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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50도 폭염, ‘겨우 1도’ 상승한 지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등록 :2021-07-18 13:58수정 :2021-07-19 02:09

[인터뷰] 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
미국 서부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이 화씨 133도(섭씨 56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이 화씨 133도(섭씨 56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시라고, 공부를 하셔야 한다고 권하고 싶어요. 당분간은 기후와 에너지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겁니다. 화석연료 대전환기에 돈과 기후, 에너지는 한 몸입니다. 관심을 갖고 안 갖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와 에너지로 돈이 몰리고, (이런 변화가)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예요.

기후과학자이자 극지전문가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위험기상·이상기후 예측 전공)는 단호했다. 의심많은 과학자들은 보통 단언을 하지 않는데, 무엇이 15년 동안 기후변화를 공부한 학자를 이렇게 확신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지난달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펴낸 김 교수를 12일 인터뷰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가 16일 자신의 책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들고 &lt;한겨레&gt; 독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 교수 본인 제공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가 16일 자신의 책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들고 <한겨레> 독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 교수 본인 제공

 

2100년까지 지구온도 3도 상승…기후예측 ‘중간값’이 이정도

김 교수가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은 3년 전이다. 미국 기상학자 줄 차니(Joule Gregory Charney)가 1970년대에 쓴 기후변화 보고서를 읽고 나서다. 당시 전세계는 수십년 동안 이상한파와 폭설에 시달렸다. 당시 주요 언론들은 빙하기 도래를 걱정했지만 줄 차니는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가설이 맞는지) 입증을 합니다. 하지만 지구를 대상으로는 실험을 할 수 없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데 불확실성이 상당하죠. 각국 기후모델마다 예측 결과가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줄 차니가 사용한 모델이 현대 기후과학자들이 계산하는 미래와 거의 일치해요. 이를 계기로 기후과학의 불확실성은 크지만, 이들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는 믿을만 하다고 확신하게 됐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990년부터 전세계 과학자들이 내놓은 모든 연구값을 종합·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IPCC는 이대로 가면 2100년께 지구 평균온도가 3도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범위가 넓은 IPCC 보고서의 한계을 감안하더라도 기후변화가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수치로는 그 차이가 미미해보이지만, 전지구적으로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등 각종 이상기후가 증가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해왔다. 이번 북미 폭염도 그런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북미 지역에 50도를 넘는 폭염을 보세요. 겨우 1도 정도 평균온도가 상승한 지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대중들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그널을 지구는 계속 주고 있어요.”

미국 서부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소금사막인 배드워터 입구에 폭염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이 측정한 공식 기온은 화씨 130도(섭씨 54.4도)였다. 이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상 최고 기온은 1913년 관측된 화씨 134도(섭씨 56.7도)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소금사막인 배드워터 입구에 폭염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이 측정한 공식 기온은 화씨 130도(섭씨 54.4도)였다. 이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상 최고 기온은 1913년 관측된 화씨 134도(섭씨 56.7도)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 부정도, 과도한 해석도 반대”

지구가 보내는 이상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부정 이유를 기후과학의 더딘 속도, 비과학적 공포심 조장에 대한 역작용이라고 봤다. 역사 속 기후가 어떠했는지 복원해 현재 기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인공위성 기술 등은 빠르게 발달했지만,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링 분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또 전지구 평균기온이 금세기말까지 3도 오를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넘어서서 5도 이상 올라 인류 문명이 결국 멸종할 것이라는 과도한 주장도 과학자의 눈에는 거슬린다. 

“지구 평균온도가 약 15도입니다. 3도 오르면 지구가 더워지는 건데, 5도가 오르면 남극 얼음이 다 붕괴돼요. 문제는 3도와 5도 차이에 있죠.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같은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속도다. 45억년 지구 역사 중 기후가 변하지 않은 시기는 없었지만, 지금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은 보통 산업혁명 이후 전지구 평균온도가 지 1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0.5도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한 1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4도가량 상승했는데, 지난 100년 동안 이미 1도 이상 올랐다. 이때문에 김 교수는 온도 상승 폭보다는 상승 속도가 기후위기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북반구 곳곳에 이례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사람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반구 곳곳에 이례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사람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에너지 정책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 도래한 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세계 각국이 내건 탄소중립 목표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가치관 전환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듯 날씨·기후에 영향을 받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이 지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하지만 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주는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보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증축에 집중하는데 이보다는 재생에너지가 산업 전반에 사용될 수 있는 전력망 확충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ESS)가 필요합니다. 탄소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이 바뀌어야 해요.”

김 교수는 기술을 개발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과학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돈을 가질수록 더 쓰고 싶은 것이 자본주의 속성입니다. 인류가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철학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기업을 압박해야 합니다.”

원전을 둘러싼 한국 사회 갈등에 대해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언급했다. “줄기세포의 독보적 기술과 분야가 그 사건 이후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원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다는 전제로, 과학기술인으로서 관련 기술 개발은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기후·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담은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6개월 만에 써내려갔다고 했다. 기후변화·기후위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라고 했다.

“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많이 한 건 사실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해왔는지, 지구 온도를 증가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답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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