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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5살 취학’ 덜컥수 윤석열 정부 역풍 자초…공론화도 난망

등록 2022-08-02 21:47수정 2022-08-03 10:32

각계 반발 일파만파…대통령실 나흘 만에 후퇴
공론화 나서야 할 국가교육위는 출범도 못해
1일 오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질의응답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이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질의응답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이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초등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 강구하라’는 지시가 나온 지 나흘 만에 대통령실이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 없다”고 물러선 건, 교육현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사안을 의견 수렴조차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추진한 결과다. 대통령실은 교육부에 학제 개편안에 대한 신속한 공론화를 주문했으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을 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학제 개편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초등 입학 연령을 만 6살에서 만 5살로 앞당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학제 개편안 등을 보고했다.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 부총리는 “지역이나 가정 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조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하기 위해 취학 연령 하향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보였다. 이르면 2025년부터 취학 대상 아동의 25%씩을 4년에 걸쳐 1년씩 앞당겨 입학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시행되면 최대 15개월 차이가 나는 학생이 동급생이 돼 학습 격차와 경쟁이 되레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만 5살이 초등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지 고려가 없고 △경쟁·사교육이 심화될 수 있으며 △초등학교 1학년 돌봄 사각지대가 우려되고 △대통령 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논의된 적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미처 예상치 못한 거센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정부는 1일부터 다급히 수습에 나섰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님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박 부총리에게 지시했다. 박 부총리는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4년이 아닌 12년에 걸쳐 취학 대상 아동을 1개월씩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어, 일정에도 없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회적 합의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2일에도 학제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과 입장 발표가 잇따랐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어 “충분한 사회적 협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된 만 5살 조기 입학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가 학제 개편안 추진에 앞서 시·도 교육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어 “유·초·중 교육을 책임지고 학생과 학부모, 교육 현장을 대표하고 연결하는 교육행정기관인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6개 학부모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동시에 “열린 자세로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교위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교위는 근거법 시행일(7월21일)로부터 12일이 지난 이날까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설명을 종합해보면, 2일 기준 국교위 위원 총 21명 가운데 16명은 공석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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