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면밀한 수사없이 체포…직접증거 전혀 없어” 무죄 선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된 원정화(35·여)씨의 의붓아버지 김동순(64)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용석)는 18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원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해 “간첩이라고 볼 직접 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석방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중국에서 북한산 수산물 등 남쪽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면서 북한 보위부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접촉하고 단파 라디오와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소지한 점 등 간첩임을 추정하게 하는 간접 증거가 존재하지만, 탈북자로서 대북무역을 했다는 김씨의 해명이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수사기관이 김씨에 대해 장기간의 면밀한 관찰이나 추적을 통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원씨 사건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보름 동안 조사를 하다가 간접 사실만을 들어 간첩이라 지목하고 체포했다”며 “김씨가 북한을 이탈해 중국에서 6년, 한국에서 1년 7개월을 거주하는 동안 이렇다 할 간첩 활동을 했다는 구체적 직접 증거가 없어 간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따라 이 사건 초기 제기됐던 ‘함량 미달’의 간첩 사건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2006년 4월 중국 단둥 북한대표부에서 원씨와 함께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과 만난 사실은 있지만, 북한대표부와 무역을 했을 뿐 간첩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딸 원씨는 북한 공작원을 만나 6만달러의 자금과 함께 군사기밀을 탐지해 보고하라는 지령을 받는 등 자신의 간첩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03~2006년 중국에서 의붓딸 원정화씨에게 대남 공작을 위한 금품을 제공하고 2006년 말 탈북자로 위장 입국해 황장엽씨의 소재지를 알아보려고 시도하는 등의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잠입 등)로 지난해 9월 김씨를 구속 기소했으며,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한편, 김씨는 북쪽에 있을 때 원씨의 어머니와 재혼했으며, 원씨에 이어 북을 떠난 뒤 중국에서 원씨와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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