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진씨
마을잔치 준비하다 손가락 다친
정권진씨에 주민들 온정 쏟아져
정권진씨에 주민들 온정 쏟아져
“다친 손은 쓰리고 아프지만 정 많은 이웃이 곁에 있어 외롭지 않네요.” 충북 음성 중앙성심병원에서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정권진(55·사진 왼쪽·음성읍 석인1리)씨. 정씨는 지난달 28일 청년회·부인회원 등과 경로잔치를 겸한 마을행사 때 쓸 만두를 준비하다 오른손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을 만두 속 분쇄기에 다쳤다. 연말에 외롭게 지내는 동네 어른들에게 만둣국이라도 대접하려는 마음에서 자신이 7년간 일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만둔 ㅊ식품에서 기계를 빌려 쓰다 사고를 당했다. 그는 “쓸쓸한 동네 어른들을 보며 일찍 떠나보낸 부모님 생각이 나 조금 무리를 한 게 화를 부른 것 같다”며 “손을 다쳐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2002년 9월께 남편 황아무개(60)씨가 중풍으로 쓰러진 뒤 집안 생계를 꾸리면서도, 6년째 부녀회장으로 일하는 등 마을 궂은일에 앞장서 왔다. 정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성심병원 오승훈(56) 원장은 수술비·입원비 등 치료비를 감액해주기로 했다. 마을 주민과 음성군도 정씨 돕기 모금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신동조(55) 이장은 “그동안은 정 회장이 마을 사람들 손발이 됐지만 앞으로는 이웃들이 정 회장의 손발이 되기로 했다”며 “작은 정성들이 정 회장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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