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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장기 이식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등록 2022-08-22 10:12수정 2022-08-22 11:35

[서보라미의 동물대체시험]
돼지 심장 이식 성공 발표 잇따라
동물 장기 채취 싸고 윤리 논란도
인공심장· 장기기증 대안 활성화를
세계적인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동물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하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하다.  출처: Animal Free Research UK
세계적인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동물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하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하다. 출처: Animal Free Research UK
2021년 기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등록된 장기기증자 수는 442명에 이른다[1]. 같은 해 이식 대기자 수는 3만9261명으로 실제 장기를 기증하는 수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 부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공여를 받지 못해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인 사람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안으로 바이오 이종장기 이식을 내놓고 있다.

이종장기의 의미를 포함한 바이오 인공장기란 “질병, 물리적 손상 등에 의해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장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생산된 것을 말하며, 생산 방법에 따라 동물 기반, 세포 기반, 전자기기 기반 인공장기로 구분”한다[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022년 10대 바이오 분야 미래 유망기술로 ‘바이오장기 생산 키메라 기술’을 선정했다. 이는 ‘인간 줄기세포를 동물에 넣어 이식 및 치료 목적으로 인간의 조직이나 장기, 기관을 동물에서 생산하는 기술’을 뜻한다[3].

이종간 질병 전염 가능성 벽에 막혀

국내 뉴스로도 화재가 되었던, 최초 유전자 변형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 이식 성공 사례가 지난 1월 보도됐다. 57살의 환자는 기존 심장 질환이 있었으며 10가지 유전자 변형이 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돼지가 받은 유전자 변형은 특정 유전자 제거(knock out) 방법으로,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한 사람 유전자를 삽입, 이식 후 돼지의 심장 크기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성장 호르몬 유전자 제거 등을 포함한다. 환자는 2022년 3월 사망했다.

2022년 1월 앨라배마대학교에서는 뇌사자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조직적합성 시험을 통과했으며, 3일 연구 기간 동안은 신장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복합적인 장기의 기능 실패와 신장의 기능장애를 평가하는 지표인 크레아티닌 청소율(creatine clearance)의 회복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종장기 이식의 어려운 단계를 극복했다고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4].

심장과 신장이식 두건 모두 이종장기 이식 시 일어나는 초급성 거부반응은 없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에 의해 가능했다고 보고, 최신의 유전자 편집 기술과 이종장기 이식이 만난 사례라고 여긴다. 하지만 두 사례에서 이종장기 만성 거부 반응과 이종간 질병 전염 가능성이라는 걸림돌을 넘지는 못했다.

또한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우려로 손꼽히는 이종 간 감염 또는 질병 발생에 대한 수수께끼도 풀지 못했다. 최신 보고서들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사망은 여러 복잡한 이유로 심장이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5].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재현한 관상 동맥. 카네기멜론대 제공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재현한 관상 동맥. 카네기멜론대 제공
동물 대체하는 바이오프린팅 주목

돼지를 이용한 시도 외에 점점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다른 장기 이식 대안도 소개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21년 인공심장 이식이 허가되었고, 같은 해에는 미국 듀크대학병원에서 실제로 인공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여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심장 개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은 FRESH(Freeform Reversible Embedding of Suspended Hydrogels)라는 3D 프린팅 기술로 사람 조직의 재질과 구조를 모사해 보였다. 이는 조직의 크기에 상관없이 성인의 조직도 기능을 모사하는 단계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여 보다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에서도 점차 동물의 대안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심장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종의 면역거부반응 없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3년간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동물대체시험평가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비임상 동물대체시험평가를 위한 인공장기 생산시설을 지원한다.

돼지가 장기이식의 대표 동물이 된 이유

이종장기 이식에 이용되는 돼지는 돼지를 위한 환경이 아닌, 의료 목적을 위해 특별히 조성된 환경에서 길러진다. 하지만 한국에서 돼지라는 생명의 장기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측면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된 적은 없다. 공장식 농장처럼 이종장기 사용을 위해 돼지를 기계처럼 복제하는 상황이 오면 이에 대한 거부감은 없을까? 돼지의 장기를 받은 사람은 이종이식 수혜자로서 갈등은 없을까?

이종장기이식 논문지의 주 편집자 네오 불러 박사는 이종장기 이식을 위해 길러지는 돼지 시설에 대해 “공간에는 창문이 없고, 돼지들은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필터가 된 공기는 살균이 되어 공급됩니다.”라고 말한다[6].

지금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이 없던 시기에 시작된 이종장기 이식 시도에서 돼지가 그 대표 동물이 된 배경으로 연구자들은 크게 세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돼지는 유전자 조작이 쉽다는 점이다. 둘째는 감염 방지를 위해 멸균된 공간에서 자랄 수 있다는 점, 셋째는 어느 크기의 장기로든 필요한 대로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돼지를 이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편리했기 때문이다.

장기조직 기증 희망 등록 후 받는 카드와 설명서.
장기조직 기증 희망 등록 후 받는 카드와 설명서.
‘돼지가 사람의 장기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인가’라는 의학적인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장기이식 대기자에게 이종장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기대를 주고 정부에서도 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장기 이식 희망자 수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직접 장기조직기증 희망 등록 절차를 알아봤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koda1458.kr)를 방문하면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기증과 관련된 편견에 대한 팩트 체크 등의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기증 희망등록은 온라인상에서 간단하게 본인 확인 등의 절차를 걸쳐 간단하게 등록이 가능하다.

올해 초 미국에서 들려온 이종장기 소식에 국내에서도 이종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장기적 방안으로 동물의 장기를 사람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 대안 기술 발전 및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길 바란다.

서보라미/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한국HSI) 정책국장 bseo@hsi.org

주)

[1] https://www.koda1458.kr/home.do

[2] 한국연구재단 R&D Brief 2021-48호 바이오 인공 장기-동물기반

[3]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2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4]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ajt.16930

[5] https://www.medschool.umaryland.edu/news/2022/University-of-Maryland-School-of-Medicine-Faculty-Scientists-and-Clinicians-Publish-Findings-of-Worlds-First-Successful-Transplant-of-Genetically-Modified-Pig-Heart-into-Human-Pati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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