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시총회 및 살인기업 규탄대회’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심상정 의원 “2011~2012년 환경부 용역서 인과관계 확인
정부 적어도 2013년께는 위험성 알았을 개연성 커”
정부 적어도 2013년께는 위험성 알았을 개연성 커”
상당수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뿐만 아니라 심혈관·면역 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정부가 3년 전부터 알고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가 적어도 2013년께 가습기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동물실험을 통해서 ‘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음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PHMG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쓰인 성분이다.
심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건강모니터링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 조사연구’를 보면, “본 질환(폐질환)에 대한 특성을 규명하고자 2011~2012년 전국적으로 시행한 후향적 및 전향적 연구에서 본 질환의 특성 및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특성 성분(PHMG, PGH)이 폐 및 폐 이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인체에 유해하나 안정성 평가 없이 사용된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의한 폐 및 다른 기관에 대한 건강영향평가와 이들의 건강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이 ‘조사연구’는 지난해 4월 울산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환경부에 제출했다. 해당 연구가 2011∼2012년 시행된 까닭에 정부도 최소 2013년에는 이를 알았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의원실 쪽 주장이다.
심 의원은 아울러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PHMG와 PGH로 만들어진 제품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클로로 메틸이소티아졸린(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린(MIT)으로 만든 다른 가습기살균제로 수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심 의원은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환경보건센터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쓰인 PHMG 성분 말고 다른 회사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쓰인 CMIT와 MIT도 폐와 다른 인체부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 내 독성물질인 CMIT와 MIT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생체에서 염증상태 유도, 체중 감소, 빈맥 및 동맥경화를 포함한 심혈관 이상, 지방간, 지질지표 이상, 면역계 이상, 폐섬유화, 폐출혈 및 폐 조직 위축, 폐 조직 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2013년 연구논문으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 지난 1월 환경부에 제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경부가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한 병원이다.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가 2014년 낸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백서’를 보면, CMIT와 MIT 성분이 쓰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이플러스, GS리테일 함박웃음,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 등이다.
심 의원은 “정부가 CMIT, MIT의 독성이 폐 이외 부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의 보고서를 받고도 이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동물실험을 통해서 다른 질환에 대한 피해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다른 질환에 대한 조사, 저농도·만성 노출에 대한 피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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