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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국 사심없이 수사’했다는 송경호, ‘광우병 PD수첩’ 주임검사”

등록 2020-01-20 17:55수정 2020-01-20 21:43

조국 수사 관련 “사심·방향성 없이 수사했다”
MB때 ‘PD수첩’ 수사에선 사실상 주임검사로
정권 입맛 맞춰 기소했다 대법원까지 ‘무죄’
“그땐 무릎꿇고서…헌법정신 말할 자격 있나?”
조국 일가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지난해 10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료 검사와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국 일가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지난해 10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료 검사와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국 수사를 둘러싸고 대검 반부패부(옛 중앙수사부) 부장과 ‘2인자’인 선임연구관이 정면 충돌한 ‘상갓집 소동’ 당시 그 자리엔 송경호(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날 그 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뒤 인사에서 새로 반부패부장에 임명된 심재철(51·〃 27기) 검사장을 향해 “당신이 정권에 기여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도 사심 없이 수사했다”, “우리는 아무런 방향성 없이 수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수사가 표적 수사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송 차장은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조국 일가 비리’ 사건에서 수사 실무를 총괄 지휘했다.

앞서 송 차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사장급 징벌 인사’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성윤(58·〃 23기) 검사장 앞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 중 일부 구절을 읽으며 ‘헌법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장 부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 직제 개편안을 놓고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던 중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는 것이다. 송 차장의 행동은 내심 추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이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담은 것으로 읽힐 만 했다.

송 차장은 또 “정치, 사회, 경제적 강자의 불법과 반칙을 외면하거나 눈 감는 건 헌법과 국민이 우리에게 맡겨준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두 차례에 걸친 송 차장의 말이 외부에 알려진 뒤 검찰 안팎에선 그가 사실상 주임검사를 맡았던 ‘광우병 PD수첩’ 사건이 새삼스럽게 소환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당시 ‘PD수첩’이 보도한 ‘긴급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한 수사에서 송 차장은 사실상 주임검사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피디들 기소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검찰이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미국산 광우병 위험 소’ 프로그램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나눠준 ‘자료제출요구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이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미국산 광우병 위험 소’ 프로그램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나눠준 ‘자료제출요구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무죄 판결 나자 ‘무죄평정위’에 대표로 나와 항변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검사는 “애초 청와대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한 임수빈 형사2부장이 ‘기소하라’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한 뒤 구성된 새 수사팀에서 송 차장은 ‘주포’로 사실상 주임검사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2009년 2월 형사6부로 재배당한 뒤 제작진 집 압수수색, MBC 방송사 압수수색 시도 등 4개월여에 걸친 고강도 조사 끝에, 같은 해 6월 조능희 책임 피디(CP) 등 제작진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형사 단독)부터 2심(지법 항소부)을 거쳐 대법원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전부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애초 검찰의 기소가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송 차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뒤 대검찰청에서 열린 무죄평정위원회에 수사팀 대표로 나와 “잘못된 기소가 아니었다. 법원이 오판한 것”이라며 당당히 항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시 부장이던 전현준 검사는 MB정부 내내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핵심 요직으로 보상받았다. 송경호 검사도 <pd수첩> 기소 이후 대검찰청 연구관-춘천지검 원주지청 부장검사-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수원지검 특수부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정부 들어서도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MB 수사’에서 성과를 낸 뒤 지난해 7월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의 최고 요직 중 하나인 3차장 검사로 임명됐다.

반면 임수빈 형사2부장이 ‘기소 불가’ 의견을 낼 당시 같은 부서에 있던 검사들은 ‘주홍글씨’가 찍힌 나머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한직을 전전했다. 그 검사들은 ‘촛불정신’을 내세운 문 정부 들어서도 2년 반이 넘도록 여전히 한직에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권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검사들인데, 문 정부 들어서도 전혀 구제되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송 차장의 언행에 대한 검찰 안팎의 비판은 한 방향으로 모인다. 엠비 정부 입맛에 맞게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주저하지 않은 그가 지금 와서 ‘사심없는 수사’, ‘방향성 없는 수사’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PD수첩 수사는 검찰이 정권에 무릎을 꿇은 대표적인 정치 사건”이라며 “그때 사실상 주임검사로 정권의 요구에 순응했던 송 차장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 몹시 의아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그런 송 차장을 인사로 걸러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안이한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직 검사장은 “집권 후 2년이 넘도록 오로지 적폐 수사에만 몰두한 나머지 송 차장의 ‘과거’를 제대로 검증 못 한 조국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송 차장은 현재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평가받으며. 오는 23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중간간부 인사에서 좌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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