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왜 어떤 아침은 개운하고 어떤 날은 찌뿌둥할까…4가지 차이

등록 2022-12-01 09:58수정 2022-12-02 16:52

전날의 충분한 수면과 낮시간 운동
단백질보다 탄수화물 위주 아침식사
포도당 음료는 되레 주의력 떨어뜨려
전날의 식사, 수면, 운동량에 따라 다음날 아침 각성도가 달라진다. 픽사베이
전날의 식사, 수면, 운동량에 따라 다음날 아침 각성도가 달라진다. 픽사베이

아침이라고 다 같은 아침은 아니다. 어떤 날은 머리가 개운하고 정신도 또렷하지만, 어떤 날은 집중도 잘 안되고 흐리멍덩하다. 특별히 전날 과음을 하거나 과로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집중력이나 주의력 저하는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주의력 저하는 생산성 하락, 안전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만 그 규모가 한 해 4천억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아침 시간의 각성도를 결정하는 4가지 요인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사람의 정신적 각성 상태와 관련한 이런 질문에서 흔히들 먼저 부닥치는 과제는 유전의 영향력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함께 알아보기 위해 833명의 실험참가자 중 상당수를 쌍둥이로 꾸렸다.

연구진은 2주간에 걸쳐 실험참가자들의 음식 섭취, 신체 활동, 수면 유형, 혈당 수치를 기록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겐 각각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자신의 각성도와 기분 등을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실험 기간 중 참가자들은 평균 오전 8시12분에 아침식사를 시작했으며, 기상 후 식사까지의 시간은 1시간8분이었다.

실험이 끝난 뒤 객관적 수치와 주관적 응답을 종합분석한 결과 유전적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생활습관과 관련한 네 가지 요인이 드러났다.

하루 중 각성 상태의 변화. 아침 기상 후 각성도가 계속 높아져 한낮에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점차 감소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하루 중 각성 상태의 변화. 아침 기상 후 각성도가 계속 높아져 한낮에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점차 감소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당을 섭취하면 기분 좋아진다는 속설은 가짜?

가장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요인은 ①수면의 유형, 즉 수면 시간과 취침 시간, 수면 효율이었다. 대체로 수면 시간이 길고 기상시간이 늦은 사람이 더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또 수면 시간이 같다면 기상 시간이 늦을 때 아침 각성 상태가 좋았다. 그러나 전체 취침시간 중 실제 수면시간의 비율을 뜻하는 수면 효율은 각성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둘째 요인은 ②전날 운동량, 즉 신체 활동량이었다. 전날 낮에 활동량이 많으면 중간에 깨는 일 없이 숙면을 취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이는 개운한 아침을 맞게 해줬다. 그러나 밤에 하는 운동은 다음날 아침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연구진은 “낮에는 활발하게 운동하되 밤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고 다음날 아침 기상 후 각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셋째는 ③아침 식사였다. 표준 식단(탄수화물:지방:단백질=5:4:1)에 비해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아침식사(예컨대 머핀 3개)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아침 시간의 각성도가 더 높았다. 반면 고단백 아침식사(예컨대 머핀 2개와 밀크셰이크 1개)는 반대 효과를 나타냈다. 비교를 위해 실험참가자들에게는 똑같은 열량의 표준화된 식사가 제공됐다.

넷째는 ④포도당 음료였다. 포도당 음료 섭취가 많을수록 각성도가 저하했고 적을수록 각성도가 좋아졌다. 이 실험의 핵심은 식후 혈당 수치의 변화다. 식사 대용으로 섭취한 포도당 음료는 곧바로 식후 혈당 수치를 급등시켰다.

이는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슈거 러시’(당 섭취 후의 일시적 과잉 행동)보다 ‘슈거 크래시’(당 섭취 후의 일시적 무력감과 피로감) 현상이 일어난다는 걸 뜻한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근거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독일 훔볼트대와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31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속설과는 달리 당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는 없었으며 오히려 섭취 후 한 시간 이내에 피로감을 느끼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2019년 국제학술지 ‘신경과학과 생물행동 개관’(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포도당을 감지하는 뉴런이 시상하부 내에서 각성을 촉진하는 오렉신 시스템을 억제하는 걸 그 이유로 설명했다.

고탄수화물 식단과 포도당 음료가 서로 다른 방향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에 대해 연구진은 고탄수화물 식단은 다른 영양소와 함께 섭취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 탄수화물 식단의 당 분자 구성이 포도당과 다른 점 등을 꼽았다.

오전 시간에 최적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면 혈당 수치를 높이는 아침 식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픽사베이
오전 시간에 최적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면 혈당 수치를 높이는 아침 식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픽사베이

식사 횟수 잦을수록 아침 각성도 저하

이 세 가지 요인은 매일 아침마다 변하는 각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하루하루를 관통하는 평균적인 각성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뭘까?

연구진의 분석 결과 행복감(기분), 연령, 수면의 질, 식사 횟수 네 가지 요인이 평균적인 각성도를 뒷받쳐주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행복감과 나이였다.

눈길을 끄는 건 식사 횟수다.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각성도가 낮다. 예컨대 하루 평균 5회 이상 식사한 참가자는 3~4회 식사한 참가자보다 각성도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진은 여기서 언급된 요인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오전 시간에 최적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면 혈당 수치를 단박에 높이는 아침 식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불의 천체’ 이오에는 폭 200km 용암 호수가 있다 1.

‘불의 천체’ 이오에는 폭 200km 용암 호수가 있다

수컷에서 난자 만들어 자손까지…남녀 차이는 고정불변일까 2.

수컷에서 난자 만들어 자손까지…남녀 차이는 고정불변일까

새인데 타조는 달리고 펭귄은 헤엄친다…AI도 버거운 ‘상식의 벽’ 3.

새인데 타조는 달리고 펭귄은 헤엄친다…AI도 버거운 ‘상식의 벽’

살 뺀 로봇 일꾼, 현대차에 취업한다…“인간 뛰어넘을 것” [영상] 4.

살 뺀 로봇 일꾼, 현대차에 취업한다…“인간 뛰어넘을 것” [영상]

인공지능, “충격적 속도”로 인간을 앞서고 있다 5.

인공지능, “충격적 속도”로 인간을 앞서고 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