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실물 크기 모형.
1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국내개발 무기획득사업인 ‘한국형 기동헬기사업(KUH)’을 놓고 감사원과 기무사가 각각 감사와 내사를 벌이고 있다. 방위사업청 한국형 헬기(KHP) 사업단이 일부 주요 구성품의 구매 결정을 자의적으로 뒤집었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2일 “헬기사업의 직구매품인 헬멧현시장비(HMD)와 적외선방해장비(IRCM)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와 민원에 따라 특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무사령부 관계자도 “일부 문제점이 대두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 불거진 ‘한국형 기동헬기 사업’
감사원·기무사 조사중…“탈락업체도 또 입찰참여” 조사 초점은 사업단의 법규 위반 의혹이다. 방위사업청의 ‘구매품선정지침’을 보면, 해외 직구매품은 전문가로 구성된 구매품선정위원회가 품목을 미리 선정·건의하면 방위사업추진위 사업관리분과회의에서 확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사업단은 지난 6월 말 사업단장 직권으로 이를 결정했다. 직구매품 9개 품목 중 6개는 선정위 원안대로 구매하되, 한 품목은 삭제하고 두 장비는 나중에 업체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사업단이 정식 의결기구인 사업관리분과회의에 이를 상정하지 않고 사업단장이 전결한 내용을 보고만 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두 장비의 구매 시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헬멧 고글 또는 바이저에 비행정보가 나타나도록 한 헬멧현시장비와 관련해, 사업단은 애초 “선정위에서 구매 건의한 품목은 구형 모델로, 2년 뒤면 첨단 신형 모델이 개발되는 만큼 2009년 말쯤이 구매 적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 및 생산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쪽은 지난달 검토보고서에서 “장비를 장착·시험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2008년 9월엔 구매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사업단은 다시 재검토를 지시해, 최근 구매 착수 시점을 2009년 초로 늦춘 보고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구매 유보 명분 확보를 위해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 장비가 나오기엔 여전히 짧다”고 지적했다. 이번 구매 재검토로 탈락 업체가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목된다. 헬멧현시장비의 경우, 선정위에선 이스라엘 업체가 1위였고, 프랑스 업체는 2위로 사실상 탈락했다. 사업규모는 개발단계 6대 20억~60억원, 양산단계 245대 600억~1천억원이다. 한아무개 사업단장은 “탈락 업체를 위해 구매를 재검토했다는 건 터무니없다”며 “구성품을 최고로 채워 ‘월드베스트’ 헬기를 만들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애초 구매 규모가 작아 단장 전결로 보고했지만, 지금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업관리분과회의에서 검토 결과를 최종 결정토록 할 예정”이라며 “분과회의는 11월에 열려다가 감사 뒤인 내년 초로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감사원·기무사 조사중…“탈락업체도 또 입찰참여” 조사 초점은 사업단의 법규 위반 의혹이다. 방위사업청의 ‘구매품선정지침’을 보면, 해외 직구매품은 전문가로 구성된 구매품선정위원회가 품목을 미리 선정·건의하면 방위사업추진위 사업관리분과회의에서 확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사업단은 지난 6월 말 사업단장 직권으로 이를 결정했다. 직구매품 9개 품목 중 6개는 선정위 원안대로 구매하되, 한 품목은 삭제하고 두 장비는 나중에 업체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사업단이 정식 의결기구인 사업관리분과회의에 이를 상정하지 않고 사업단장이 전결한 내용을 보고만 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두 장비의 구매 시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헬멧 고글 또는 바이저에 비행정보가 나타나도록 한 헬멧현시장비와 관련해, 사업단은 애초 “선정위에서 구매 건의한 품목은 구형 모델로, 2년 뒤면 첨단 신형 모델이 개발되는 만큼 2009년 말쯤이 구매 적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 및 생산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쪽은 지난달 검토보고서에서 “장비를 장착·시험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2008년 9월엔 구매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사업단은 다시 재검토를 지시해, 최근 구매 착수 시점을 2009년 초로 늦춘 보고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구매 유보 명분 확보를 위해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 장비가 나오기엔 여전히 짧다”고 지적했다. 이번 구매 재검토로 탈락 업체가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목된다. 헬멧현시장비의 경우, 선정위에선 이스라엘 업체가 1위였고, 프랑스 업체는 2위로 사실상 탈락했다. 사업규모는 개발단계 6대 20억~60억원, 양산단계 245대 600억~1천억원이다. 한아무개 사업단장은 “탈락 업체를 위해 구매를 재검토했다는 건 터무니없다”며 “구성품을 최고로 채워 ‘월드베스트’ 헬기를 만들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애초 구매 규모가 작아 단장 전결로 보고했지만, 지금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업관리분과회의에서 검토 결과를 최종 결정토록 할 예정”이라며 “분과회의는 11월에 열려다가 감사 뒤인 내년 초로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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