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사고를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신춘수씨.
광명역 케이티엑스 열차 사고 원인 알렸다고 해고당한 신춘수씨
“노조에 사진 찍어 보내는 건 일상적인 일…본보기로 해고한 듯”
“비용 아끼려고 검수일정 반으로 축소…곪고곪은 게 터진 것”
공익신고자보호법 적용 못 받아, 몇 년 걸릴지 모르는
“노조에 사진 찍어 보내는 건 일상적인 일…본보기로 해고한 듯”
“비용 아끼려고 검수일정 반으로 축소…곪고곪은 게 터진 것”
공익신고자보호법 적용 못 받아, 몇 년 걸릴지 모르는
“철도안전을 위해 반평생을 오롯이 바쳤어요. 그런데 한순간에 해고됐습니다. 케이티엑스(KTX)사고 원인을 알렸다는 이유로요. 이게 20년간 한국 철도를 위해 일해 온 대가입니까.”
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철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신춘수(42·코레일 해고자)씨는 분을 참지 못했다. 지난 5월8일 광명역 근처에서 발생한 부산발 130호 케이티엑스 열차의 사고원인이 언론에 알려진 뒤 코레일은 제보자를 색출했고 신씨가 지목됐다. 코레일은 8월23일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일주일 뒤인 30일 신씨를 해고했다. 일사천리였다.
정확히 살펴보면, 신씨가 언론에 제보한 것도 아니었다. 고양시 차량기지에서 차량관리원으로 일하던 신씨는 사고가 났던 5월8일 사고 차량을 살펴보았다. 엔진을 살펴보니 엔진에 동력을 전달하는 베어링이 녹아 있었다. 규정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달렸는데 엔진을 교체해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코레일 규정에는 엔진은 250만km를 주행할 때마다 새것으로 교체해줘야 했지만 사고 차량은 310만km를 달렸다. 신씨는 사진을 찍어 노조에 이 사실을 알렸고 노조는 이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저는 노조(고양고속차량)지부장이에요.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에 그 원인을 알리는 건 일상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더 큰 사고를 막아야겠기에 노조에 사진과 함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노조가 이걸 언론에 전할 줄은 생각 못했어요. 저랑 상의 없이 공개된 건데 회사는 저를 해고했어요.”
신씨는 부서간의 사고차량 사진 공유는 업무 공유 차원에서 일상적인 일이라 했다. 다만 언론에 공개된 것이 문제인데 신씨는 언론에 사진을 전한 당사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강경하게 나왔다. 징계처분서를 살펴보니 별의별 이유가 붙어 있었다. 인사규정 제32조(성실의 의무)와 제35조(비밀유지의 의무), 임직원행동강령 22조(정보의 유출금지)와 제 33조(정보통신 시스템의 부적절한 사용금지) 등의 이유였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징계처분서 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써 있었다.
‘사진자료가 특정방송사(문화방송)로 유출되어…(중략)…케이티엑스 정비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공사 이미지를 심대히 실추시켰다.’
사고 다음날인 5월 9일 문화방송(MBC)은 철도노조로부터 입수한 사고차량의 녹아내린 엔진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 이후 경영효율화만 외치다 차량 정비점검을 소홀히 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들끓었다.
신씨는 자신의 경영신화가 흔들린 허준영 사장에 의해 보복징계를 당했다고 확신했다.
“사고 나서 여론의 비판이 들끓으니까 허준영 사장이 본보기로 저를 해고한 것 같아요. 자신들의 경영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노동조합과 언론이 같이 키우니까. ‘너희들 한번만 더 이런 거 언론에 알리면 같이 죽는다’며 경고를 한 겁니다.” 허준영식 ‘철도 선진화’ 정책은 사실상 케이티엑스 사고의 원인이었다.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아껴 2012년까지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현장 정비인력만 1782명이 줄었다. 정비인력 감축은 결국 열차나 시설물의 검수일정 축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케이티엑스 운행점검 기준이 3500km에서 5000km으로 늘었고, 신호설비 점검은 2주 1회에서 월 1회로, 무선설비 점검은 월 1회에서 3개월에 1회로 줄었다. 어쩌면 곪고곪은 부분이 결국 올해 터진 셈이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적극 알린 철도노조가 없었다면 처방도 늦게 나왔을 것이다. 결국 코레일은 지난 7월 “고장 우려되는 케이티엑스 주요 부품을 9월까지 전량 교체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뒤에서 케이티엑스의 문제점을 알린 직원을 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 “올해에만 철도 사고로 해고된 직원이 8명이예요. 허준영식 경영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인 사고인데 애꿎게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해고시키고 있어요. 허 사장 이전에는 철도사고가 나도 이렇게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신씨는 이어 그간 철도운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증언했다.
