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만 51명…감사원 “보훈심사위 시스템 문제있어”
국가보훈처 조직 전체가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일권 차장의 국가유공자 자격 불법 취득에 이어 직원들의 유공자 수도 다른 부처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유공자 자격을 얻은 보훈처 전·현직 직원 모두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본감사에 앞서 자료수집 및 분석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12일 보훈처에 근무하면서 국가유공자가 된 공무원은 전직 41명을 포함해 모두 92명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공무원의 국가유공자 비율은 1천명당 37.7명으로 정부 부처 평균 국가유공자 비율인 1천명당 1.4명에 견줘 무려 27배나 높다. 감사원은 이미 일부 보훈처 직원들이 부당하게 국가유공자 자격을 획득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상 국가유공자 심사 및 등록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되지만 내부 직원에 대해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뤄진 의혹이 있다”고 밝혀 보훈처 내부의 조직적인 비리나 직원 봐주기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감사할 뜻을 내비쳤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보훈처 차장 사안은 구조적 문제점이 없는지 보려고 한다”며 “감사원에서 추가 조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검찰에 수사도 의뢰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자격을 허위로 꾸며 유공자 지정을 받아 자녀 학자금 지원과 기업체 취업 혜택 등을 받은 공무원이 적발될 경우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가 되는 공상공무원 제도에 대해 보훈처 직원들은 주무부서여서 적극 활용한 반면, 타 부처 공무원들은 이를 잘 몰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변명했으나,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보훈처는 또 정 차장을 형사처벌하라는 비난여론이 커 그에 대한 파면 등 중징계로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복 보훈처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띄운 ‘보훈가족과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보훈공직자가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외부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엄정히 재심의를 하고, 관계법령에 따라 조처를 취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원제 이재명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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