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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극적 타결 됐다더니…명동 재개발지역 또 충돌 ‘왜?’

등록 2011-09-09 16:50수정 2011-09-09 18:09

철거 용역 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골목을 막아선 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엄연히 세입자들이 상가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지만 용역 직원들이 골목골목에 배치된 탓에 이곳의 상권은 죽어가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철거 용역 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골목을 막아선 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엄연히 세입자들이 상가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지만 용역 직원들이 골목골목에 배치된 탓에 이곳의 상권은 죽어가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9일 새벽 4시30분 서울 중구 명동에서 황구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아무개(55)씨는 창문에서 갑자기 ‘윙윙’하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창문을 열어보니 자신의 가게로부터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 포크레인 한 대가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최씨는 잠옷 바람에 뛰어나갔다. 육중한 몸집의 철거 용역 직원들이 최씨를 막아섰다.

“이놈들아. 당장 그만 둬.” 최씨가 소리치며 용역 직원들에게 달려들자 용역 직원들은 최씨를 밀어내쳤다. 최씨는 “용역들이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친 뒤 마구 밟아 대었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누가 나를 때리는지 알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오른 발목의 인대가 파열돼 곧바로 병원에 실려갔다. 임신부인 이근혜 명동구역세입자대책위 대표도 위압적인 철거 용역들의 언행에 충격을 받아 유산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갔다.

[%%HANITV1%%]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 나온 다른 세입자들도 최씨처럼 훔씬 두들겨 맞으며 철거를 막아보려 했지만 시행사의 건물 철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새벽 내내 명동엔 철거민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넉달 넘게 시행사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서울 명동3구역 세입자들이 8일 극적인 합의를 이룬 다음날 새벽 명동에서 다시 충돌이 벌어졌다. 9일 새벽 4시30분께 철거 용역직원들이 3구역 건물을 철거하러 오자 2·4구역 세입자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최아무개(55)씨 등 2명이 용역에게 얻어 맞아 병원에 실려갔다.

잘 마무리 되는 듯 했던 명동 재개발 지역에 왜 또 이같은 충돌이 벌어진 것일까.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 3구역 협상 타결과 별도로 명동 2·4구역 세입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새벽 벌어진 충돌도 2·4구역 세입자들이 3구역 시행사인 (주)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명동정비사업)의 3구역 건물철거를 막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언뜻 보면 왜 2·4구역 세입자들이 나서 3구역 철거를 막는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명동정비사업구역은 하나의 상권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3구역 철거는 2·4구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이날 새벽 벌어진 3구역 건물 철거현장은 엄연히 영업을 하고 있는 4구역 상가와 1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2·4구역 세입자들은 명동정비사업 쪽에 협상을 완료한 다음 건물 철거를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명동 재개발 구역 세입자들이 9일 오전 철거공사 현장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뒤에 보이는 철거현장이 3구역 세입자 농성장소였던 카페 마리가 있던 곳이다. 사진 허재현 기자   
명동 재개발 구역 세입자들이 9일 오전 철거공사 현장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뒤에 보이는 철거현장이 3구역 세입자 농성장소였던 카페 마리가 있던 곳이다. 사진 허재현 기자   
2·4구역 상가 세입자들은 벌써부터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곳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 하고 있는 문종기(62·황구복집)씨는 “골목 곳곳에 깡패같은 용역 직원들이 활보하고 다녀서 3구역 철거가 시작된 올해 3월부터 월 매출이 삼분의 일로 줄었다”며 “명동정비사업은 상권을 죽여서 우리더러 알아서 떠나도록 하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며 답답했다.

  2·4구역 세입자들은 또 시행사가 3구역 철거를 완료하면 곧바로 2·4구역도 3구역처럼 막무가내 철거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상가 세입자는 “우리는 3구역이 어떤 일을 겪는지 다 봤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런 2·4구역 세입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동정비사업 쪽은 3구역 철거를 빨리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이아무개 과장은 “사업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가 어마어마하다.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앞당겨야 하는데 우리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왜 2·4구역 세입자들이 3구역 철거를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명동정비사업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명동정비사업은 2·4구역의 시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명동정비사업은 2·4구역 건물을 대부분 사들인 상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상가세입자들의 영업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건물주의 신분도 겸하고 있다. 건물주가 나서서 상가 세입자들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철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세입자들이 남의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만 하고 있는 셈이다. 

  3구역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서울 중구청의 중재 역할이 컸다. 그러나 중구청은 이번에는 다시 중재역할을 맡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2·4구역은 사업인가도 나지 않아 공사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구청이 나서서 갈등을 중재할 단계가 아니다. 사업인가가 나고 권리금 보상 문제 등의 갈등이 빚어지면 중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2·4구역 상가세입자들과 명동정비사업 쪽과의 협의는 난항 상태다. 명동정비사업은 8일 명동구역세입자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세입자와 개별 협의는 할 수 있지만 대책위와 협의할 수는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동구역세입자대책위원회는 명동 2·4구역 세입자 26가구가 모여 만든 기구다.

  이근혜 명동구역세입자대책위 대표는 “명동정비사업은 세입자의 영업 권리를 보호하고 생존권이 박탈되지 않도록 대화에 나서고 중구청도 최대한 중재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은 국민은행(49%)과 대우건설(44%)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부동산 개발 회사다. 현재 명동 2·4구역은 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아 시행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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