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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거 최대 미션 “국회의장을 차지하라”

등록 2020-02-23 10:37수정 2020-02-23 14:29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09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1당 싸움 치열할 듯
국회의장은 ‘무기명 투표 재적 과반수’로 선출
과반 의석 확보 위해선 3~4당과 연대 불가피
비례 위성정당은 다당제 협력 정치에 어긋나

‘1당 의장’ 관례지만 15~16대 자유투표 전례도
1998년 15대 후반기 3당 자민련 박준규 의장
2000년 16대 전반기 2당 민주당 이만섭 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입니다. 그러나 실제 권력은 별로 없는 자리입니다.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많이 축소됐습니다. 각 정당 원내대표 합의가 없으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 들어서 국회의장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원이 맡았기 때문에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능했습니다.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의원이 맡았기 때문에 ‘4+1’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는 4월 15일 치르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한 이유는 의석수 자체보다도 선거 결과에 의해 국회의장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최근 “지금은 우리가 소수당이어서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추진이 되지 않지만,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필요합니다. 탄핵소추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야당이 이런 절차를 추진하려면 국회의장이 야당 편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심재철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 발언은 4·15 총선거 이후 미래통합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전제에서 성립합니다.

국회의장은 반드시 원내 1당 소속 국회의원이 하게 되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법 조항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 15조 (의장 ㆍ부의장의 선거 )

①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

② 제 1항에 따른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실시하며 ,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실시한다 . 다만 , 그 날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 다음 날에 실시한다 .

③ 제 1항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2차투표를 하고 , 2차투표에도 제 1항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최고득표자가 1명이면 최고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하여 , 최고득표자가 2명 이상이면 최고득표자에 대하여 결선투표를 하되 ,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는 조항이 있을 뿐, 원내 1당 소속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그동안 원내 1당 소속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맡아온 것은 정치적 관행에 불과합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을 누구로 뽑을 것인지 합의하면 의원들이 대체로 그 합의에 따라 국회의장을 선출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018년 7월 13일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275표 가운데 259표를 얻어 국회의장에 당선됐습니다. 전임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6년 6월 9일 총투표수 287표 가운데 274표를 얻어 국회의장이 됐습니다.

원내 1당 국회의장 관행이 늘 지켜진 것은 아닙니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1998년 15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자신들이 여당이므로 국회의장 자리도 새정치국민회의나 자민련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1998년 7월 24일 3당 원내총무들은 국회의장을 국회의원들이 자유투표를 해서 선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사상 초유의 표 대결이 벌어진 것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1998년 8월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는 세 차례나 진행됐습니다. 1차와 2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었기 때문에 3차 결선투표까지 한 것입니다. 당시 회의록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1차 투표 : 총투표수 295표 중 오세응 의원 137표 , 박준규 의원 147표 , 기권 5표 , 무효 6표로써 재적의원 과반수를 득표한 의원이 없으므로 국회법 제 15조 제 1항 및 제 3항의 규정에 의해서 2차 투표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2 차 투표 : 총투표수 295 표 중 오세응 의원 141 표 , 박준규 의원 146 표 , 기권 6 표 , 무효 2 표로써 이번에도 재석의원 과반수를 득표한 의원이 없으므로 국회법 제 15 조 제 3 항의 규정에 의해서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3 차 투표 : 총투표수 295 표 중 박준규 의원 149 표 , 오세응 의원 139 표 , 기권 6 표 , 무효 1 표로써 국회법 제 15 조 제 3 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수를 득표한 박준규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박준규 전 국회의장
박준규 전 국회의장

