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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올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전문가 “일, 편향된 자료로 결정”

등록 2023-01-26 17:12수정 2023-01-27 02:30

26일 국회 전문가토론회서 검토결과 발표
“방류 위한 일본 자료 부적절하고 편향돼
오염수 ‘방류’ 대신 ‘투기’라는 단어 써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은 이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0만여t을 오는 봄부터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은 이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0만여t을 오는 봄부터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불완전하고 편향된 자료를 근거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상당수의 방사성 핵종(물질)을 측정하지 않은 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이르면 올봄부터 이뤄진다. 과학자들은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추진을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뉴질랜드와 피지 등 태평양의 18개 섬나라가 참여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도쿄전력의 오염수 측정 데이터가 방류를 결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자 패널은 지난해 3월 포럼이 위촉한 원자력과 해양과학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꾸려졌다. 포럼은 오염수 방류로 영향을 받게 되는 당사자로서 일본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구해 받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1천여개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0여만t을 물로 희석해 올해 봄이나 여름께 바다에 방류하기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과학자 패널을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페렌츠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포럼에 제공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절하고, 일관성도 없고, 편향돼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상 가동 중인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계획되고 통제된 형태로 자연으로 방출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 경우에는 오염수 ‘방류’ 대신 ‘투기’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은 도쿄전력의 측정 자료가 편향됐다고 보는 근거로, 우선 도쿄전력이 64가지 방사성 물질 가운데 스트론튬(Sr)-90, 세슘(Cs)-137 등 9개 물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55개 물질은 거의 측정하지 않은 채 항상 동일한 영향을 갖는 농도로 존재한다고 가정한 점을 들었다. 이들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친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차기 직전 단 한번 30리터의 샘플을 대상으로 측정이 이뤄져 오염수의 실제 구성과 농도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패널은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의 측정 자료에는 여러 비정상적이고 의심스러운 측정값이 있다”며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했다. 그런 대표적 사례로 반감기가 9.4시간에 불과한 방사성 핵종인 텔루륨(Te)-127이 리터 당 수십만에서 수백억 베크렐(Bq) 미만까지 기록된 점을 지목했다. 후쿠시마 사고 때 방출된 것이라면 반감기로 볼 때 이미 오래 전에 붕괴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용융된 노심이 간헐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측정값은 도쿄전력의 측정과 데이터 품질 통제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패널은 또 오염수에 함유된 삼중수소가 바다 속에서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전환돼 해양 생태계에 끼칠 영향, 스트론튬-90의 생물농축 영향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은 과학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졌고 생태학적으로 부적절하다. 방류 조치는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사안으로 훨씬 큰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과학자는 해양 방류의 대안으로 오염수를 장기간 저장해 방사능 수준을 낮추면서 동식물과 균류를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으로 오염을 제거한 뒤, 인간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곳의 콘크리트 제조 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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