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 관계에 있는 사람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드나들었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ㄱ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13명 전원 의견을 들어 판결을 내리는 재판으로, 이 사건에서는 대법관 9명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ㄱ씨는 2019년 7∼8월 내연관계에 있던 ㄴ씨 집에 세 차례 드나들었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결혼해 남편이 있었는데, ㄱ씨가 ㄴ씨 남편의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ㄱ씨가 ㄴ씨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간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ㄱ씨가 ㄴ씨 남편이 없을 때 ㄴ씨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ㄴ씨 남편의 의사에 어긋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출입한 경우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ㄱ씨가 ㄴ씨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갔더라도 ㄴ씨 남편이 출입을 거부했을 것이 명백하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부부싸움을 한 뒤 외출나간 아내를 대신해 처제가 잠근 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ㄷ씨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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