박준규 의원은 원내 1당도 아니고 원내 2당도 아니고 원내 3당인 자민련 소속이었습니다. 원내 2당 새정치국민회의와 3당 자민련 의원들이 힘을 합쳐 ‘자민련 국회의장’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국회의장 선출에는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박준규 국회의장 카드를 받아들인 것은 “대통령은 호남 사람, 국무총리는 충청도 사람(김종필 총리)이니, 국회의장은 영남 사람(박준규 의원)이 해야 한다”는 이강래 정무수석의 논리에 수긍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16대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 133석, 새천년민주당 115석, 자민련 17석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당연히 원내 1당인 자신들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번에도 공동정부를 구성한 여당에서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5대 후반기에 이어 다시 한 번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2000년 6월 5일 열린 본회의 회의록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총투표수 273 표 중 李萬燮 의원 140 표 , 徐淸源 의원 132 표 , 徐英勳 의원 1 표로써 국회법 제 15 조제 1 항의 규정에 의하여 재적의원 과반수를 득표한 李萬燮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당시 국회의원 정원은 273 명이었습니다 . 의원 전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원내 2 당 새천년민주당 소속 이만섭 의원이 원내 1 당 한나라당 소속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국회의장에 당선된 것입니다 . 16대 국회 후반기에도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 공동정부가 무너진 이후입니다. 2002년 7월 8일 본회의 회의록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총투표 수 258 표 중 朴寬用 의원 136 표 , 金令培 의원 112 표 , 趙舜衡 의원 6 표 , 金宗鎬 , 金忠兆 의원 각각 1 표 , 기권 1 표 , 무효 1 표로서 국회법 제 15 조제 1 항의 규정에 의하여 재적의원 과반수를 득표한 朴寬用 의원이 국회의장에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국회의장 자리가 야당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 이때 선출된 박관용 국회의장은 2004 년 3 월 12 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습니다 . 자 이제 4·15 총선거 이후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싸움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1당 싸움’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 둘 중 한 정당이 1당을 차지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이 1당, 미래통합당이 2당을 차지하는 경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미래통합당 지역구 의석과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의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으면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래통합당이 순순히 물러설까요? 자신들과 성향이 비슷한 군소야당을 끌어들여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유투표를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표 대결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 지역구 의석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의석을 합친 숫자가 더불어민주당보다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자매정당이므로 자신들이 ‘사실상 1당’이라고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맡겠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주장을 인정해 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정당법상 엄연히 다른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원내 1당이므로 당연히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표 대결이 벌어집니다.

둘째, 미래통합당이 1당, 더불어민주당이 2당을 차지하는 경우입니다.

미래통합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15대와 16대 전례를 들어 여당인 자신들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표 대결이 벌어집니다.

결국 어떤 경우라도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21대 총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변의 연속이었던 총선거 결과를 벌써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일입니다. 다만 19대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권역별 의석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두 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민주통합당 시절 127석으로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하고도 정치적으로는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새누리당 과반 의석을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대에는 그보다 적은 123석으로 1당을 차지하면서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새누리당을 2당으로 주저앉혔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실력은 대략 120석대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지역구 의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성적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많이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의석만으로 1당을 차지하기도 역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19대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은 127석으로 민주통합당 의석과 똑 같습니다. 20대 지역구 의석은 105석에 불과합니다.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만 내는 미래통합당이 웬만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석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대 권역별 양당 의석 >

수도권 112 새누리 43 민주통합 65

대구경북 27 새누리 27 민주통합 0

부울경 40 새누리 36 민주통합 3

호남 30 새누리 0 민주통합 25

충청강원제주 37 새누리 21 민주통합 13

비례 54 새누리 25 민주통합 21

합계 새누리 152 민주통합 127

<20대 권역별 양당 의석 >

수도권 122 새누리 35 더민주 82

대구경북 25 새누리 21 더민주 1

부울경 40 새누리 27 더민주 8

호남 28 새누리 2 더민주 3

충청강원제주 48 새누리 20 더민주 16

비례 47 새누리 17 더민주 13

합계 새누리 122 더민주 123

따라서 이번 4·15 총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정의당,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친 새로운 정당 등 ‘제 3세력’과 무소속 국회의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서는 이들이 결정적으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이라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현실론’도 나오고 있지만, 명분이 너무 없어서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을 묶어서 패스트 트랙에 올리면서 민주당이 의석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다당제 연합 정치’를 추구한다는 큰 명제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현행 선거법은 ‘다당제 연합 정치’로 가는 출발입니다. 따라서 선거 이후 1당과 2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비례 위성정당 출현 등 현행 선거법의 허점은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입니다. 22대 총선 전에 다시 손질하면 됩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바로 그 ‘꼼수’를 그대로 따라서 한다면 ‘착함’이라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얍삽하게 움직이는 사람과 둔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싸우면 얍삽한 사람이 늘 이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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