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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음의 순간을 보는 예언가와 강력반 형사의 만남

등록 2020-02-07 20:36수정 2020-02-07 20:38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MBC 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김태평(옥택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는 누군가의 죽음 직전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 광경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집 혹은 병원에서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어떤 이는 불행하게도 너무 이르고 끔찍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이 능력으로 비극을 막으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태평의 예견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연히 태평의 능력을 알게 된 강력반 형사 서준영(이연희)은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민다. 태평은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유일하게 죽음의 순간이 보이지 않는 준영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문화방송>(MBC) 월화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이하 <더 게임>)는 예견 능력을 지닌 남자와 강력반 형사가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판타지 범죄 스릴러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주인공의 초현실적 능력을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만 활용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범죄의 다층적 측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죽음 직전 모습만 볼 수 있는 태평 능력의 한계는, 보이지 않는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그동안 범인에게 가려졌던 피해자들과 주변 인물의 고통에 집중하게 한다. 가령 첫번째 피해자 이미진(최다인) 납치 사건에서 태평이 목격한 것은, 미진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형사들과 옆에서 오열하는 미진의 엄마 유지원(장소연)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드라마의 관점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 과거의 연쇄살인 사건 묘사에도 드러난다. 20년 전 여학생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특정 시간에 맞춰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범인에게는 ‘0시의 살인마’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더 게임>은 이 사건을 다시 소환하면서 범인을 악마화하며 범죄의 원인을 납작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 사건의 자극적인 보도에만 치중했던 언론의 문제 등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7번째 피해자의 부친이 현재 일어난 모방범죄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에피소드는 흔히 범죄 사건에서 중요하게 조명받지 못하고 그만큼 빨리 잊히는 유족들의 고통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비워진 침대와 그 머리맡에 꽂혀 있는 가족사진을 비추는 단 두 컷을 통해, 딸을 잃고 아내마저 먼저 보낸 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오래도록 고통스러워했을 그의 상처가 암시된다.

최근 범죄 스릴러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범행 묘사의 수위를 높이는 자극적인 방식으로 눈길을 끌려는 작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 게임> 역시 연쇄살인 방식이 잔혹하고, 여성들이 주로 피해자로 그려지는 등 이 같은 장르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다만 범죄 사건에서 범인에만 초점을 맞추다 놓치는 문제들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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