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 권혜경 박사
권혜경 박사.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참사 계기로 3년째
국내서 ‘트라우마 치유’ 세미나 ‘대화보다는 몸의 변화에 초점’
“환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
분노 조절엔 심호흡 큰 도움” 그는 책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란 표현을 썼다. 식민지 경험과 전쟁, 군부 독재,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땅이다. 이 트라우마가 되물림되지 않기 위해선 국가나 사회가 ‘수용기’ 역할을 해 짐을 나눠야 하는데 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게 한국 사회죠. 아픈 게 너무 많은데 치유하려는 노력이 너무 없어요. 개인이 할 수는 없죠. 국가가 부담해야 합니다.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처럼 세월호 관련 기념관도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지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트라우마 치유는 물론 장기적으로 사회 자체에 도움이 됩니다.” 그는 인간이 감정을 조절해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안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안전한 곳일까? 그의 답은 부정적이다. “한국은 약자에게 관대하지 않아요.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전가합니다. 그 결과, 구석에 몰린 약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가진 사람은 안전을 위해 더 벽을 쌓게 되죠.” 그는 한국에서 만난 서비스 종사자의 지나친 친절에서도 잠재적 트라우마를 본다. “제가 불편할 정도로 친절하더군요. 그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어디로 갈까요. 아마, 그들의 자녀처럼 자신들보다 약한 이들이겠죠.” 그는 책에서 심호흡이 감정 조절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엔 분노가 너무 많아요. 습관적으로 교감신경이 작동되지요. 심호흡은 몸에 활성화된 교감신경을 부교감신경으로 바꿔줍니다. 심호흡을 할수록 습관적 분노반응이 줄어들죠.” 그는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작곡가가 되기 위해 음대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다. “아버지도 음악을 좋아했고, 언니도 첼리스트였어요. 제 삶 속엔 늘 음악이 있었어요.” 대학 때 집회에서 “노래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걸 보고 노래의 힘을 느꼈던 그에게 한 친구가 “음악치료라는 게 있는데, 네가 하면 잘할 것 같다”고 권했다. 그의 운명을 바꾼 권유였다. 그는 대학원 진학 대신 뉴욕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는 한국의 ‘정신 치료’가 “눈에 보이는 행동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미국만 해도 심리치료사나 예술치료사의 영역을 인정하고 북돋아주는데 한국은 무시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치유 방법을 알아가려는 태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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