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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자가검사키트, PCR과 뭐가 달라요? 정확도 평가는 왜 천차만별?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21-04-16 05:00수정 2022-08-19 10:26

더 친절한 기자들
지난 12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인용’으로 허가할 경우 자가검사키트로 쓸 수 있는 자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인용’으로 허가할 경우 자가검사키트로 쓸 수 있는 자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감염 확산을 차단하거나 일상생활을 폭넓게 누리는 데 도움이 될지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과연 자가검사키트는 무엇인지, 어떤 점이 논란을 부르는지 ‘친절하게’ 정리했습니다.

자가검사키트는 본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키트를 말합니다. 우리의 코로나19 검사는 통상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기 때문에 다소 낯선 방식입니다.

자가검사키트는 사실상 신속항원검사키트(신속키트)를 의미합니다.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등 구성 성분을 검사하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15~30분 안팎으로 짧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매우 정밀하게 검사해야 하는 탓에 적어도 6시간이 걸리는 유전자 증폭검사(RT-PCR)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지요.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가짜 양성’이나 ‘가짜 음성’ 문제가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음성이라고 나오거나,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양성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신속키트에 대한 보도를 보면 정확도에 대한 평가가 천차만별입니다. 정확도가 90%에 이른다는 고무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정확도가 피시아르 검사의 17.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해 평가한 결과도 제각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평가 차이에 대해 “누구의 검체를 가지고 검사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통상 유증상일 때보다 무증상일 때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습니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다면 그 안에는 바이러스 양이 많겠지요. 이때 신속키트로 검사를 한다면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커집니다. 반대로 감염자 중에서도 증상이 없는 사람을 검사한다면, 검출되는 바이러스 양 자체가 적어서, 신속키트는 이를 가려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평가에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자사가 개발한 신속키트의 민감도를 88.96%, 특이도는 99.1%라고 설명합니다. 키트의 민감도란 감염된 사람을 양성으로 판별해 내는 성능을 뜻합니다. 민감도가 88%라면 100명의 감염자를 검사했을 때 12명 빼고는 다 찾아낸다는 얘기입니다. 특이도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가려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99%의 특이도라면 감염이 안 된 100명 중 딱 한 명만 양성으로 잘못 판별한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자사 키트의 민감도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증상이 발현되고 난 뒤 5~7일 이내의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검사 대상에서 제외한 덕분에 감염자를 가려내는 민감도가 높게 나온 셈입니다.

반면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같은 키트의 성능을 검증한 과정과 결과는 다릅니다. 학회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 양에 따라 선정한 검체를 검사했습니다. 여기엔 바이러스 양이 적은 확진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 결과 확진자를 양성으로 판별해내는 민감도는 피시아르 검사 대비 41.5%밖에 안 됐습니다. 피시아르 검사가 확진자 100명을 가려낼 때 신속항원검사는 41명만 찾아냈다는 얘깁니다. 결국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를 이 키트로 검사한다면,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진짜 음성’으로 믿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를 어디까지나 피시아르 검사의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특정 요양시설 같은 동일한 집단에 대해 주기적 검사를 할 때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반복적 검사를 한다고 해서 정확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빈번한 검사를 하다 보면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는 시점에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양시설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검사할 경우, 감염이 대규모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가검사키트를 시중에서 보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신속키트는 ‘전문가용’으로만 판매됩니다. 일반인이 이를 사용해보려면 ‘개인용’으로 허가가 나야 합니다. 지난달 네번째로 개정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인용 신속키트 허가 문턱을 전문가용보다 높여놨습니다. 허가를 받으려면 증상이 나타난 확진자를 상대로 한 민감도가 90% 이상, 특이도는 99%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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