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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간단체 보조금 칼 빼든 대통령실, 돈줄 조여 ‘비판세력 힘빼기’

등록 2023-06-05 05:00수정 2023-06-05 14:0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4일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여론 지형이 불리하지 않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반노동 기조로 보수층을 결집시킨 경험이 있는데다,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 ‘칼’을 빼들어 활동을 위축시키고 직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 정국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의 부정 사용 금액은 314억원(1865건) 규모다. 2020년~2022년 3년 동안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감사가 이뤄진 6조8천억원의 0.46%다.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29개 부처별로 비영리 민간단체를 감사한 결과다.

이날 대통령실은 감사를 주도한 총리실 대신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에 나섰다.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강화’가 윤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7일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민간단체 회계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주문한 바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의 주요 적발 사례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시민단체는 없었다.

한편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 발표를 두고, 한·미·일 정상회담 등 연이은 외교 행보로 최근 국정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의 ‘부패 엄단’ 이미지를 부각해 국정 동력 지렛대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노조 때리기’에 이어 민간단체 보조금 잡기가 고정지지층 결집 등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국민들의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 활성화’를 제시했는데, 이 또한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민간단체의 부정·비리 사례를 보고받은 뒤 “앞으로도 계속 (회계 투명성을) 관리해서 국민의 혈세를 국민이 직접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워낙 (보조금 지급 규모가) 방대해 국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잘못 사용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실은 전임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수석은 “지난 (2016~2022년 6년 동안) 보조금 규모가 2조원 이상 증가했고 횡령, 회계 부정 등 다수의 불법 사례가 있었다”며 “보조금 예산은 매년 급증해온 반면, 관리는 부실해 부정과 비위를 막지 못했고,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선심성·정치편향성 사업에 몰렸고,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문제의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전 정부에서) 보조금이 이례적으로 늘어났는데, 정상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며 “정부 관리 역량이 줄어든 반면 보조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부정 사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해야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정부에 비판적인 민간단체를 겨냥한 ‘편가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 언론, 노동조합 등 반대 세력을 포용하지 않는 편가르기 정치를 거듭해왔다. 4·19 기념사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사에서 사실상 야당이나 노동계, 사민사회단체 등을 겨냥해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극단의 정치’를 드러낸 바 있다. 이관석 수석도 지난 2일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 강연에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야당의 발목잡기”와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꼽았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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