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행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번주 초 박 변호사 만날 예정…“출마 계기는 역사의 흐름”
“가장 중요한 좌표는 반한나라…윤여준 전 장관 말씀은 당혹스러워 ”
“가장 중요한 좌표는 반한나라…윤여준 전 장관 말씀은 당혹스러워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5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물결”이라며 “그 물결을 거스르는 집권세력(한나라당)”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출마 검토 중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출마를 양보할지가 현재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초 박 변호사를 만날 예정이다.
안 원장은 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 문제에 대해 현재 반반”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주 중반까지는 출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 원장은 ‘출마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역사의 흐름”을 강조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물결이다, 저도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라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제가 생각할 때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라며 반한나라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그럼 답은 명료하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제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반한나라당)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역사와 거꾸로 가는 행태’에 대해서 “나는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인) 1970년대를 경험했다. (현 집권세력이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거 거꾸로 갈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제한을 비롯한 많은 부분들에서 군사독재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경향성을 읽었다는 부연이다.
그는 다만 “저주를 품고 망해라 이런 건 절대로 아니다. 거기도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오는 데 많은 역사와 자산, 경험이 있다. 그런 정당인데 잘 됐으면 좋겠다. 잘 변신했으면 좋겠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시장 출마 여부도 이 틀 안에서 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세훈 시장 사퇴 이후 한나라당이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다는 여론의 흐름을 보고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해 나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게 됐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이 그 문제를 촉발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시민사회 진영의 후보로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한국 사회의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며 “워낙 그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분을 만나고 난 뒤에 나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역사의 흐름’에 대한 관점에서 “한 사람의 영웅이 역사를 만들거나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저를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며 “(서울시장 출마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희생인지, 그 반대로 박원순 변호사 같은 좋은 준비된 분에게 양보해 역할을 맡지 않는 게 희생인지, 그것이 현재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현재 백두대간 종주 산행 중인 박원순 변호사로부터 두통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이번주초에 둘이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녁 때 숙소로 내려와 보낸 장문의 이메일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그분의 뜻이 확고한 것 같다”며 “그 분이 원하시면 그 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안철수연구소의 아름다운가게 참여부터 아름다운재단 이사 역임까지 반 변호사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안 원장은 ”나는 그의 동료이자 응원자인데 이번에 박 변호사의 출마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느낀 이상 내가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만약 내가 출마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차지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야권진영과의 단일화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밖에 이번 출마와 관련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서울대와의 신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전 장관에 대해 “3개월 전에야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만났다. 내가 만나 조언 듣는 300여명의 멘토 중에 한 분”이라며 “그분이 선의로 제3당 창당 등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너무 많이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맡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직과 관련해 “서울대로 옮겨 한 학기만 근무한 만큼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신의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것은 내가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작은 신의라도 지켜야한다는 원칙과 다른 것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