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유기농은 생명이다
기고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장 레스터 브라운은 최근 ‘벼랑에 선 세계’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극단적인 기후변동과 무분별한 경제개발로 인해 지구의 기후, 에너지, 식량, 물, 그리고 토양 조건이 정점(peak)을 찍고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대자연과 인간을 되살리는 ‘유기농 혁명’(Organic Revolution)을 제안한다. 예컨대 전세계 49억㏊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화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황폐해지고 있는 40억㏊의 산림지를 제대로 녹화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금의 390ppm에서 안전한 수준인 350ppm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농업(유기농업)은 경제성이 없는 ‘전통산업’이 아니라, 사람도 살리고 환경생태계와 지구 생명을 살리는, 말하자면 세상을 살리는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유럽, 북미 등의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민·관이 나서서 생활 속의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다.
왜 유기농인가? 10가지 이유를 꼽아보았다.
첫째, 유기농산물은 프랑켄슈타인(괴물) 식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또는 LMO)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순수한 대자연의 생산품이다. 둘째, 유기농식품은 맹독성 농약, 항생제, 성장호르몬, 나노분자 그리고 기후 불안정을 야기하는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면역성, 항암성, 항산화성, 자연치유 복원력 등을 두루 갖춘 온전한 자연식품(whole food)이다. 셋째, 유기농업은 친기후환경적이다. 북미지역 온실가스의 35~50%가 화학·기계 농법에서 배출되는데, 유기농업은 오히려 0.4㏊당 3.2㎏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시킨다. 넷째, 튼튼한 유기농 인증 감시제도는 핵방사선 오염식품의 무의식적인 소비에 의한 발암 가능성을 예방해준다. 다섯째, 유기농업 또는 유기농 가공식품에서는 식중독이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다. 여섯째, 수억t의 유독성 도시 하수쓰레기가 미국의 1억4000만 농장에서 흙비료로 쓰이고 있는데 유기농업은 원천적으로 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곱째, 유기농법과 유기축산은 도축장에서 나오는 고기 부스러기, 뼛가루, 피, 내장 등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알츠하이머로 오진되는 인간광우병 발생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여덟째, 유기농은 작물생육과 가축사육을 복지 차원에서 다룬다. 아홉째, 유기농식품은 비타민류와 항암, 항산화 요소, 그리고 인체에 필수적인 중요한 미세물질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끝으로, 숙련된 유기농가의 생산성은 관행농가보다 높고 극심한 가뭄이나 폭우 장마 등 이상기후 조건에서 더 잘 견뎌내고, 유기농업은 소규모 가족농과 농촌 지역사회를 더욱 전원적으로 품위있게 보전하고 지탱한다.
선진 각국을 돌아보면, 기후 환경 및 건강 문제의 대안으로 유기농산물을 공동으로 정기 구매하는 ‘공동체 지원 농업(CSA) 운동’과 지역농산물을 사먹자는 ‘로컬푸드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13년 동안 친환경 농업정책을 폈지만 유기농 비중이 겨우 0.9%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 유기농산물을 ‘동등성’이라는 미명으로 자유롭게 수입하려는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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