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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덮쳐오는 오미크론 파고…공포 줄고 무력감 커졌다

등록 2022-01-20 04:59수정 2022-01-20 09:26

[코로나 2년, 국민인식 변화 분석]

누적확진 70만, 사망 6400여명
코로나 첫 상륙땐 극도의 공포
‘위드 코로나’ 첫발도 뗐지만…
방역피해 등 사회갈등 깊어져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월요일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12월7일 오전 서울 용산역역 앞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월요일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12월7일 오전 서울 용산역역 앞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칭찬받던 K방역, 민생 피해 쌓이자 시민 신뢰 뒷걸음질

공포, 회복, 그리고 무기력.

2020년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 누적 확진자 70만5902명과 사망자 6452명(19일 0시 기준)이 발생하는 동안 한국 사회가 겪은 인식의 변화는 이 세 단어로 요약된다. 한국은 첫 1년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앞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시민 스스로 개인 방역 수준을 끌어올렸다. 시민의 자발적 방역 참여와 정부의 방역정책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케이(K)방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년 뒤인 2022년 1월 현재 잇단 소송으로 방역정책이 차질을 빚는 등 사회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신규 확진자가 20일 만에 다시 5천명대(5805명)로 집계됐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3월께 하루 2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인식 변화는 방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겨레>는 최근 방역정책의 효용이 떨어지고 갈등이 양산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연구팀과 함께 지난 2년간 코로나19 국민인식 설문조사를 분석했다. 유 교수팀이 실시하거나 참여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의 1∼8차 국민인식조사와 케이스탯 정기조사 5회,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1∼3차 조사, 코로나19 대응 체제 전환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2회 등 총 18회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73% 안팎 위험인식, 4차 유행 뒤 60% 이하로

■ 공포는 방역의 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1월31일∼2월4일 국민의 반응은 ‘공포’ 그 자체였다. 확진자 규모는 100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감염 심각성을 묻는 ‘위험 인식’ 질문에 73.8%가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 포함)고 답해 지난 2년 중 가장 높았다. 이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대구·경북지역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2020년 2월(2월25∼28일)엔 오히려 위험 인식이 68.9%로 처음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광화문집회를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2차 유행이 확산되면서 위험 인식도는 73.2%(9월4~6일 조사)로 상승했다. 그해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1월 중순까지 확진자가 1천명을 웃돈 3차 유행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실시한 조사에서 70.0%→72.4%→72.6%로 위험 인식이 높아졌다.

1~3차 코로나 유행 시기 시민들의 높은 위험 인식은 정부가 방역정책을 강하게 설정하고,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유 교수는 “현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나 규제 처분이 없었던 2020년 2월에도 한국에선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규범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감염 위험을 크게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개인과 사회가 감염 위험을 얼마나 크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감염 예방 행동 수준을 결정하고, 나아가 감염병 확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주요 국가들과 견줘도 한국 시민의 위험 인식 수준은 높았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9월 전세계 14개국 1만42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한국은 89%가 ‘코로나19 확산이 국가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답해 일본(88%)과 더불어 코로나를 국가적 위험으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는 당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국민들의 위험 인식은 각각 78%, 74%, 67% 수준이었다.

이런 인식은 한국 방역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질병관리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0만명 가운데 118명이다. 일본 146명, 이스라엘 955명, 독일 1371명, 프랑스 1887명, 영국 2210명, 미국 2509명에 견줘 현저하게 적다.

하지만 한국 사회도 이처럼 높은 수준의 위험도 인식과 방역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감염병을 예방하는 일에는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됐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가 누적됐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2년차에 확산 규모가 더 커지는 와중에 위험 인식이 낮아지기 시작한 데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주도하는 4차 유행이 시작된 뒤인 8월과 10월, 11월 조사에선 위험 인식도가 59.4%→58.3%→57.7%로 60%를 밑돌았다. 반면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확진자 규모는 10배 커지고, 사망자는 한자릿수에서 세자릿수 안팎으로 치솟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 전 감염위험 65%·경제손실 81% 꼽아

■ 두려움 극복, 일상 회복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감소에 힘입어, 한국도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바이러스 감염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 교수 연구팀이 2021년 11월1일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을 앞두고 10월5∼8일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시민들은 감염 위험(64.6%)보다 강력한 방역에서 파생되는 다른 피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민생경제의 손실과 피해(81.3%), 감염대응 인력·기관의 부담 가중(74.5%), 학습 결손과 돌봄 고립(74.1%), 우울·무기력·스트레스 등 부정적 심리(71.0%) 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방역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일상 회복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종식에 실패했고, 한국 역시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코로나 ‘종식’으로 오해한 국민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백신을 접종해도 변이 바이러스 돌파력으로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문항에 3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방역에 대한 감수성과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낮아진 결과, 일상 회복 시행 한달 만에 확진자 수는 5천명을 넘었고 다시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신뢰가 낮아진 것도 방역의 불안 요소가 됐다. 2020년 8월 코로나19 대응 주체로서 일반적인 대인 신뢰를 묻는 조사(1차)에서 응답자의 70.6%가 ‘내가 아는 사람들은 믿을 만하다’고 답했고, 같은 응답자 집단으로 한 2021년 8월 조사(2차)에선 응답자의 74.8%가 ‘믿을 만하다’고 답해 소폭 증가했다. 앞선 두 조사와 조사집단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일상 회복 이후인 2021년 11월 조사(3차)에선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64.3%로 10%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는 1·2차 조사에서 20.6%→52.7%였으나, 3차 조사 때는 45.7%였다. 유 교수는 “장기화된 팬데믹 상황에선 가짜 뉴스나 무책임한 비판 등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며 “신뢰를 사회적 자산으로 삼아 협력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정책 이해’ 59→35%, ‘정책, 내 의견과 무관’ 26→36%

■ 방역 효능감 저하
오미크론 확산으로 5차 대유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방역의 성패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방역패스 등 강한 방역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정책 효능감은 떨어지는 추세다.

‘내가 어떤 방역정책을 지지하든,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2020년 8월에는 불과 26.4%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2021년 2월과 8월, 10월 조사에서 각각 28.9%→31.3%→36.7%로 점점 높아졌다. 같은 기간 ‘방역당국이나 전문가는 나 같은 사람들의 인식이나 선호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25.8%→33.7%→37%→36%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가 당면한 중요한 방역정책 사안을 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59%→54.5%→47.6%→35.5%로 크게 낮아졌다. 방역정책의 대상이자 주체가 돼야 할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서 그 결과 무력감은 점점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하루 수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폭넓게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방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이 역시 여전히 정부가 방향을 주도하고 형식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이용하는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과 학부모의 의견을 묻고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며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역대책을 만드는 데 구성원이 직접 의견을 내고 함께 결정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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