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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EBS논술강의, 논술교과 도입 “한심한 해결책”

등록 2005-07-25 11:21수정 2005-07-27 13:23

강호영 교사는 논술에 대한 교육부의 해결책을 비판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강호영 교사는 논술에 대한 교육부의 해결책을 비판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스타강사보다 유명한 성남고 강호영 교사와의 만남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확대 실시하겠다는 발표 이후, 교육계에서는 연일 ‘논술’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논술전문학원은 문의전화와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일반서점에서도 논술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지경이다.

이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논술로 인한 사교육시장의 과열방지 차원으로 ‘EBS 논술강의 확대 실시’, ‘논술 정식교과 도입’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문제가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유료사이트요? 저는 게을러서 못해요”


성남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호영(40)교사는 논술에 대해서만큼은 스타급 강사보다 더 유명하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예부장으로 글쓰기를 좋아했고, 국어교과가 되면서 논술교육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강 교사는 현재 ‘강호영의 논술교실(http://my.dreamwiz.com/ghdud99)이라는 개인홈페이지에 논술에 필요한 기초자료와 대학별 고사 해설을 무료로 등록하고 있다.

1999년 2월 문을 열어 최근 방문자 70만 명을 돌파한 이 사이트는 웬만한 입시학원 사이트보다 인기가 좋다. 처음에는 매번 논술자료가 유실돼 개인 자료실로 쓸 생각으로 제작한 홈페이지였지만, 일부러 알리지 않았는데도 방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포털사이트에 정식으로 등록해 지금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교사는 접속자 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편하게 들어와서 필요한 자료를 보고, 서로 논술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된다면 족 한다. 그래서 일부러 회원제 절차도 만들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유료사이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강 교사는 “유료 사이트 되면 매일 관리해야 하잖아요. 저는 게을러서 그렇게 못해요”라면서 겸손하게 거절해 왔다.

강호영 교사는 “요즘은 돈벌이가 잘 되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신지식인이 대우받는 세대지만, 저는 구지식이 좋아요. 우리사회도 돈에 얽매이지 않는 구지식인이 대우받는 사회가 됐음 좋겠어요”라며 소박을 바람을 내비추기도 했다.

EBS 논술강의, 논술교과 도입

“현실 고려하지 않은 한심한 해결책”

한편 강호영 교사는 논술과 관련해 김진표 부총리가 내놓고 있는 대책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것들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교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에도 EBS 강의는 수천편이 제작됐지만,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EBS 논술강의 자문역할을 하면서 답답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강 교사는 “우선 EBS 관계자들이 논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제작비 지원이 형편없어 완전 싸구려로 만들고 있으니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것은 어쩜 너무나도 당연합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논술의 핵심은 ‘첨삭지도’를 바탕으로 한 학생과 교사의 1:1 상호작용인데, 일방적인 강의로만 이뤄진 EBS 논술강의 100편을 본들 논술을 잘 쓸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논술교과 도입에 대해서는 “현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본고사 형태의 논술고사는 도저히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들로, 작문처럼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더욱이 인문계논술만 해도 영어, 국어, 사회 등 최소한 3명의 교사가 있어서 가능한데 일선교과 한명이 어떻게 수업을 합니까?”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일부 상위권 대학만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데, 정규교과로 도입하면 모든 학생들이 논술을 배워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라며 “교육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해결책이 한심하기만 합니다”라고 한탄했다.

성남고 자체 심층 논·구술반 운영

이렇게 논술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성남고에서는 심층 논·구술반을 자체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30명의 장학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담당교사가 대학별·과별 심화지도하고 있다.

강 교사는 “성남고는 졸업생이 장학생의 학비를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장학생은 매학기 마다 내신, 모의고사, 주요과목(백분율 반영) 등 몇 가지 기준을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학생제도는 위화감을 조성하기보다는 나도 열심히 하면 상위권에 들 수 있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강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학원수강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일화로 어떤 학생이 학원에 갔는데 강호영 교사의 홈페이지를 소개해 주면서 그 자료를 토대로 수업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원보다 더 유명한 강호영 선생님의 강의를 선호하고 있다.

그는 12년 동안 성남고에 재직하면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아 보였다. 비록 과거에 비해 인간미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지만, 교직생활의 힘은 역시 제자와의 추억이라고 밝히며 웃음 지는 강교사의 미소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김지훈 바이러스 기자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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