인 정부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믿을 수 없다”며 정치 공세를 계속할 것입니다. 대선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재명 지사의 대응 방식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좀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9월 14일 국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 시간 동안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격렬하게 반박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일부러 가짜뉴스를 뿌리는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9월 18일부터는 “토건비리 세력과 새누리당(지금의 국민의힘)이 유착된 커넥션,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범적 공익사업’이 갑자기 ‘국민의힘 게이트’로 바뀐 것입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의 신뢰를 무너뜨리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이런 대응은 지나치게 즉자적입니다. 초기에 좀 손해를 보더라도 차분하게 의혹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과 비슷합니다.

누가 갑자기 때리면 일단 맞고 나서 “누가 때렸는지” “왜 때렸는지”를 천천히 생각해가며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자마자 ‘누가 때렸는지’, ‘왜 때렸는지’도 모르고 그쪽을 향해 일단 주먹을 날렸다가는 자칫 엉뚱한 사람을 폭행하는 수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맞지 않으려고 재빨리 몸을 피하면 길옆 배수로에 빠져서 골절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선주자급 정치인은 언제든 비리 의혹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의혹 자체보다도 그에 대처하는 대선주자의 태도와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혹에 대처하는 태도와 자세가 바로 그 대선주자의 위기대처 방식이요, 위기관리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1995년 박계동 국회의원의 폭로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터졌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지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1992년 대선 때 노태우 대통령에게 20억원을 받았다”고 먼저 고백했습니다.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밝혀내서 발표하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는 ‘선수’를 친 것입니다.

민자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뒤늦게 “김대중 총재가 20억원만 받았을 리 없다”고 ‘20억 플러스알파’설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김대중 총재의 말을 더 믿었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장동 의혹 때문에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실종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럴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언론의 보도는 다소 줄었지만,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기사를 혹시 읽어보셨는지요?

검찰, 조성은이 ‘고발장 사진’ 작년 4월 3일 다운로드 확인(9월 23일 치 5면)

공수처, 조성은 제출 사진 조작 가능성 낮다고 판단(9월 24일 치 5면)

그런가 하면 <한겨레>는 9월 25일 치 6면에 ‘검찰, 고발사주·대장동 의혹 수사 내달말까진 손턴다’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경향신문>도 9월 25일 치 4면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다음주 소환 조사 본격화’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소환이 임박한 것 같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발 사주 의혹은 대장동 의혹과 달리 실체가 있는 사건입니다.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보낸 것은 거의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최측근 참모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법적, 정치적 책임을 어디까지, 어떻게 져야 하는 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과 캠프 인사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공작’이나 ‘조작’이라고 여전히 우기고 있습니다. 객관적 물증 앞에서 손준성 검사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텐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 상대를 겨냥한 정치 공세는 보기보다 상당히 위력적입니다. 초반 여론은 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쪽으로 형성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커지는 의혹이 있고, 갈수록 흐지부지되는 의혹이 있습니다. 민심은 언제나 본질을 꿰뚫어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체 여부에 따라 의혹의 운명이 갈리는 것입니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은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입니다. 하나는 불법 대선자금 조성 및 부동산 투기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 사유화 및 국기 문란 의혹입니다. 어느 쪽 의혹이 점점 커지고, 어느 쪽 의혹이 흐지부지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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