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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반도체 노동자 또…

등록 2011-09-14 20:51수정 2011-09-14 21:45

중견업체 30대 백혈병 사망…유족, 산재 신청
14년간 임플란트 공정…동료 2명도 ‘혈액이상’
아내는 죽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 검게 변해버린 몸과 초록빛을 띠는 얼굴, 피로 범벅이 된 입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이런 끔찍한 일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유언이 돼버린 남편의 마지막 부탁 때문이다. 남편은 건강하던 자신이 왜 38살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죽어가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아내는 남편의 뜻에 따라 산업재해 신청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아내 임진숙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우리 가정의 행복은 산산조각 났다”며 “아빠를 무척이나 따르던 네 살배기 아이가 우울증에 걸려 지금 말도 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김진기씨는 5월28일 백혈병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임씨는 “남편의 백혈병은 산업재해”라며, 지난 8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김씨는 1997년 24살 때 첫 직장으로 반도체 대기업인 ㅁ사에 입사한 뒤, 14년 동안 줄곧 반도체 클린룸 임플란트 공정에서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등의 일을 했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에 낸 ‘재해발생 경위 및 유족급여 청구 이유서’에서 “임플란트 공정은 상시적으로 전리방사선이 발생하며 발암물질인 비소와 혈액에 악영향을 끼치는 맹독성 가스 포스핀 등이 사용되는 유해위험 공정”이라며 “김씨는 방독면 등의 안전보호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8년 건강검진 과정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유진 주치의는 공단에 낸 소견서에서 “김씨의 혈액암이 직업적 노출과 상관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씨가 근무한 공정에서 함께 일하던 20명의 노동자 가운데 두 명이 혈액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공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올림’과 임씨는 “근로복지공단은 신속히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도 반도체산업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회사는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즉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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