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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마스크 사기’ 약국도 당했다, 공장 갔더니 허허벌판

등록 2020-02-20 17:00수정 2020-02-20 21:16

불안심리 악용 교묘해지는 마스크 사기
“대기업 협력사 마스크 업체 과장인데…”
명함과 공장 사진, 시험검사 증명서까지 제시
중간도매상도 속아…계약금 보낸 뒤 연락두절
경찰청 “사기 572건 접수해 198건 집중 수사중”
홍 과장이 최씨에게 보낸 경북 구미 마스크 공장 내부 사진(위)과 홍 과장이 보내온 엘지 로고가 찍힌 명함 사진(아래 왼쪽)과 마스크 사진(아래 오른쪽). 최씨 제공.
홍 과장이 최씨에게 보낸 경북 구미 마스크 공장 내부 사진(위)과 홍 과장이 보내온 엘지 로고가 찍힌 명함 사진(아래 왼쪽)과 마스크 사진(아래 오른쪽). 최씨 제공.

서울 종로5가 약국 밀집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2)씨는 지난 18일 자신을 “엘지(LG) 협력사로 들어가 있는 마스크 업체 과장”이라고 소개하는 ‘홍아무개 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홍 과장은 최씨에게 “케이에프(KF)94 마스크 3장 한 묶음을 1320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엘지 로고가 박혀 있는 명함 사진과 마스크 시험·검사성적서, 품목허가증과 공장 사진 등을 보내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데다 마스크 1장 당 440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최씨는 이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자 홍 과장은 “우리는 공장도매여서 파레트(화물 운반대) 단위로 판다. 지게차에 올리는 파레트 하나 위에 마스크 600개들이 상자 45개, 모두 2만7천장이 있다. 공장이 경북 구미에 있으니 와서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홍 과장과 최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최씨 제공
홍 과장과 최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최씨 제공

이에 약국을 비울 수 없었던 최씨가 거래처인 마스크 중간 도매상 ㄱ씨에게 연락했고, 역시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ㄱ씨가 거래에 참여해 직접 구미에 가서 마스크를 받아오기로 했다. 그러자 홍 과장은 공장 출입 등을 위해 계약금을 선입금해달라고 요구했다. 각각 2만7천장씩 사기로 한 최씨와 ㄱ씨는 협상 끝에 각각 1천만원씩 선입금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이날 오후 ㄱ씨가 구미에 도착한 순간 모두 물거품이 됐다. 홍 과장이 말한 구미 공단 내 해당 주소지에는 홍 과장도, 그가 말한 업체도 보이지 않고 허허벌판만 있었다. 홍 과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씨는 “요즘 마스크나 손 소독제 구매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망설일 새 없이 구매했는데 거래처 사장님(ㄱ씨)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ㄱ씨는 20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홍 과장은 <한겨레>가 여러차례 전화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든 마스크 판매 사기가 점점 더 교묘한 방법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18일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서 ‘케이에프(KF)마스크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대량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 8명으로부터 98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구속했고, 수원 중부경찰서도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 17명으로부터 1100만원을 뜯어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0일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전량 회수·폐기 명령을 받은 마스크 5만5천여개(6800만원 상당)를 시중에 유통한 혐의(사기 등)로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등 3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마스크 판매 사기 사건을 모두 572건 접수해 이 가운데 사안이 중대한 198건에 대해서는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 경찰서 등 10개 관서를 책임수사관서로 지정해 적극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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