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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미디어

벗과 한겨레, 저널리즘 연대에 거는 희망

등록 :2021-06-01 04:59수정 :2021-06-01 09:13

‘서포터즈 벗’ 전문가 간담회

디지털 시대, 기성 언론의 솔직한 고백
깊이 있는 콘텐츠 투자 바탕이 돼야
클릭 수보다 잠재적 후원자 목소리에 집중을
명확한 실천 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김현대 <한겨레> 발행인은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을 시작하며 “한겨레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고 적었다. 언론 전문가들은 마침내 나온 ‘신호탄 같은 고백’으로 평가했다. 파편화한 또한 공짜인 디지털 뉴스 시대에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모든 집단은 비슷한 불안을 공유한다. 한겨레가 기성 주류매체 가운데 처음으로 위기를 인정하고 시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서 출발해 한겨레는 탁월한 독립 저널리즘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시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한국 언론이 처한 위기를 넘을 수 있을까.

5월28일 한겨레 후원회원제의 방향과 의미를 짚기 위해 언론 전문가 세 사람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 모였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까지 한국언론학회장을 맡았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 후원회원제 준비 과정을 통해 후원모델의 가능성을 살핀 보고서(‘언론사 후원모델 연구’)를 냈다.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후원제 언론 <뉴스타파> 연구원 경험이 있다. 사회는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이 맡았다.

서포터즈 벗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 독자와의 관계, 바람직한 콘텐츠 방향을 아울렀다.

5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 후원회원제(한겨레 서포터즈 벗)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신우열 경남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이봉현 &lt;한겨레&gt; 저널리즘책무실장,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5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 후원회원제(한겨레 서포터즈 벗)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신우열 경남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회 지금 같은 언론 환경에서 한겨레의 후원회원제 시작을 어떻게 보았나?

신우열 모두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건드리지 못했던 부분, 저널리즘이 저널리즘다우려면, 독립성을 지키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대한 용기있는 시도로 봤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저널리즘이 가진 문제는 시민이 떠밀어주거나 자리를 마련해줘서 해결해온 것 같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의 경우, 언론계 내부에서 먼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호탄을 쏜 느낌이다.

김춘식 ‘기레기’ 표현이 일반화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시민의 감정이 좋지 않다. 그 속에서 언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시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널리즘의 본질, 즉 뉴스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에 충실한 고백이라고 본다. 많은 언론사가 비슷한 상황에서 주저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고백이라 박수 치고 싶다.

양정애 많은 언론사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한겨레가 먼저 이야기 꺼낼 수 있었던 특수성이 있다. 어느 정도 기사의 질이 보장돼야 하고 철학이나 미션이 명확히 수립된 언론사만이 후원해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다. 지금이 적기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겨레여서 가능한 시도이기는 하다.

사회 후원회원제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양정애 한겨레 주주 500명과 디지털 독자 1000명 정도를 조사해봤을 때 콘텐츠의 품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후원금 역시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경우가 많다. 덧붙여 어느 정도 후원회원 모집이 궤도에 오른 뒤에는 기존 후원자 이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신우열 기존 후원자 이탈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정파성이 한국 미디어 환경에서 너무 중요한 탓에 우리 편을 공격한다는 느낌이 들면 이탈은 분명 생길 것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을 믿어주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기사로 10% 후원자가 빠질 때 눈에 바로 보이는 건 빠져나간 후원자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겨레가 세워둔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파성이 아닌 저널리즘의 가치 자체에 후원한 90%의 후원자를 믿어야 한다.

김춘식 많은 언론이 단순한 사실 나열이나 갈등 중심 보도를 하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 당면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단서를 제공하려는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시민을 위한 저널리즘은 정파성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저널리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사회 후원회원제는 독자·후원자와의 소통을 넓히고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잠재 후원자와 독자를 어떻게 파악하고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양정애 기존에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하는 창구는 구독 중지 메시지 또는 댓글이 전부였다. 특히 댓글은 온라인 뉴스 이용자를 대표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한겨레에 충성도나 관여도가 높은 독자를 표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국 언론은 독자 분석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저 콘텐츠 단위의 분석을 하며 어떤 기사가 많이 읽혔나를 본 정도였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독자 단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분석 기술과 인력도 필요하고, 분석 결과를 받아들이는 내부 분위기도 중요하다. 특히 조용하지만 한겨레를 열심히 읽는 독자를 파악해야 한다. 지금 당장 후원자가 되지 않았더라도 이번 한겨레 누리집 개편과 함께 한겨레 디지털 회원으로 가입한 분들을 주목하고 싶다. 포털 중심인 한국 온라인 환경을 생각하면 독특한 충성 독자다. 이들에게 목소리 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신우열 후원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사가 일으킨 변화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미 한겨레 기사로 세상이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조차 자신의 기사가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때가 많다. 임팩트 트래킹(기사가 미친 영향 추적)을 하고 그걸 후원자·독자에게 다시 기사로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후원자의 이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 포털 이야기를 해보자. 디지털 뉴스의 유료화가 어려운 이유로 포털을 통한 공짜 뉴스 환경을 많이 꼽는다. 포털이 유료 콘텐츠 플랫폼(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료화마저 포털에 의존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도 있다.

김춘식 포털의 뉴스 유통 권력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층은 포털을 통해서도 뉴스를 보지 않는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뉴스 소비가 넘어갈 텐데, 어떻게 보면 언론사에 기회일 수도 있다. 다만 그저 또 다른 플랫폼에 종속될 수도 있다.

양정애 포털이 지금 같은 판을 만든 게 사실이지만 언론사도 포털을 통한 기사 유통과 전재료에 안주한 과거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되지만, 사람이 이미 모여 있는 포털에서 유료화 실험을 해보는 것은 의미 있다.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어떤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지를 실험해야 한다.

신우열 지난해 일부 <한겨레21> 통권호는 매진됐던 걸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저널리즘에 지불할 가치를 느끼는지 확인해본 사례였다. 포털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한겨레 누리집에 들어올 이유를 계속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어떤 어려움을 뚫고 정보를 얻어냈는지 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한겨레 누리집에서만 제공해볼 수도 있다. 후원자는 저널리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인 만큼 취재 과정의 투명성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저널리즘 이면의 다이내믹을 알고 싶은 욕구가 크다.

사회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에 희망이 있을까?

신우열 여전히 저널리즘의 본질을 고민하는 언론사가 있고, 독립성을 유지할 방법을 독자와의 연대에서 찾아보았다는 것이 나에게는 희망으로 느껴졌다. 독자들과 관계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어떤 저널리즘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춘식 독자와 함께하지 않으면 좋은 저널리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좀 더 솔직하게 고백하고, 후원을 기반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저널리즘의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그려줄 필요가 있다.

양정애 한겨레가 후원회원제와 함께 관통하는 가치나 저널리즘 본연의 의무 같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모두 연결된 문제다. 한겨레의 의무, 가치를 중심에 두고 후원회원제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한겨레서포터즈 벗 소개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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