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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오염수 분석 ‘원자료’ 확보했다지만…시료 채취 없어 신뢰성 한계

등록 2023-05-31 18:20수정 2023-06-01 02:45

31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점검 결과 발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시찰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입·출구 오염수 농도 분석 결과 ‘원자료’를 확보했다고 31일 밝혔다. 하지만 우리 시찰단이 직접 채취한 시료를 통한 검증 없이, 일본 정부가 제공한 원자료만을 분석해 과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국희 시찰단장(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시찰을 통해 주요 설비들이 설계대로 현장에 설치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상 상황 시 오염수 방출을 차단하는 수단도 확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주요 설비들의 성능 적정성과 장기운전 가능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추가 분석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시찰 결과와 앞으로 확보할 자료, 일본 측과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설비별, 분야별 분석·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종합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찰단은 지난 21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진행된 시찰에서 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핵심 설비인 알프스를 비롯해, 배출 기준 만족 여부 확인용 설비인 K4 탱크군, 이송·희석·방출 설비, 중앙감시제어실, 화학분석동(방사능분석실험실) 등 7개 분야를 집중 점검했다.

 특히 “알프스의 방사성 핵종 제거 성능과 장기간 안정적 운영 가능성을 중점 점검했다”는 게 시찰단의 설명이다. 시찰단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4개 핵종의 알프스 입·출구 농도를 연 1회 분석한 원자료를 받았고, 이 중에서도 검출 이력이 많은 핵종 10여종의 경우 주 1회 측정한 자료도 확보했다고 한다. 알프스 통과 전후 오염수 농도 분석 원자료를 확보해, 오염수의 상태와 알프스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도쿄전력에 질의해 ‘오염수를 8000t 처리한 뒤 주 1회 농도 분석에서 정화 능력이 저하됐을 때 흡착재를 교체한다’는 답변과 알프스 운영 이후 주요 고장사례(8회) 및 조치사항 자료도 확보했다고 한다.

 유 단장은 “확보한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함께 알프스 유지관리 계획 등을 추가 확보해 종합적으로 알프스 성능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확증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 분석 결과도 참고해서 종합적으로 알프스에 대한 핵종 제거 능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날 밤 일본이 알프스 처리를 끝내고 방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오염수(알프스 처리수) 시료를 대상으로 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날 밤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측정과 기술적 역량에서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입증했다”며 “국제원자력기구와 검증에 참여한 제3자 실험실 모두 의미 있는 수준의 추가 방사성 핵종을 검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산하 3개 연구소와 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포함한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4개국 실험실을 통해 교차 검증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의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발표한 6번째 보고서로, 지금까지 검토 결과를 종합한 최종 보고서는 6월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우리 시찰단이 직접 채취한 시료를 통한 분석 없이는 원자료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자료를 작성한 도쿄전력이 ‘알프스로 정화한 설비에는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고 삼중수소만 남는다’는 등의 ‘거짓 홍보’를 한 것이 드러나며 일본에서조차 신뢰가 떨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이와 관련 “도쿄전력에서 수행한 데이터를 받은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확증 프로그램 시료 분석 역시 방류할 준비가 된 알프스 최종처리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알프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별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 교수는 “ (시찰단이) 원자력기구를 앞에 바람막이로 세워놓고 책임 회피하려는 식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찰단은 방사선영향평가와 주변해역 모니터링 계획도 주요 점검 사례로 들었다. 방사선영향평가시 국제원자력기구 기준과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기준에 따라 지표생물 등을 선정해 평가했음을 확인했고, 방출시 특정 모니터링 지점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설정값을 초과하는 경우 방류를 중단한다는 계획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수행한 방사선영향평가의 해양 분산 모델의 시뮬레이션 영역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북 490㎞, 동서 270㎞라,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의 방사선영향평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국내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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