“2년 전부터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엔진의 베어링을 교체할 때가 되면 바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교체를 안해줬습니다. 그냥 윤활유를 더 집어넣으라는 지시만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잠시 쉬고 있는 차량에서 부품을 빼다 메우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열차들이 2년을 더 달린 겁니다. 노조는 계속 부품 조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절감만 고민하는 회사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이러면 안됩니다. ”
허준영 사장은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닌데 무슨 큰일난 것처럼 자꾸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씨는 “코레일 경영진이 꼭 사람이 다쳐야만 대형사고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고는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예방과 점검이 필수다”고 말했다.
신씨는 1995년 철도청 직원으로 입사했다. 16년 동안 일하면서 그에게 코레일은 자부심 자체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철도는 다 한번씩 제가 만져봤습니다. 열차 정비를 하려면 정말 엄청 더럽거든요. 불량을 확인하려면 깨끗해야 돼요. 걸레로 일일이 엔진에 묻어 있는 기름을 닦아가면서 정비했습니다. 깨끗하게 정비되었을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그게 제 자부심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씨는 인생의 전부였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코레일은 회사를 사랑했던 신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코레일이 망하길 바라면서 제보를 했겠습니까.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노조에 제보를 한 것이지요. 지금은 총에 맞은 듯 머리가 텅 빈 느낌입니다. 허탈하고 막막해요.”
신씨는 애타는 심정으로 지난 7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징계철회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도 신씨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신씨의 언론제보가 부패방지법에 규정된 공직자의 권한 남용 등 부패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면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신씨 같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은 9월30일부터 시행돼 신씨는 아직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
“회사가 잘 되고 더불어 우리 사회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내부고발을 하는 겁니다. 국가가 이런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내부고발을 하겠습니까.”
케이티엑스 사고가 났을 때 들끓었던 여론은 사고 원인을 알린 직원이 해고된 것에는 무관심하다. 신씨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씨는 한국철도공사 징계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할 계획이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싸움이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사고 나서 여론의 비판이 들끓으니까 허준영 사장이 본보기로 저를 해고한 것 같아요. 자신들의 경영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노동조합과 언론이 같이 키우니까. ‘너희들 한번만 더 이런 거 언론에 알리면 같이 죽는다’며 경고를 한 겁니다.” 허준영식 ‘철도 선진화’ 정책은 사실상 케이티엑스 사고의 원인이었다.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아껴 2012년까지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현장 정비인력만 1782명이 줄었다. 정비인력 감축은 결국 열차나 시설물의 검수일정 축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케이티엑스 운행점검 기준이 3500km에서 5000km으로 늘었고, 신호설비 점검은 2주 1회에서 월 1회로, 무선설비 점검은 월 1회에서 3개월에 1회로 줄었다. 어쩌면 곪고곪은 부분이 결국 올해 터진 셈이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적극 알린 철도노조가 없었다면 처방도 늦게 나왔을 것이다. 결국 코레일은 지난 7월 “고장 우려되는 케이티엑스 주요 부품을 9월까지 전량 교체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뒤에서 케이티엑스의 문제점을 알린 직원을 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 “올해에만 철도 사고로 해고된 직원이 8명이예요. 허준영식 경영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인 사고인데 애꿎게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해고시키고 있어요. 허 사장 이전에는 철도사고가 나도 이렇게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신춘수씨가 받은 해고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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