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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 “화물연대는 노조 아냐”…대법 판례·ILO 거스른 채 어깃장

등록 2022-12-04 18:55수정 2022-12-06 17:46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4일 출입이 통제된 경북 구미시의 한 물류단지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4일 출입이 통제된 경북 구미시의 한 물류단지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일 정부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대응과 관련해 개입을 결정한 배경엔 올해 4월부터 국내에 발효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관련 기본협약(제87호·제98호)이 있다.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화물연대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조로 보지 않고, 집단 운송 거부 역시 파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정부가 이들에 대한 ‘불법 딱지’ 붙이기를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분 측정 지표인 근로손실일수를 세지 않는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화물연대는 통상의 노조와 달리 노조법상 설립 신고, 사용자와 교섭, 노동쟁의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있다”며 “집단 운송 거부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교섭 과정에서 주장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가 아니므로, (화물연대 파업을) 노조법상 쟁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산별노조인 공공운수서비스노조에 조합원들이 직접 가입한 형태다. 법적으로 산별노조는 하나의 단일 노조로, 개별 정체성을 갖는 노조들이 느슨하게 결합한 연맹과 다르다. 산별노조 가입만으로 조합원 자격이 생긴다. 국내법에서도 화물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랐다. 대법원은 2018년 기존 판례를 바꿔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러한 판단 기준으로 △노무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가 보수 등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에 접근하는지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대법원 기준에 따라 대형마트 상품배송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고 온라인 주문 물건을 고객에게 배달하다 업체로부터 계약해지 당한 배송기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업체는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지난 9월 패소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조차 “판례에 따르면 (화물 운송 노동자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제87호·제98호)이 올해 4월 발효되기 앞서 화물연대 조합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도록 법을 손보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기본협약에 어긋나는 현행 법률을 근거로 화물연대가 노조임을 부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2011년부터 국제노동기구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CFA)는 “대형차 화물 노동자 등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관련 조직 규칙에 따라 사전 승인 없이 자신이 선택한 연맹 및 총연맹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결사의 자유 권리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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