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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동일 제조번호’ 사망자 나왔는데…독감백신, 맞아야 할까?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7:14

문답으로 알아본 독감백신 궁금증

왜 사망신고 사례 늘었나
어르신 19∼21일 330만명 몰려
날씨 쌀쌀, 뇌졸중 등 빈도 높아
동일 제조번호 백신 56만명 맞아
‘스카이셀플루’각각 2명씩 4명 숨져

백신에 문제는 없나
상온 노출·백색 입자와 무관
배양 방식 등 원인 가능성 낮아
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는 아냐”

그래도 백신 접종해야 하나
고령층·기저질환자 접종 필수지만
쌀쌀한 날씨 장시간 대기 피해야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에는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까지 나왔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사망 의심사례마다 백신 제조사, 제조번호, 접종 의료기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해왔다. 제조번호는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된 백신 제품에 붙는 고유번호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질문과 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 독감 예방접종, 중단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해당 제조번호는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증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의 제조번호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사망자 25명 가운데,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나왔다. 질병청이 부여한 번호로 11번째와 22번째 사망자는 ‘스카이셀플루4가’ 제조번호 Q022048을, 13번째와 15번째 사망자는 제조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Q022048 백신 접종자는 7만4천여명에 이른다.

접종 지속 여부는 해당 백신의 안전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 12건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5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상반응을 신고한 접종자는 20명 이하이고, 이상반응도 모두 경증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해당 백신의 제조사도 5곳으로 다르다. 22일에는 수입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도 나왔다. 모든 백신 제품에서 사망 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질병청은 보고 있다. “예방접종엔 적정한 시기가 있어서 일정 기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올해 백신이 문제다?

앞서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백신 등 106만도스를 회수·수거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사망 의심사례 12건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12건 중 3건은 국가예방접종 물량 조달을 맡았던 신성약품이 1차로 유통했던 물량이지만, 상온 노출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2차 배송 또는 유료접종 물량이라고 한다.

이날 국감에서는 ‘무균 상태인 달걀이 문제 아니었냐’는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독감 백신은 대부분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을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데 사망자는 두 종류의 백신 접종자에게서 모두 나왔다. 배양 방식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 사망 신고 사례는 왜 늘어나나?

독감 백신에 문제가 없다면 사망 의심사례는 왜 예년보다 많이 신고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너무 단기간에 접종 인원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문제가 고령층 건강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만 62살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았다. 무료접종 첫날인 19일에만 180만명이 접종했다. 무료접종이 298만6천여명, 유료접종이 30만9천여명이다. 백신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인원이 몰린 셈이다. 날씨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데다가,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건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신고된 사망 사례 대다수가 만 65살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감에서 “지난해 70살 이상 노인이 20만5천명 숨졌는데, 하루로 나눠보면 560명”이라며 “과거에 (사망 원인이) 질환으로 분류될 분들이 상당수 백신과 관련 있는 것처럼 발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작용? 예방접종 해야 하나?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백신의 독성물질 때문인가, 둘째,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됐는지 여부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이후에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증상이 30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 뒤 15~30분가량 의료기관에서 대기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100만명당 0.7명꼴로 일어날 정도로 흔하지는 않다.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뒤 2~3주가 지나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독감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피해 보상을 받은 1건(2009년 접종)의 사망 사례는 길랭-바레 증후군의 변형인 밀러 피셔 증후군이 나타난 경우였다. 2004~2016년 사이에 예방접종 때문에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겼다며 피해 보상 심의를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독감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려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숨지는 사람이 1년에 3천명이 넘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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