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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생활치료센터→집 100㎞… 현금14만원 ‘방역택시’ 타라니

등록 2021-10-18 13:59수정 2021-10-18 15:02

인천시 생활치료센터 내부. 인천시 제공
인천시 생활치료센터 내부. 인천시 제공

“생활치료센터 퇴소하면서 택시비 14만원 내고 집에 가라고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ㄱ씨는 지난 9일께 충남 아산에 위치한 경찰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이하 센터)에서 퇴소판정을 받았지만 3일을 더 머물렀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가 늘자 지난달 27일부터 무증상·경증환자의 입소기간을 기존 10일에서 7일로 줄이고, 귀가한 뒤 3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교통수단이었다. 퇴소 당일 센터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방역택시’를 이용하거나 보호자가 운전하는 자가차량을 타고 퇴소해야 한다고 했다. ㄱ씨의 집은 센터에서 100㎞, 차량으로 한 시간 반이 꼬박 걸린다. 센터에서 알려준 방역택시 회사에 전화하니 “14만원을 현금으로 달라. 카드로 계산하면 수수료가 더 붙는다”고 했다. 비용이 부담됐지만 아내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내는 확진 판정을 받은 ㄱ씨와 접촉해 자가격리중이었다. ㄱ씨는 결국 센터 쪽에 여러차례 요구한 끝에 입소기간을 3일 늘릴 수 있었다.

정부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늘 것을 우려해 의료자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무증상·경증 환자들의 입소·입원기간을 단축했다. 퇴소·퇴원 때 권장되는 방역택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기사가 운전하고, 운전석과 승객석이 칸막이로 분리돼 있어 추가 확산 위험이 적다. 하지만 정부가 이 비용을 개인에게 지우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17일 기준 서울·수도권에는 모두 1만519명이 입소 가능한 52개의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돼 있는데 가동률이 46.9%(4937명)에 이른다. 비수도권 병상가동률(24.8%, 정원 6112명·입소인원 1515명)의 두배에 이른다. 수도권 환자들은 ㄱ씨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고, 방역택시 비용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에서 배포한 퇴소 안내문. 독자 제공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에서 배포한 퇴소 안내문. 독자 제공

경기도 성남에 사는 ㄴ씨는 지난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1일 아산경찰인재개발원 센터에 입소했다. 입소 7일이 지나 퇴소하려 하자 센터 쪽에서 방역택시를 타고 귀가할 것을 권했다. ㄴ씨 역시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문제였다. ㄴ는 결국 자기 차량을 7만원에 탁송(원하는 곳으로 차를 가져다 주는 것)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ㄴ씨는 <한겨레>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도 억울한데 낯선 곳에 강제로 수용해놓고 집에는 알아서 가라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방역택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가 늘면서 방역택시 비용부담을 이유로 한 추가 입소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환자들은 “실비보험에 가입해 방역택시 값을 돌려받았다”거나 “함께 퇴소하는 사람을 모아 방역택시를 타고 금액을 분담했다”는 등의 ‘꿀팁’도 속속 공유하고 있다.

다음달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확진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택시비 부담을 이유로 센터 퇴소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가격리-재택치료-시설입소’가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져야 늘어나는 환자수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119 구급차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아서 하지 못하는 일을 방역택시가 대신하고 있다”며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역택시의 비용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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