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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여기가 학교인가요? 스터디 카페인가요?

등록 2021-07-19 17:42수정 2021-07-20 02:33

리모델링 거듭하는 미림여고 가보니

학교 안 다양한 유휴공간 활용
카페 형태 자습실·쉼터 만들어
학생들 주말에도 등교해 공부
미림여고 학생들의 핫플레이스인 ‘스트레스 프리존’에서는 샌드백을 치거나 소파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미림여고 학생들의 핫플레이스인 ‘스트레스 프리존’에서는 샌드백을 치거나 소파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쪽에는 샌드백이 있다. 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창 앞에는 팔걸이 소파들이 줄지어 있다. 한쪽에는 잠을 잘 수 있는 푹신한 패드와 쿠션도 마련돼 있다.

미림여고 ‘스트레스 프리존’의 모습이다. 올해 단장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아홉가지다. 우선 스마트패드로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체크할 수 있다. 그림이 어떻게 보이느냐로 스트레스 강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보드게임 10여종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친구들과 놀 수도 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누워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기기도 있다. 유칼립투스, 라벤더, 페퍼민트 등 향기를 맡으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향기테라피도 준비돼 있다. 샌드백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볼 수도 있고, 가장 구석진 곳에 아늑하게 마련된 방에서 한숨 눈을 붙일 수도 있다.

교실 2∼3개 크기의 이 공간은 미림여고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 학교 설립 초기엔 교장실로 쓰이다가 그 뒤 자습실로 변경됐다가 올해 스트레스 프리존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케이비(KB)국민은행과 함께 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 및 관리를 위해 조성해준 곳으로 미림여고 외에 서울창신초등학교, 성내중학교, 서울영상고등학교,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 경일고등학교 등 모두 6개교가 그 혜택을 받았다.

스트레스 프리존에선 보드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한숨 잘 수 있는 등 다양한 스트레스 풀기 활동이 가능하다. 미림여고 제공
스트레스 프리존에선 보드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한숨 잘 수 있는 등 다양한 스트레스 풀기 활동이 가능하다. 미림여고 제공

스트레스 프리존은 미림여고 학생들에게 ‘핫플레이스’다. 학교 전체가 소등하는 밤 11시까지도 불이 켜져 있는 곳이다. 미림여고 2학년 천세민양은 “스트레스 프리존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공부하다가 틈틈이 스트레스 프리존에 가서 뒹굴거리면서 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미림여고의 특별한 공간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미인재’라는 자습실 역시 학교 시설이 아닌 ‘스터디 카페’로 보인다. 개방감이 뛰어난 모던한 디자인에 다양한 종류의 책상들은 선생님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혼자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 조별 토론을 할 수 있는 책상, 단체로 공부할 수 있는 테이블뿐 아니라 바닥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마련돼 있다. 바닥에 열선을 깔아서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처럼 앉아서 공부할 수 있다. 기존 독서실 형태의 자습실을 올해 이런 스터디 카페 형식으로 변화시키자, 방과후에 남거나 주말에도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이 확 늘었다. 천세민양은 “미인재가 문을 열기 전에는 주말에 학교에 나오는 일이 없었는데 미인재가 생긴 뒤로는 주말에도 나와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한다”며 “조용한데다 분위기도 좋아서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김서언양(2학년)은 “방과후에 학원 일정이 있으면 학원에 갔다가도 다시 학교 미인재로 돌아와서 공부를 하고 미인재에서 공부하다가 쉬고 싶으면 스트레스 프리존에 가서 쉬다가 다시 미인재로 돌아온다”며 “미인재나 스트레스 프리존 사진을 찍어서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미림여고 올걸’ 하면서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독서실 같은 자습실을 스터디 카페 분위기의 ‘미인재’로 바꾸자 방과후에 남거나 주말에도 등교해 공부하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  미림여고 제공
기존의 독서실 같은 자습실을 스터디 카페 분위기의 ‘미인재’로 바꾸자 방과후에 남거나 주말에도 등교해 공부하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 미림여고 제공

이 학교에는 ‘음악카페’ ‘꿈담카페’ 등 카페라는 이름을 단 곳도 2곳 있다. 음악카페는 악기들이 마련돼 있는 커피숍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기존에 피아노 한대가 있던 음악실을 개조한 곳으로, 음악수업 때는 교실로 쓰이고 평상시에는 자유롭게 악기 연주를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공간으로 쓰인다. 꿈담카페는 카페 분위기로 다양한 테이블을 마련해놔서 자습과 조별 토론이 가능한 곳이다.

미림여고는 최근 1∼2년 사이에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의 유휴공간을 모두 이렇게 학생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김현국 교감은 “학교 밖에 나가면 핫플레이스나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이 많은데 학교를 그런 공간들처럼 꾸며서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 머무르고 싶은 학교로 만들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집처럼 편하고 카페처럼 예쁘게 만들어서 주말에도 방학에도 학교에 나오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꿈담카페에선 다양한 조별 활동과 자습이 가능하다. 미림여고 제공
꿈담카페에선 다양한 조별 활동과 자습이 가능하다. 미림여고 제공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나 학생활동, 외부 초청 강의가 많은 것도 학내 시설에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커 교육을 하는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에는 입체(3D) 컴퓨터만 해도 4대나 갖추고 있다. 레이저커팅기, 대형 출력장치 등 고가의 장비들도 마련돼 있다. 자율자동차 교육을 하는 공학리더실은 바닥에 열선을 깔아서 학생들이 바닥에 편히 앉아서 자동차 실험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청소년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미림여고 학생들이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1인 1악기 교육을 하고 있어서, 음악대학 못지않은 개인연습실, 앙상블 연주실, 합주실 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메이커 교육을 하는 메어커스페이스 공간에 마련돼 있는 3D 프린터들.
메이커 교육을 하는 메어커스페이스 공간에 마련돼 있는 3D 프린터들.

미림여고 학생들이 3D프린터 등의 장비로 만든 작품들.
미림여고 학생들이 3D프린터 등의 장비로 만든 작품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비대면 교육, 내년부터 부분적으로 도입되는 고교 학점제를 대비해 교실도 모두 리모델링했다. 우선 모든 교실의 칠판을 세라믹 보드로 바꾸어서 빔 프로젝터를 쏠 수 있는 대형 화면으로도 이용 가능하게 했다. 교실 앞에 위치한 교사의 책상은 비대면 교육 시 바로 온라인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 있게 세팅되었다. 수학 교실은 교실의 앞과 뒤에 모두 세라믹 보드를 설치해 많은 학생들이 나와서 문제를 풀 수 있게 했다. 외국어 교실들은 다양한 조별 모둠 활동이 가능하게 마름모꼴 책상으로 교체했다.

학교 시설의 변화는 실제로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장서연양(2학년)은 “다양한 공간들이 늘면서 친구들이 학교에 오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걸로 보인다”며 “오늘은 미인재에서 같이 공부하자, 오늘은 꿈담카페에서 조별 활동 하자 등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거 말고도 여러 약속을 잡고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학교 오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김현국 교감은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와 학생 간에 소통도 많이 하는데 그 과정에서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며 “올해도 온라인 스튜디오를 만들고, 운동장 일부를 꽃동산으로 만드는 등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교육공간의 혁신을 이루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바닥에 열선을 깔아 겨울에도 바닥에 앉아서 자율자동차 실험을 할 수 있는 공학리더실.
바닥에 열선을 깔아 겨울에도 바닥에 앉아서 자율자동차 실험을 할 수 있는 공학리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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