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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정은경 청장, 수고 많으셨습니다…그의 ‘마지막 인사’는

등록 2022-05-17 16:36수정 2022-05-18 02:43

4년10개월 만에 방역수장 자리 물러나
‘흰 머리·낡은 구두’…K-방역의 상징
“정치방역과 과학방역 구별 적절치 않아
감염병 위기, 사회 전 분야 막대한 영향
코로나19 위기 극복 믿고 응원하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정부 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정부 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케이(K)방역’의 상징이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4년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이었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를 신임 질병청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끝으로 질병청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마무리했다.

정 청장은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2년간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원칙을 가지고 (방역에) 노력했다”고 답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과학 방역’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하는데 대해선,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 청장은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경우 엄밀한 임상 시험을 거쳐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했다”며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방역과 과학방역) 그것을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청장은 오후 3시께 이임식을 겸해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 청장은 이임사를 통해 “감염병 대유행이 건강·보건 위기를 넘어 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였다”며 “우리의 결정과 판단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질병관리청의 책임이 막중해졌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책임감은 무겁게 가지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의사 출신인 정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보건연구관에 특채로 임용돼 공직에 들어선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질병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2014년에는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은 뒤 2016년부터는 긴급상황센터장을 지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최전방에서 위기관리 대응을 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었다. 이후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서 청장 자리에 임명됐다. 정 청장은 감염병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 내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 초기 3T 전략(검사·추적·치료)을 통해 대규모 확진자를 억제하고, 초기 방역 체계를 정립했다.

특히 브리핑에서의 침착한 대응과 헌신적인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매일 브리핑에 나선 정 청장의 점점 수척해지는 얼굴과 흰 머리, 브리핑 현장에서의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청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BBC ‘2020 올해의 여성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정은경 청장의 이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질병관리청 가족 여러분, 오늘 저는 질병관리청장 소임을 마칩니다.

지난 4년 10개월간 기관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제게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를 맞아,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여러분들의 사명감과 열정,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함께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국민 안전을 지킨다는 소명의식으로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코로나19 공중보건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도전과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감염병 대유행이 건강·보건 위기를 넘어 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의 결정과 판단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질병관리청의 책임이 막중해졌습니다. 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책임감은 무겁게 가지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질병관리청 가족 여러분!

질병관리청은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해 존재하며, 과학적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입니다. 국민들의 신뢰와 보건의료분야의 리더쉽은 우리의 전문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개개인의 전문 역량이 우리 기관의 역량이고, 우리나라 질병관리 정책 및 연구개발 역량임을 항상 기억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질병예방관리 정책을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만들어 갈 긍정적 변화와 활기찬 미래를 기대합니다.

이제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응원하겠습니다.

질병관리청 가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청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2년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방역과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신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보건의료인과 방역 담당자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항상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05월 17일 질병관리청장 정 은 경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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