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후보 이름 가리면 누구 건지?…이·윤, 공약일치 사례만 16건

등록 2022-01-21 04:59수정 2022-01-21 07:55

정책 차별성 없는 이재명-윤석열
2030·서울 표심, 승부처 압축되자
‘선점효과’ 노리며 비슷한 정책
캠프선 후보 일정 등 눈치싸움
상대 공약에 증액 등 수위 높이고
발표 시점 앞당겨 ‘공약 부각’ 경쟁
지난해 11월24일 ‘2021 중앙포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손을 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11월24일 ‘2021 중앙포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손을 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솔직히 후보 이름을 가리면 이재명 공약인지 윤석열 공약인지 알기 어렵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앞다퉈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공약의 차별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선 주요 승부처가 ‘2030세대’와 ‘서울’로 압축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책 차별성이 모호해지다 보니 상대의 공약을 받아 강도를 높인 뒤 자신의 공약으로 발표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은 20일 가상자산 투자수익의 과세 기준을 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날 “(과세 면제기준을) 5000만원으로 할지 조금 더 고민해야한다”고 했으나, 윤석열 후보가 “과세기준 5000만원으로 상향”으로 치고 나가자, 이 후보 쪽도 하루 만에 ‘5000만원’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JM, 우리가 원하던게 이거잖아 - 리아킴, 백구영, 영제이, 시미즈, 하리무, 루트와의 만남’을 갖고 댄서들에게 춤동작을 배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JM, 우리가 원하던게 이거잖아 - 리아킴, 백구영, 영제이, 시미즈, 하리무, 루트와의 만남’을 갖고 댄서들에게 춤동작을 배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가 민주당 선대위 자료에서 확인한 두 후보의 ‘공약 일치 사례’는 이날 현재 모두 16건이다. 특히 2030세대 공약과 부동산 공약이 상당부분 겹치는 모습이다. ‘병사월급 200만원’ 도입은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24일 발표한 뒤, 윤 후보가 약 2주 뒤인 1월9일에 같은 내용으로 발표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통한 이용자 보호 강화’, ‘성폭력 처벌 강화’ 등도 두 후보의 유사 공약이다. 부동산 공약 역시 여야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후보가 지난해 12월18일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건강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며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를 발표하자, 윤 후보는 며칠 뒤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경인선 전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서울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최대 500% 허용도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표한 공약들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윤 후보의 ‘공약 침해 사례’가 많다”며 “이 후보는 경선 때부터 차근차근 공약을 발표해왔다. 우리가 정책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발표하는 정책이 현 정부와 정책의 결이 다르다고 지적하며 “정책 신뢰성이 없다. 좋은 것은 다 하겠다는 것인데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부본부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상대 공약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정책만 예를 들어도 여당 후보가 맞는지 현 정부와 배치되는 정책이 여럿이다. 정책 신뢰성의 문제를 유권자들이 유심히 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공약 수렴’ 현상은 두 후보의 공략 대상이 일치하는데서 비롯된다. 여야 모두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서울·수도권과 2030 청년이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진 않는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여야 모두 2030과 서울 민심을 주로 공약하다 보니 과녁에 화살이 꽂히는 데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캠프마다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상대 일정과 공약을 정확히 파악해 발표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상대 후보가 어디 행사에 간다 그러면 공약이 뭔지, 정보망을 최대한 가동해서 알아내 우리가 먼저 발표해버리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책 차별성이 없다보니 경쟁적으로 ‘수위’가 높아지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선대위 관계자는 “실컷 준비해놨는데 상대가 먼저 내보내면 힘 빠진다. 그러면 우리끼리 공약은 다 똑같아진다면서 위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차별화하려고 50받고 100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윤 “국정철학 흔들림 없다”…총선 당선자 일부에 전화 1.

[단독] 윤 “국정철학 흔들림 없다”…총선 당선자 일부에 전화

국힘 원로들 “윤 대통령 불통 국민 심판 받아…당이 직언해야” 2.

국힘 원로들 “윤 대통령 불통 국민 심판 받아…당이 직언해야”

조국, ‘윤 비공개 사과’ 대통령실 주장에 “거짓말이라 본다” 3.

조국, ‘윤 비공개 사과’ 대통령실 주장에 “거짓말이라 본다”

[단독] 박영선·양정철 떠본 뒤…‘장제원 비서실장’ 유력 검토 4.

[단독] 박영선·양정철 떠본 뒤…‘장제원 비서실장’ 유력 검토

윤 대통령 ‘굳이’ 비공개 사과…안철수 “진정성 전달 안 된 큰 요인” 5.

윤 대통령 ‘굳이’ 비공개 사과…안철수 “진정성 전달 안 된 큰 요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