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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시간 이상의 자유는 행복감을 떨어뜨린다?

등록 2021-09-23 10:03수정 2021-09-23 10:16

자유시간 늘어나면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2시간 넘으면 정체되고 5시간 이상은 하락
자유시간과 행복감의 관계는 ‘뒤집어진 U자’ 곡선을 그린다. 픽사베이
자유시간과 행복감의 관계는 ‘뒤집어진 U자’ 곡선을 그린다. 픽사베이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삶의 순간들은 각기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는 시간이 행복감과 깊은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의 행복 연구들에 따르면 돈보다 시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전반적으로 더 높다(2016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 또 물품 구매보다 시간을 절약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행복감을 더 높인다(2017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

시간이 부족하거나 촉박하다는 생각은 조바심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질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개인의 자유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행복감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정 정도에 다다르면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의 자유시간은 행복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며 시간의 양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구진은 2012~2013년 미국인 시간 사용 설문조사에 참여한 2만1736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자유시간과 행복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에는 설문 참가자들이 이전 24시간 동안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얼마의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이 들어 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설문 참가자들은 자유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주관적 행복감도 좋아지다가 2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정체상태를 보이며 5시간을 넘어서면 오히려 행복감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걸 발견했다. 자유시간과 행복감의 관계는 ‘뒤집어진 U자’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자유시간을 보내거나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똑같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어 1992~2008년에 실시된 전국 노동력 변화 연구에 참여한 1만3639명의 설문 데이터 중 자율재량 시간에 대한 응답 결과를 분석했다.

이 설문은 예컨대 평균적으로 근무시간 중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지, 삶의 만족도로 측정되는 주관적 웰빙감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매우 만족이면 1점, 매우 불만이면 4점을 줬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에서도 자유시간이 주는 행복감은 일정 정도까지만 유의미했으며, 이를 벗어난 초과 자유시간은 행복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운동이나 취미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행복감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언스플래시
운동이나 취미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행복감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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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산적 활동에 시간 쏟으면 행복감 더 낮아져

연구진은 추가로 6천여명을 대상으로 두 가지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최소 6개월 동안 매일 주어진 양의 자유시간을 갖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과소(하루 15분), 중간(하루 3.5시간), 과다(하루 7시간)의 자유시간 가운데 하나를 배정했다. 연구진은 이어 참가자들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느끼는 즐거움, 행복감, 만족감의 정도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자유시간이 과소·과대에 속하는 참가자들은 중간 그룹보다 낮은 행복감을 보고했다. 자유시간이 적은 사람들은 중간 정도의 시간을 가진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아 행복감이 낮아졌지만, 자유시간이 과다한 그룹도 중간 그룹보다 생산성이 낮다고 느꼈으며 이는 행복감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어 생산성이 잠재적 역할을 살펴보는 두번째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엔 참가자들에게 하루에 중간(3.5시간) 또는 과다(7시간) 자유시간을 갖는 것으로 상상하도록 하고, 그 시간을 운동이나 취미 같은 생산적인 활동에 쓸지 아니면 텔레비전 시청 같은 비생산적인 데 쓸지 선택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자유시간이 더 많은 참가자들이 비생산적 활동에 참여할 때 행복감이 더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생산적인 활동을 할 때는 자유시간이 많은 사람과 중간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 서로 비슷했다.

연구를 이끈 마리사 샤리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 온종일 자유시간을 갖는 것은 오히려 사람을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하는 방식으로 적당한 자유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컨대 은퇴나 퇴직시 생기는 과다한 자유시간은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새로 찾은 자유시간은 그냥 보낼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갖고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여가시간에서도 과유불급(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연구진은 그러나 자유시간의 정도에 따른 효과의 차이가 크지 않고, 미국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터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하루 2~5시간이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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